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8월 19일 (수)

여성 심장병, 가슴 통증 없이 온다⋯국민 10명 중 6명 몰라

고려대 안암병원 박성미 교수팀, 성인 2003명 대상 한국 첫 전국 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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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성 환자가 진료를 받고 있다.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박성미 교수팀이 성인 200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심혈관질환의 남녀 차이에 대해 높은 수준의 인식을 보인 응답자는 39.7%에 그쳤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가슴을 쥐어짜는 듯한 통증. 심장병 하면 흔히 떠올리는 증상이다.

하지만 여성 심장병은 숨이 차거나 피로하고 속이 메스꺼운 증상으로 먼저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이런 남녀 차이를 아는 국민은 10명 중 4명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려대학교 안암병원은 순환기내과 박성미 교수 연구팀이 심혈관질환의 성별 차이에 대한 국민 인식을 전국 단위로 조사했다고 19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이 지원하는 '성차기반 심혈관계질환 진단·치료기술 개선 및 임상현장 적용' 과제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연구를 실질적으로 주도한 제1저자는 한양대학교구리병원 심장내과 김현진 교수, 연구를 총괄하고 결과에 최종 책임을 지는 교신저자는 박성미 교수가 맡았다. 연구 결과는 《미국심장학회 학술지(JACC: Advances)》에 최근 게재됐다.

왜 남녀가 다른가

이런 차이에는 생물학적 이유가 있다. 문제가 생기는 혈관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남성은 큰 혈관(관상동맥)이 국소적으로 막히는 경우가 많아 전형적인 가슴 통증으로 이어지기 쉽다. 반면 여성은 눈에 잘 띄지 않는 미세혈관에서 기능장애가 상대적으로 흔하다.

박성미 교수팀이 2024년 세계 최초로 규명한 연구에 따르면, 협심증 증상이 있더라도 큰 혈관은 막히지 않은 환자 중 미세혈관장애를 동반한 비율은 여성 46%, 남성 31%를 기록했다. 통증을 일으키는 지점이 굵은 혈관 한 곳이 아니라 미세혈관 전체이다 보니, 증상도 통증보다는 숨참·피로·메스꺼움처럼 몸 전체에 걸쳐 모호하게 나타나기 쉽다.

호르몬도 큰 몫을 한다. 에스트로겐은 혈관을 넓히고 염증을 줄이고 콜레스테롤 수치를 개선해 혈관을 보호하는 작용을 한다. 이 덕분에 여성은 남성보다 심혈관질환이 평균 약 10년 늦게 발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다만 폐경으로 에스트로겐이 급격히 줄면 이 보호 효과가 사라지며 위험이 빠르게 올라간다. 전자간증(임신중독증)이나 임신성 당뇨처럼 임신 중 겪는 합병증도 이후 심혈관질환 위험을 높이는 여성만의 위험요인이다.

이런 생물학적 차이는 진료 현장의 격차로도 이어진다. 박성미 교수팀이 한국 급성심근경색 환자 약 63만 명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데이터(2003~2018년)를 분석한 결과, 막힌 혈관을 확인하는 관상동맥조영술 시행률이 남성 63.2%인 반면 여성은 39.8%에 그쳤다.

오랫동안 심혈관질환 연구와 진단 기준은 남성 환자의 증상 패턴 위주로 만들어져 왔다. 여성이 비전형적 증상을 보이면 의료진도 놓치기 쉬운 구조였던 셈이다.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순환기내과 박성미 교수 사진=고대 안암병원

절반도 못 미치는 인식 수준

연구팀은 이런 배경에서 만 20~80세 성인 2003명을 대상으로 연령, 성별, 지역을 비례 배분해 웹 기반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심혈관질환의 증상과 위험요인, 진단·치료, 예후에서 나타나는 남녀 차이를 얼마나 알고 있는지 물었다.

조사 결과 높은 수준의 인식을 보인 응답자는 전체의 39.7%에 그쳤다. 국민 10명 중 약 6명은 심혈관질환에서 나타나는 남녀 차이를 잘 모르고 있다는 뜻이다.

인식 부족은 남녀 모두 비슷했다. 특정 성별만이 아니라 남녀 모두를 대상으로 한 교육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심혈관질환 가족력이 있으면 인식 수준이 높을 가능성이 1.84배였던 반면, 미취업자·저소득층에서는 상대적으로 낮아 사회경제적 취약계층일수록 관련 정보에 접근하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정보 부족한데 교육 요구 높아

응답자의 96%는 최근 1년간 심혈관질환의 남녀 차이에 대한 정보를 전혀 접하지 못했거나(68.9%) 가끔 접했다(27.0%)고 답했다. 반면 성차를 고려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답한 비율은 60.2%에 달했다. 정작 성차를 고려한 예방을 위한 정부와 사회의 지원이 충분하다고 본 응답은 27.7%에 그쳐, 국민의 교육 수요와 실제 지원 사이의 간극이 뚜렷했다.

박성미 교수는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로제타홀 여성심장센터장으로서 성별 특성을 반영한 심혈관질환 진료와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박 교수는 "최근 심혈관질환은 남녀 차이를 고려한 진단과 치료가 국제적인 표준으로 자리 잡고 있지만, 이번 연구는 일반 국민의 인식은 아직 이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특히 남녀 모두와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한 계층까지 포괄하는 국민 대상 교육과 공공 캠페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연구는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과 국내 최초로 심혈관질환 성차에 대한 국민 인식을 전국 규모에서 평가한 연구로, 향후 심혈관질환 예방 정책과 건강 형평성 향상을 위한 국가 차원의 교육 전략을 마련하는 데 중요한 근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가슴 통증이 없더라도 숨이 유난히 차거나 쉽게 피곤하고 속이 메스껍다면, 심장 건강도 함께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특히 가족력이 있다면 더욱 그렇다. 이런 증상을 알아채는 것만으로도 진단과 치료는 훨씬 빨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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