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8월 24일 (월)

2029학년도 응급구조학과 신입생부터 ‘지정 대학’ 졸업해야 1급 시험 응시 허용

응급구조학과 3년 새 39→71곳⋯정부, 교육과목·교원·실습시설 등 종합 심사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119 구급대원들이 응급환자를 응급의료센터로 옮기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2029학년도부터 응급구조학과에 입학하는 학생은 대학을 고를 때 한 가지를 더 확인해야 한다. 정부가 ‘1급 응급구조사 양성대학’으로 지정한 학교인지 여부다.

현재 대학이나 전문대학에서 응급구조학을 전공하고 졸업하면 학교의 별도 지정 여부와 관계없이 1급 응급구조사 국가시험을 볼 수 있다. 앞으로는 정부가 지정한 대학 또는 전문대학에서 응급구조학을 전공하고 졸업한 경우에만 1급 응급구조사 국가시험에 응시할 수 있다.

다만 새 기준은 2029학년도 입학생부터 적용된다. 그보다 앞서 입학한 학생은 현행 규정을 적용받는다.

보건복지부는 1급 응급구조사 교육의 질을 관리하기 위해 ‘2029학년도 1급 응급구조사 양성대학 지정심사’ 절차를 본격 추진한다고 24일 밝혔다.

지정제 도입 배경에는 응급구조학과의 빠른 증가가 있다. 대학의 정원 운영이 자율화된 뒤 응급구조 관련 학과는 2023년 39곳에서 올해 71곳으로 늘었다. 현재 일반대학 34곳, 전문대학 37곳에 관련 학과가 개설돼 있다.

학과 39→71곳…현장과 응급실 잇는 1급 응급구조사

정부가 대학 교육의 질까지 살피는 이유는 응급구조사가 하는 일이 환자의 생명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응급구조사는 단순히 구급차로 환자를 병원에 옮기는 인력이 아니다.

사고 현장에서 첫 처치를 하고, 구급차 안에서 환자 상태를 관리한 뒤 병원 의료진에게 넘기는 과정에 참여한다. 응급환자가 발생한 현장에서 상담·구조·이송을 담당하고, 현장과 이송 중은 물론 의료기관 안에서도 법이 정한 범위의 응급처치를 할 수 있다.

1급 응급구조사가 할 수 있는 처치는 상당히 전문적이다. 기도삽관 등으로 숨길을 유지하고, 수액 등을 넣을 수 있도록 정맥로를 확보할 수 있다. 인공호흡기로 호흡을 유지하는 것도 업무범위에 들어간다.

저혈당으로 의식을 잃은 환자에게 포도당을 주입하거나 심정지 환자에게 에피네프린을 투여할 수 있다. 심전도를 측정해 전송하고, 정맥로를 확보하면서 혈액을 채취하는 업무도 포함된다.

다만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응급구조사가 할 수 있는 응급처치가 정해져 있고, 원칙적으로 의사의 구체적인 지시를 받아 시행한다.

병원 응급의료체계에서도 역할이 있다. 중증 응급환자를 주로 맡는 권역응급의료센터는 재난 대비·대응과 교육, 환자의 다른 병원 이송 관리, 응급처치 등을 위해 1급 응급구조사 5명 이상을 두도록 돼 있다. 구급차를 운영한다면 구급차 1대당 응급구조사 2명 이상도 확보해야 한다.

취업 분야는 다양하다. 소방공무원 채용을 거쳐 119 구급대원으로 근무할 수 있고, 대학병원·종합병원 등 의료기관에도 진출한다. 공항이나 산업체 의무실, 응급환자 이송 분야 등에서 일하기도 한다. 교육부 진로정보망 커리어넷은 응급구조학과 졸업 후 진출 분야로 대학병원·종합병원, 소방서, 공항, 산업체 의무실 등을 제시하고 있다.

교과목만 보는 게 아니다…임상 360시간·구급현장 180시간 실습

정부는 실제로 1급 응급구조사를 제대로 교육할 여건을 갖췄는지를 심사한다. 학교에서 받은 교육과 실습이 실제 응급상황의 대처 능력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평가 분야는 교육과목, 인력, 교육시설·장비 등 세 가지다.

교육과목에서는 교과목 구성과 기준 학점, 실습 운영을 살핀다. 인력 분야에서는 교원과 조교를 충분히 두고 있는지 확인한다. 시설·장비 분야에서는 학생들이 실제 응급상황을 가정해 훈련할 공간과 장비를 갖췄는지를 본다.

교육 내용도 구체적으로 정해져 있다. 해부학·생리학 같은 기초의학부터 응급환자 평가, 심전도, 전문심장소생술, 전문기도관리, 외상·내과계 응급처치 등을 배워야 한다.

강의실 수업만으로는 부족하다.

지정기준에 따르면 응급의료기관 등에서 360시간 이상 임상실습을 하고, 소방서 등 구급현장에서도 180시간 이상 실습해야 한다. 학생 정원 20명당 교원 1명 이상을 두고, 실습이 가능한 조교도 1명 이상 확보하도록 했다.

심사단은 대학을 직접 찾아 제출된 자료와 실제 교육·실습 환경이 맞는지도 확인한다.

해외 응급구조사들이 앰블런스에서 환자에게 응급처치를 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본심사 전 10개 대학 시범평가…부족한 부분 미리 보완

정부는 새 제도가 갑자기 대학에 부담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준비기간을 두기로 했다.

보건복지부와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는 25일 서울 세브란스병원 윤인배홀, 27일 대전 한남대학교 서의필홀에서 설명회를 연다. 전국 71개 응급구조 관련 학과 관계자들이 대상이다.

정규 심사에 앞서 신청한 10개 대학을 대상으로 시범 지정심사도 한다. 9월 계획을 공고한 뒤 10~12월 본심사와 같은 기준으로 교육과정과 인력, 시설·장비를 살핀다.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부분은 대학별로 알려주고 보완을 돕는다. 시범심사에서 시설이나 장비 분야 기준을 충족한 대학은 정규 심사 때 해당 분야 심사를 면제받는다.

1급 응급구조사의 업무가 넓어진 것도 교육의 중요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심정지 환자에 대한 에피네프린 투여, 심전도 측정·전송, 정맥혈 채혈 등은 기존 업무에 추가된 항목들이다. 환자 상태를 빠르게 파악하고 정확하게 처치하려면 학교에서부터 충분한 실습이 필요하다.

결국 이번 지정제는 단순히 대학에 점수를 매기려는 제도가 아니다. 사고 현장과 구급차, 응급실을 잇는 1급 응급구조사가 학교에서부터 일정 수준 이상의 교육과 실습을 받도록 국가가 관리하겠다는 취지다.

2028년 4월 최종 지정…2029학년도 입학생부터 적용

정규 지정심사는 올해 12월 계획 공고와 신청 접수로 시작한다.

신청 대학은 2027년 2월 자체심사보고서를 내고 같은 해 3~6월 현장심사를 받는다. 1차 결과는 7월 통보되며, 결과에 이견이 있는 대학은 8월 이의를 신청할 수 있다.

일부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바로 최종 탈락하는 것은 아니다. 일정 요건을 갖춘 대학에는 한 차례 보완 기회를 준다.

미충족 대학은 2027년 9월 보완지정심사를 신청할 수 있다. 같은 해 12월부터 2028년 2월까지 다시 자체심사보고서 제출과 현장심사를 거친다. 이후 이의신청과 심의를 거쳐 2028년 4월 최종 지정 결과가 발표된다.

정부는 대학을 한 번 지정하는 데서 끝내지 않을 방침이다. 지정 기준과 교육환경을 계속 점검하고, 재지정과 조건부 지정 등을 도입할 수 있도록 응급의료법 추가 개정도 추진한다.

손영래 보건복지부 지역필수공공의료실장은 “지정제도는 응급구조사 양성교육의 질과 실무역량을 국가가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것”이라며 “설명회와 시범 지정심사 등을 통해 대학의 준비를 적극 지원하고, 시행 이후에도 지속적인 관리로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응급구조사 양성체계를 구축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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