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8월 25일 (화)

아토피 피부 장벽 무너뜨리는 ‘단백질 짝’ 찾았다

을지대 김인식 교수팀, SFPQ/S100A8 복합체 규명⋯'필라그린' 줄이는 새 경로 확인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여성이 피부에 염증이 생긴 남성에게 연고를 발라주고 있다. 을지대학교 연구에서 피부 장벽을 지키는 단백질 ‘필라그린’이 줄어드는 새로운 분자 경로가 확인됐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아토피 피부염 환자의 피부는 왜 쉽게 건조해지고 작은 자극에도 민감해질까.

한국 연구진이 피부 장벽을 지키는 핵심 단백질 ‘필라그린(filaggrin)’이 줄어드는 새로운 경로를 찾아냈다.

을지대학교 임상병리학과 김인식 교수 연구팀은 SFPQ와 S100A8이라는 두 단백질이 서로 결합하면 필라그린이 줄고 피부 장벽이 약해지는 과정을 규명했다고 25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지난 7월 23일 국제학술지 《세포 커뮤니케이션 및 신호전달(Cell Communication and Signaling)》에 온라인 게재됐다. 김근영·홍유진 연구원이 공동 제1저자, 김인식 교수와 원광대 이지숙 교수가 교신저자로 참여했다.

이번 성과로 김 교수팀은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의 ‘한국을 빛낸 사람들(한빛사)’에도 선정됐다.

피부 수분 지키는 ‘필라그린’…아토피에선 왜 줄어들까

필라그린은 피부 가장 바깥쪽인 각질층을 튼튼하게 만드는 단백질이다. 피부 속 수분이 지나치게 빠져나가는 것을 막고, 외부 자극물질이 피부 안으로 쉽게 들어오지 못하게 돕는다.

아토피 피부염 환자에게서는 필라그린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일부는 필라그린을 만드는 FLG 유전자에 이상이 있지만, 이런 변이가 없는 환자에서도 필라그린이 줄어든다. 염증 등 다른 요인이 영향을 미친다는 뜻이다.

연구팀은 여기서 SFPQ라는 단백질의 움직임에 주목했다. 평소 세포핵 안에 주로 머무는 SFPQ가 아토피 피부염에서는 핵 밖으로 빠져나와 세포질로 이동했다. 세포질로 나온 SFPQ는 염증과 관련된 단백질 S100A8과 결합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것이 ‘SFPQ/S100A8 복합체’다.

환자의 피부세포와 조직, 아토피와 비슷한 피부염을 일으킨 생쥐를 분석했더니 이 복합체가 많을수록 필라그린은 줄고 피부염은 심한 경향을 보였다.

있는 필라그린은 빨리 없애고, 새로 만드는 양도 줄여

SFPQ/S100A8 복합체가 필라그린을 줄이는 방법은 두 가지였다.

먼저 이미 만들어진 필라그린과 직접 결합해 분해를 촉진했다. 이때 작동한 것이 ‘선택적 자가포식’이다. 세포가 특정 단백질을 골라 없애는 일종의 정리 과정이다.

새로운 필라그린이 만들어지는 과정도 방해했다. 복합체가 세포 안의 JNK 신호를 활성화하자 필라그린 생성이 줄었다. 이미 있는 필라그린은 더 빨리 사라지게 하고, 새로 만들어지는 양까지 줄인 셈이다.

연구팀은 SFPQ가 세포핵 밖으로 빠져나오는 이유도 추적했다. 그 결과 mTOR와 CRM1이라는 단백질이 이 이동에 관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이 레프토마이신B와 라파마이신을 이용해 이 과정을 막자 SFPQ와 S100A8의 결합이 줄었다. 필라그린 감소도 덜했다. 이런 변화는 아토피와 비슷한 피부염을 일으킨 생쥐와 환자의 피부세포에서 나타났다.

을지대학교 임상병리학과 김인식 교수 사진=을지대병원

당장 치료제 나온 것은 아냐⋯새 표적 찾은 단계

이번 연구가 새로운 아토피 치료제가 나온다는 뜻은 아니다. 환자에게 치료제를 투여해 효과와 안전성을 살핀 임상시험이 아니라, 환자의 피부세포와 조직, 세포실험과 동물모델을 통해 질병이 생기는 과정을 밝힌 연구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SFPQ/S100A8 복합체가 실제 환자의 진단에 활용할 만큼 정확한 지표인지 확인해야 한다. 이 복합체의 작용을 막았을 때 아토피를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지도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이번 연구는 피부 장벽이 무너지는 과정에서 새로운 치료 표적을 찾았다는 데 의미가 있다. 아토피 피부염은 면역반응 이상과 피부 장벽 손상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악화되는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그 가운데 필라그린을 떨어뜨리는 새로운 경로를 제시했다.

을지대는 산학협력단을 중심으로 추진단을 꾸리고 의정부·노원·대전을지대병원과 후속 연구에 나선다.

SFPQ/S100A8 복합체를 아토피 피부염의 진단이나 치료에 활용할 수 있는지 살펴보고, 다른 알레르기질환으로도 연구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김인식 교수는 “이번 연구는 아토피 피부염에서 피부 장벽이 약해지는 새로운 기전을 규명하고 진단과 치료를 위한 새로운 표적을 제시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을지대학교병원과 국내외 연구진이 협력해 실제 환자의 진단과 치료에 활용할 수 있도록 후속 연구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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