
2008년 서울에 모인 세계 각국 의사들은 의료 전문직 자율성과 임상적 독립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환자를 진료하는 의사는 정부나 병원, 의료비 지불기관 등의 부당한 압력에 휘둘리지 않고 의학적 판단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는 내용 등 12개 항목을 담았다. 개최지 이름을 따 ‘서울 선언’이라 불린다
18년이 흐른 올해 9월,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 의사회들이 다시 서울에서 같은 문제를 논의한다. 환자를 치료할 때 의사의 전문적 판단은 어디까지 보장돼야 하는지, 그에 따르는 책임은 무엇인지가 핵심이다.
대한의사협회는 오는 9월 2~4일 서울 중구 앰배서더 서울 풀만 호텔에서 ‘2026 아시아·오세아니아지역의사회연맹(CMAAO) 서울총회’를 연다고 26일 밝혔다. 의협에 따르면 11개국 의사회 대표 등 약 80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이번 총회의 핵심 주제는 ‘의료 전문직 자율성(Professional Autonomy in Medicine)’이다.
진료 자율성, 의사 권한만 뜻하는 건 아니다
‘의료 전문직 자율성’이라고 하면 의사가 원하는 대로 진료할 권리를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뜻은 다르다. 정부나 병원 관리자, 의료비 지불기관 등의 부당한 간섭 때문에 의학적 판단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의미한다. 환자의 상태와 의학적 근거를 토대로 의사가 필요한 진료를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세계의사회(WMA)는 2008년 서울에서 채택한 ‘의료 전문직 자율성과 임상적 독립성에 관한 서울 선언’에 이런 원칙을 담았다. 외부의 부당한 영향에 흔들리지 않고 의학적으로 필요한 판단을 할 수 있어야 의료의 질을 지키고 의사와 환자 사이의 신뢰도 유지할 수 있다는 취지다.
물론 자율성이 무제한의 재량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2018년 개정된 서울 선언은 의사의 전문적 판단 역시 의학적 근거와 진료 기준, 전문직 윤리를 따라야 한다고 명시했다. 환자가 어떤 치료를 받을지 스스로 결정할 권리도 존중해야 한다.
결국 의료 자율성은 의사의 권한을 넓히는 문제로만 볼 수 없다. 환자에게 필요한 치료를 누가, 어떤 근거로 판단할 것인가와 맞닿아 있는 문제다.
각국 의료현장서 자율성 어디까지 보장되나
이번 CMAAO 서울총회에서는 이런 원칙이 아시아·오세아니아 각국 의료현장에서 실제로 어떻게 다뤄지고 있는지를 살펴본다.
9월 3일 열리는 심포지엄에서 참가 의사회들은 자국의 의료 전문직 자율성 현황과 주요 쟁점, 관련 사례를 발표한다. 국가마다 의료제도와 보험체계, 병원 운영 방식이 다른 만큼 의사의 전문적 판단을 둘러싼 갈등과 해법도 서로 다를 수 있다.
다음 날인 4일 총회에서는 각국 발표와 논의를 토대로 의료 전문직 자율성에 관한 공동 결의안을 채택할 예정이다.
CMAAO, WMA 산하 아닌 별도 지역 협의체
CMAAO는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 국가의사회들이 보건의료 현안을 논의하고 의견을 나누는 협의체다.
WMA 산하 조직은 아니다. 두 단체는 별개의 조직이지만 긴밀히 협력한다. WMA는 CMAAO를 지역 의료단체 파트너 가운데 하나로 두고 있다.
CMAAO는 회원 의사회들의 의견을 모아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의 의료 현안을 논의하고, 그 결과를 WMA를 비롯한 국제 의료계에 전달해왔다. 세계 의료계를 아우르는 WMA와 지역 의사회를 잇는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셈이다.

김택우 의협 회장, 한국인 네 번째 CMAAO 회장으로
이번 총회에서는 김택우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아시아·오세아니아지역의사회연맹(CMAAO) 제43대 회장에 취임한다.
CMAAO 공식 역대 회장 명단에 따르면 한국 의사회 출신 회장은 김 회장이 네 번째다. 명주완 전 회장(1969~1971년), 문태준 전 회장(1981~1983년), 김재정 전 회장(2005~2007년)이 앞서 회장을 맡았다.
한국 의협 회장이 CMAAO 회장에 취임하는 것은 김재정 전 회장이 2005년 회장에 오른 이후 21년 만이다.
의협은 이번 총회에 각국 젊은 의사들의 참여도 독려하고 있다. 각 나라의 보건의료 현안을 직접 접하고 해외 의료계와 교류할 기회를 넓히겠다는 취지다.
김택우 회장은 “서울에서 열리는 이번 CMAAO 총회는 한국 의료계의 국제적 위상과 역할을 한층 높이는 중요한 전기가 될 것”이라며 “의료 전문직 자율성이라는 핵심 가치를 바탕으로 회원국 의사회와 긴밀히 소통하고 국제 보건의료 협력과 정책 논의에 더욱 주도적으로 참여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