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2.7조 플루빅토’ 생산기지 찾는데⋯'1.7조 인프라' 부산 기장 왜 조용한가 [기자수첩] ‘2.7조 플루빅토’ 생산기지 찾는데⋯'1.7조 인프라' 부산 기장 왜 조용한가](https://cdn.kormedi.com/wp-content/uploads/2026/08/novartis-logo-banting-1-close-up-e1713923828808-983x1024-tile.jpg)
세계 제약업계에서 방사성의약품이 항암제 시장의 새 축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 중심에 노바티스(Novartis)의 전립선암 치료제 '플루빅토(Pluvicto)'가 있다.
플루빅토의 2025년 세계 매출은 19억9400만달러, 약 2조7000억원이다. 1년 전보다 43% 늘었다.
올해 성장 속도는 더 빠르다. 2026년 상반기 매출만 12억93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7% 증가했다. 노바티스가 플루빅토를 전립선암 치료제 하나가 아니라 차세대 성장엔진으로 보는 이유다.
노바티스는 미국뿐 아니라 일본과 중국을 플루빅토와 또 다른 방사성리간드치료제(RLT·Radio-ligand Therapy) '루타테라'의 핵심 시장으로 보고 현지 생산망부터 갖췄다. 반감기가 짧아 원거리 유통이 사실상 불가능한 약물 특성 때문이다.
이를 위해 일본에선 효고현 단바사사야마 공장에 방사성의약품 생산설비를 구축하고 있다. 중국에서도 저장성 하이옌에 별도의 RLT 생산거점을 준비 중이다.
다음 차례는 한국이다. 노바티스는 지난 7월 21일, 보건복지부와 한국 내 RLT 생태계 조성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노바티스는 이를 통해 약 1400억원을 투자해 RLT 제조시설과 첨단 콜드체인 물류망을 구축하고, 플루빅토 등 RLT 치료가 가능한 국내 병원을 현재 10곳에서 30곳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다만 아직은 협력 의향을 확인한 단계로, 공장 입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방사성의약품은 반감기 특성상 생산시설과 치료기관 간 거리가 곧 치료 성패를 좌우한다. 어느 지역이 이 생산기지를 가져가느냐에 따라 국내 방사성의약품 산업의 생산·물류·연구 거점이 함께 움직일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상하리만치 조용한 곳이 있다. 부산, 정확히는 기장군이다.
45만평 산업단지에 연구로·GMP·병원까지 다 있는데⋯
기장군 장안읍에는 147만8772㎡(약 44만7000평) 규모 동남권방사선의·과학일반산업단지가 조성돼 있다. 2014년 4월 착공해 올해 2월 준공했다. 공사만 12년이 걸렸고, 공사비는 4286억여원이 들었다.
그 사이 부산시장도, 기장군수도 여러 차례 바뀌었다. 그래도 핵심 시설은 하나씩 들어섰다. 병원은 병원대로, 연구로는 연구로대로, 중입자치료센터는 중입자대로 추진됐다.
2027년 준공 목표인 수출용신형연구로는 의료·산업용 방사성동위원소 생산을 겨냥한다. 동남권원자력의학원은 암 치료와 핵의학에 강점이 있고, 방사성의약품 GMP(Good Manufacturing Practice) 제조시설도 갖췄다. 코스닥 상장사 퓨처켐도 이곳에 GMP 생산시설을 구축했다. 2027년에는 서울대병원 중입자치료센터까지 환자 치료를 시작한다.

동남권원자력의학원(1749억원), 서울대병원 중입자치료센터(2926억원), 수출용신형연구로(7428억원), 방사성동위원소 관련시설(309억원)에 기타 국책시설까지 더하면 공공·기관 투자액만 1조7000억원에 육박한다. 파워반도체 시설이나 민간기업 투자액은 뺀 수치다.
방사성동위원소 생산부터 방사성의약품 연구·제조, 병원 임상·치료, 산업화까지 이어지는 골격이 기장에는 이미 갖춰져 있는 셈이다.
시장도, 군수도 바뀌었는데⋯기장의 ‘큰 그림’은 어디에?
문제는 이 시설들을 하나로 묶어 "기장을 동아시아 방사선의학·방사성의약품 산업의 핵심 거점으로 만들겠다"는 산업전략이 얼마나 구체화돼 있느냐다.
세계 RLT 시장은 이미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특히 노바티스의 1400억원짜리 생산시설은 이 산단에 꼭 맞는 다음 퍼즐이다. 글로벌 제약사가 들어와야 1조수천억원을 들여 지은 연구시설이 실제 매출과 고용, 수출로 이어진다.
이런 상황에서도 부산시와 기장군이 생산기지 유치를 산업정책의 우선순위로 삼지 않는다면, 그 때 문제는 돈도 시설도 아니게 된다. 전략의 부재다.
인천 송도와 전북 정읍이 이미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입지가 다른 지역으로 결정된 뒤 "기장도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고 말해봐야 소용없다.
지난 10여년이 부산 기장에 기반시설을 갖추는 1단계였다면, 지금은 2단계다. 세계 방사성의약품 시장이 급성장하고, 글로벌 1위 기업이 한국 생산기지를 찾고 있는 지금은 그래서 2단계로 올라설 찬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