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8월 19일 (수)

근무하던 병의원에서 진료한 환자 정보를 가져가도 될까요?

[박창범 닥터To닥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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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클립아트코리아

많은 의사가 병의원에서 봉직의로 근무하다 개업을 선택한다. 개업에는 목돈이 필요하고 임상 경험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신이 근무하던 병의원에서 가까운 곳에 개원하는 경우가 많다. 아무래도 해당 지역의 사정에 익숙하고, 기존 근무지에서 진료하며 관계를 맺었던 환자들이 자신의 의원으로 옮겨오길 기대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관계를 맺던 환자들에게 개업 사실을 알리는 것을 넘어 기존에 근무하던 병의원의 전자의무기록(EMR)에 접속해 환자의 주소나 전화번호와 같은 정보를 임의로 가져와 개원 홍보에 이용한다면 문제는 없을까? 최근에 이에 대한 판결이 있어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A외과의원에서 봉직의로 근무하다가 퇴사한 의사 B는 근무하던 의원 근처에 자신의 외과의원을 개원했다. 그리고 봉직의 당시 근무하던 의원의 전자의무기록 프로그램에 접속하여 자신이 진료한 4명의 환자의 전화번호를 종이에 수기로 적었다. 그리고 개원을 앞두고 이 전화번호를 배우자에게 제공해 개원 홍보 문자메세지를 보냈다. 이와 같은 사실을 확인한 검찰은 의사 B를 기소하였다.

이 사건에서 쟁점은 크게 두 가지였다. 첫째, 의사 B가 환자의 동의없이 전자의무기록 프로그램에 접속하여 환자의 개인정보인 전화번호를 수기로 적어 개원 홍보에 활용한 것이 개인정보보호법 혹은 의료법 정보누설금지를 위반했는지 여부다. 둘째, 전자의무기록에서 개인의 전화번호를 획득한 것이 전자의무기록에 대한 탐지 누출 등을 금지한 규정을 위반했는지 여부다.

개인정보보호법에서는 업무상 알게 된 개인정보를 누설하거나 권한 없이 다른 사람이 이용하도록 제공하는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의료법상 환자의 정보누설금지 의무를 위반하는 경우에는 3년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다만 이는 정보가 누설된 환자의 고발이 있어야 한다(법률용어로 친고죄라고 함). 또 전자의무기록 상의 개인정보를 탐지, 누출, 변조, 훼손하는 경우 5년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재판부는 의사 B가 환자들의 동의없이 전화번호를 취득하고 자신의 개원홍보 및 고객유치에 이용한 것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하면서 2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하였다.

다만 의료법 상 정보누설금지 의무를 위반하였는지에 대하여 이 조항은 친고제로 규정하고 있고, 이 사건의 경우 피해자들의 고소가 있었다는 점을 인정할 자료가 없다는 이유로 공소기각하였다.

전자의무기록에서 환자의 전화번호를 누출한 것이 전자의무기록 탐지/누출금지 조항을 위반한 것에 해당하는지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해당 전자의무기록 프로그램에서 처방전에는 의료진의 전자서명이 기재되지만 환자의 성명/주소/연락처의 경우 별도의 전자서명이 기재되지 않는 점에 주목했다. 또 프로그램에 접속할 때 인증서 로그인이 필요하다고 해도 이를 전자서명이 기재된 전자문서로 볼 수 없기 때문에 법에서 보호하고 있는 전자의무기록에 해당한다고 충분히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창원지방법원 2026.7.15. 선고 2025고정855판결)

정리하면 아무리 자신과 관계를 맺고 진료를 보던 환자들이라고 하더라도 의무 기록에 기재된 환자 전화번호는 해당 병의원에서 진료 등 의료범위 내에서 제한적으로 이용해야 한다. 자신의 개원 홍보와 고객 유치를 위해 이용하는 것은 개인정보보호법 혹은 더 나아가 의료법 상 환자 정보 누설 금지 의무 위반에 해당할 수 있는 행위이다.

이러한 사실을 고려한다면 자신이 다른 의료기관으로 옮기거나 개원할 때 환자들에게 자신이 다른 병의원으로 간다고 단순히 알리는 소극적인 방법은 크게 문제되지 않지만 적극적으로 전자의무기록에 있는 주소나 전화번호와 같은 환자의 개인정보를 임의로 가져가서 활용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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