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년 넘게 류마티스관절염을 앓아온 60대 여성이 3년 전부터 호흡곤란으로 고생하다가 병원을 찾았다. 검사 결과 이 환자는 오른쪽 가슴막(흉막)에 물이 고이는 증상이 되풀이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 메이요 클리닉 연구팀에 의하면 이 66세 여성은 손과 발의 작은 관절에 염증이 생기고 팔꿈치 아래에 혹(결절)이 만져지는 전형적인 류마티스관절염 환자였다. 첫 증상 때의 흉부 영상 검사 결과, 폐농양이 터진 것으로 의심되는 흔적이 확인됐다. 가슴에서 빼낸 물은 탁하고 녹색을 띠고 있었다.
연구팀은 세균 감염으로 가슴막에 고름이 차는 ‘농흉’이라는 진단을 내리고 물을 빼내는 시술(배액술)을 시도했다. 하지만 관을 꽂아도 물은 잘 빠지지 않았고, 거듭된 세균·결핵균·진균(곰팡이) 배양 검사에서는 감염균이 전혀 검출되지 않았다. 특히 고름처럼 보이는 물이 차 있는데도 균이 자라지 않는 난치성 상태였다.
연구팀은 비디오 보조 내시경(흉강경) 수술로 가슴막과 폐의 조직을 떼내 검사했다. 그 결과 세균 감염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류마티스관절염이 가슴막을 침범해 일으킨 섬유소성흉막염, 류마티스결절, 간질성폐렴이었다.
고름처럼 보인 탁한 액체는 감염균 때문이 아니라 류마티스결절의 중심부가 죽으면서 발생한 세포 찌꺼기가 섞여 만들어진 물질이었다. 환자의 염증이 만성화하는 바람에 폐는 두꺼운 섬유성 껍질에 꽁꽁 둘러싸인 채 펴지지 않고 갇혀 있는 상태(폐포획 상태)로 변해 있었다.
연구팀은 환자의 가슴을 열고 두꺼워진 껍질을 벗겨내는 흉막박리술과 흉막절제술을 진행했다. 이어 기존 치료제(레플루노미드)의 폐 독성 가능성을 고려해, 생물학적제제인 리툭시맙으로 약을 바꿨다. 수술 후 상세 경과나 장기 추적 관찰 데이터는 이번 보고서에 포함되지 않았다.
미국 메이요 클리닉, 요르단대, 팔레스타인 알쿠드스대·안나자국립대 등 국제 공동 연구팀의 이 사례 연구 결과(Rheumatoid Pleuropulmonary Disease Mimicking Refractory Empyema: A Diagnostic Challenge With Trapped Lung)는 최근 국제 학술지 《큐레우스(Cureus)》에 실렸다.
류마티스관절염은 손가락이나 무릎 등 관절만 공격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온몸의 혈관과 장기를 침범하는 만성 자가면역병이다. 특히 폐와 가슴막은 침범이 가장 흔히 일어나는 장기다.
한국의 류마티스관절염 유병률은 전체 인구의 약 0.5~1% 수준이다. 고령층 여성일수록 발생 빈도가 높다. 류마티스관절염 환자의 최대 70%에서 물이 가슴막에 고이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부검 연구 결과 밝혀졌다. 또한 환자의 약 3~5%는 호흡곤란 증상을 보인다. 환자 10명 중 1명은 ‘류마티스 관절염 연관 간질성 폐질환’이 발생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류마티스성 흉막삼출액은 수치상 산도가 낮고, 포도당 수치가 떨어지며, 젖산탈수소효소(LDH) 수치가 높아지는 특징을 지닌다. 육안으로도 탁한 녹색이나 고름처럼 보여 세균 감염으로 오인되기 쉽다.
만약 세균성 농흉으로만 판단해 항생제 치료나 단순 배액에만 매달리면, 자가면역 염증이 흉막 전체를 섬유화해 폐를 굳게 하는 상태(폐포획 상태)로 악화할 수 있다. 이 단계에 이르면 약으로는 회복하기 힘들다. 대수술을 피할 수 없게 된다.
류마티스관절염 환자에게 원인 모를 호흡곤란이 발생한다면, 배양 검사에서 균이 검출되지 않더라도 류마티스성흉막염이나 폐 침범 가능성을 의심해봐야 한다. 서둘러 자가면역 반응을 억제하는 면역치료를 해야, 불필요한 수술과 영구적인 폐 기능 손상을 막을 수 있다.
[자주 묻는 질문]
Q1. 류마티스관절염 환자가 숨이 차거나 기침이 날 때, 감기와 어떻게 구별하나요?
A1. 단순 감기는 1~2주 내에 낫지만, 류마티스 폐·흉막 침범은 수주에서 수개월에 걸쳐 계단을 오를 때 숨이 차는 등 호흡곤란이 서서히 악화합니다. 열이 없더라도 호흡곤란이나 흉통이 지속된다면 호흡기내과와 류마티스내과에서 흉부 엑스레이나 CT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Q2. 가슴에 물이 찼을 때, 왜 고름(농흉)과 류마티스병을 헷갈리기 쉬운가요?
A2. 류마티스 염증 반응 때문에 체내 림프구와 죽은 세포 찌꺼기가 흉막강에 쌓이면 누렇거나 탁한 녹색 고름과 똑같이 보입니다. 일반 혈액 및 흉수 검사 수치도 세균 감염과 매우 비슷하게 나타납니다. 세균 배양 검사에서 균이 자라지 않는 무균성 상태인지를 확인하는 감별 진단이 필수적입니다.
Q3. 관절 증상이 잘 조절되고 있는데도, 폐나 가슴막에 문제가 생길 수 있나요?
A3. 네, 그렇습니다. 관절의 통증이나 부기가 심하지 않거나 관절 증상이 안정적이어도, 자가면역 염증이 폐 실질이나 가슴막 등 다른 장기를 침범할 수 있습니다. 피하 결절이 있거나 류마티스 인자 수치가 높은 환자는 폐 건강 검진을 정기적으로 받아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