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들과 어울리고 사회활동에 참여하는 것이 몸의 노화 속도 및 수명과도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결혼이나 각종 모임 참여 등 긍정적인 사회적 경험이 많은 사람은 몸의 노화가 상대적으로 느리고 사망 위험도 낮은 경향을 보였다.
미국 웨일코넬의대와 마운트시나이 아이칸의대, 애팔래치아주립대 공동 연구진은 사회적 경험과 장기적인 건강 및 생존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는지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진은 미국 중년기 연구(MIDUS) 참가자 1309명의 자료를 분석해 사회적 경험에 따라 몸의 노화 속도와 염증 등에 차이가 나타나는지, 이러한 생물학적 변화가 장기적인 생존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살펴봤다.
연구 참가자들의 평균 연령은 51세였으며, 평균 14.7년의 추적 기간 동안 150명이 사망했다. 연구진은 참가자들이 살아오면서 경험한 다양한 사회적 환경과 활동을 조사하고, 혈액과 소변 검사 등을 통해 건강 상태와 생물학적 변화를 측정했다.
긍정적인 사회적 경험에는 결혼과 자녀 양육, 자원봉사, 직업·스포츠 등 각종 단체 모임 참여, 다른 사람을 대가 없이 돕는 활동 등이 포함됐다. 어린 시절과 성인기에 겪은 스트레스가 큰 사건들은 부정적인 경험으로 평가했다.
이와 함께 혈액 속 DNA에 나타난 변화를 분석해 참가자들의 생물학적인 노화 정도를 추정했다. 실제 나이가 같더라도 몸이 늙는 속도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는데, 연구진은 노화와 함께 나타나는 DNA의 화학적 변화를 이용해 이를 살펴봤다.
결혼하고 모임 참여한 사람, 몸의 노화 속도 느린 경향 보여
분석 결과, 긍정적인 사회적 경험이 많은 사람은 사망 위험이 낮고 몸의 노화 속도도 상대적으로 느린 경향을 보였다. 전반적인 건강 상태 역시 더 좋은 편이었다.
개별적인 경험을 살펴보면, 결혼한 사람은 사망 위험이 낮게 나타났다. 또 결혼하거나 각종 사회 모임에 참여한 사람들은 혈액의 DNA 변화를 토대로 측정한 일부 노화 지표에서 몸이 상대적으로 천천히 늙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어린 시절 힘든 경험은 건강과 생존에 좋지 않은 방향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있었다. 예를 들어 학교를 중도에 그만둔 경험이 있는 사람은 사망 위험이 높고 생물학적인 노화 속도도 빠른 경향을 보였다. 어린 시절 부모의 약물 사용 문제를 경험한 사람에서도 생물학적 노화가 빠른 경향이 나타났으며, 오랜 스트레스가 몸에 남긴 생리적인 부담도 더 컸다.
어린 시절뿐 아니라 성인이 된 뒤 겪은 부정적인 경험도 몸의 일부 변화와 함께 나타났다. 어린 시절과 성인기에 힘든 경험이 많은 사람은 염증 수준이 높은 경향을 보였고, 특히 성인기의 부정적인 경험이 많은 경우 심혈관 기능과 혈중 지방·혈당 대사에서도 좋지 않은 양상이 관찰됐다.
다만 나이 등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다른 요인들을 고려하자 성인기에 겪은 부정적인 경험 자체는 사망 위험을 독립적으로 높이지는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적 경험과 수명 연관성, 생물학적 노화가 연결고리 가능성
연구진이 주목한 것은 사회적 경험에 따라 나타나는 신체의 노화 속도였다. 연구에서는 혈액 속 DNA의 변화를 이용해 생물학적 노화 정도를 측정하는 여러 방법을 사용했다. 그 결과, 사회적 경험과 생존 사이의 관계를 설명할 수 있는 여러 요인 가운데 생물학적 노화가 가장 두드러졌다.
특히 GrimAge2라는 노화 지표를 함께 고려하자 긍정적인 사회적 경험과 사망 위험 사이에서 나타났던 연관성은 59.8% 약해졌다. 어린 시절의 부정적인 경험과 사망 위험 사이의 연관성도 42% 감소했다. 이는 사회적 경험과 사망 위험 사이의 관계에서 생물학적 노화가 하나의 연결고리로 작용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염증 역시 이러한 관계를 일부 설명하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생물학적 노화에 비해서는 그 정도가 작았다.
연구진은 이를 토대로 우리가 살아가면서 겪는 사회적 환경이 장기간에 걸쳐 몸에 생물학적인 흔적을 남기고, 이것이 건강과 수명에 영향을 미치는 하나의 경로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특히 DNA에서 나타나는 노화 관련 변화가 사회적 경험과 생존을 이어주는 중요한 연결고리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사람 많이 만나면 오래 산다”로 단정할 수는 없어
다만 이번 결과를 결혼하거나 사회활동을 많이 하면 노화가 느려지고 수명이 길어진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이번 연구는 참가자들의 사회적 경험과 건강 상태를 장기간 관찰해 그 사이에서 함께 나타나는 경향을 분석한 연구다. 따라서 사회적 활동 자체가 노화를 늦추거나 수명을 늘렸다는 직접적인 인과관계까지 입증한 것은 아니다. 원래 건강 상태가 좋은 사람이 사회활동에도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등 다른 요인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있다.
연구 대상에도 한계가 있다. 특히 혈액 등을 이용한 생체지표 분석에 참여한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건강하고 사회경제적 여건이 좋은 편이어서 이번 결과를 전체 인구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npj 에이징(npj Aging)》에 ‘Social experiences and mortality risk: mediating roles of epigenetic aging, allostatic load, and health status’라는 제목으로 게재됐다.
[자주 묻는 질문]
Q1. 사람들과 많이 어울리면 실제로 노화를 늦출 수 있나요?
A. 이번 연구만으로 사회활동이 노화를 직접 늦춘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결혼이나 모임 참여 등 긍정적인 사회적 경험이 많은 사람에게서 생물학적 노화가 느리고 사망 위험이 낮은 경향이 관찰됐습니다.
Q2. 생물학적 노화는 실제 나이와 어떻게 다른가요?
A. 실제 나이는 태어난 뒤 흐른 시간을 뜻하지만, 생물학적 노화는 몸이 실제로 얼마나 노화했는지를 나타내는 개념입니다. 이번 연구에서는 혈액 속 DNA에 나타나는 화학적 변화를 분석해 노화 정도를 추정했습니다.
Q3. 어린 시절의 힘든 경험도 노화와 관계가 있나요?
A. 이번 연구에서는 일부 어린 시절의 부정적인 경험이 빠른 생물학적 노화와 짧은 생존 기간을 보이는 경향과 함께 나타났습니다. 다만 관찰연구이므로 어린 시절의 경험이 노화를 직접 촉진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