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강검진에서 지방간 판정은 흔히 나온다. 다만 일부 환자는 간경변이나 간암으로 이어질 수 있어, 고위험군을 조기에 가려내는 일이 중요하다. 한국 연구팀이 복부초음파만으로 이 위험군을 가려낼 방법을 찾았다.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 소화기내과 이재준 교수와 인천성모병원 소화기내과 이순규 교수 연구팀이 이번 연구를 이끌었다. 이들은 복부초음파 장비에 탑재된 전단파 탄성초음파(SWE)가 기존 간 섬유화 검사(VCTE)와 비슷한 수준으로 지방간 환자의 간암·간질환 합병증 위험을 예측한다는 사실을 24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간질환 분야의 세계적 권위지인 미국간학회 학술지 《헤파톨로지(Hepatology)》에 온라인으로 실렸다.
번거로운 간 섬유화 검사, 복부초음파로 대신할 수 있을까
대사이상 지방간질환(MASLD)은 간에 지방이 쌓이는 질환이다. 방치하면 간 섬유화나 간경변으로 진행해 간암이나 간기능 저하로 이어질 수 있어, 고위험군을 미리 가려내야 한다.
현재 진료지침은 나이와 혈액검사 수치로 계산하는 간 섬유화 지표 FIB-4(Fibrosis-4 index)를 먼저 확인한 뒤, 필요한 환자에게만 간의 단단한 정도를 재는 진동제어 순간탄성측정법(VCTE)을 시행하도록 권고한다. 다만 VCTE를 받으려면 파이브로스캔이라는 별도 장비가 있어야 한다.
연구팀은 여기서 일상 진료에 이미 널리 쓰이는 복부초음파 장비에 주목했다. SWE는 복부초음파 검사 도중 간경도를 함께 잴 수 있다. 별도 장비 없이 같은 검사 과정에서 바로 확인할 수 있지만, SWE가 실제 간암·간질환 합병증 발생 위험을 얼마나 정확히 예측하는지는 그동안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다.

2817명, 6004인년 추적해보니
연구팀은 2019년부터 2025년까지 은평성모병원과 인천성모병원에서 SWE와 VCTE를 같은 날 모두 받은 대사이상 지방간질환 환자 2817명을 분석했다. 이들은 미국소화기학회(AGA)와 유럽간학회(EASL)의 위험평가 기준에 따라 각각 저위험군, 중간위험군, 고위험군으로 나뉘었다.
총 추적관찰 기간은 6004인년, 중앙 추적관찰 기간은 약 20개월이었다. 이 기간 동안 간암 29건, 복수·정맥류 출혈·간성뇌증 등 간기능 저하 관련 합병증 24건을 포함해 총 53건의 간질환이 발생했다.
복부초음파만으로도 충분
SWE를 적용한 미국소화기학회 분류에서 중간위험군과 고위험군의 간 관련 합병증 발생 위험은 저위험군보다 각각 7.6배, 9.86배 높았다. 유럽간학회 분류에서도 위험 단계가 높아질수록 합병증 발생 위험이 뚜렷하게 늘었다.
두 검사의 장기 예측 성능은 AUC라는 수치로 비교했다. AUC는 1에 가까울수록 예측력이 높다는 뜻이다. 비교 결과 미국소화기학회 기준에서는 SWE가 0.770, VCTE가 0.775였다. 유럽간학회 기준에서는 각각 0.804와 0.805로, 두 검사 사이에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환자를 동일한 위험군으로 분류한 비율도 미국소화기학회 기준 93.6%, 유럽간학회 기준 95.3%로 높게 나타났다.
이재준 교수는 "지방간은 매우 흔하지만 모든 환자가 중증 간질환으로 진행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실제로 위험한 환자를 조기에 선별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번 연구를 통해 복부초음파 검사 중 시행할 수 있는 SWE를 FIB-4와 결합하면 별도의 검사 부담을 줄이면서도 고위험 환자를 효과적으로 선별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순규 교수는 "이번 결과가 SWE와 VCTE의 완전한 동등성이나 상호 대체 가능성을 확정한 것은 아니지만, SWE 기반 위험평가의 임상적 실효성을 대규모 환자 자료를 통해 확인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향후 전향적·다기관 연구를 통해 검사 기준을 정교화한다면 지방간 환자의 위험평가 접근성과 진료 효율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건강검진에서 지방간 소견을 받았다면, 복부초음파 검사 때 SWE 측정도 함께 받을 수 있는지 의료진에게 물어보면 된다.
이재준 교수는 지난 6월 '대한간학회 국제학술대회(The Liver Week 2026)'에서 'Best Presentation Award'를 받았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수상이다. 지난해에는 아시아·태평양 간암 전문가 학술대회(APPLE)에서도 '2025 Best Abstract Award' Top 3에 선정됐다. 이순규 교수 역시 같은 대회에서 '젊은연구자 학술상(Young Investigator Award)'을 수상하는 등 두 사람 모두 국내외 학술무대에서 연구 역량을 인정받아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