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루라도 빨리 떼어내야 하는 것 아닌가.”
암 진단을 받으면 환자와 가족들이 흔히 하는 생각이다. 특히 3기처럼 진행된 유방암이라는 말을 들으면 수술을 서둘러야 할 것 같은 불안감이 커진다.
하지만 유방암은 경우에 따라 수술보다 항암치료를 먼저 한다. ‘선행항암화학요법(neoadjuvant chemotherapy)’이다. 종양 크기를 줄이고 암이 치료에 얼마나 반응하는지 확인한 뒤 수술과 후속 치료 방향을 정한다.
이때 암 병기(病期)뿐 아니라 호르몬수용체와 HER2 등 암의 생물학적 특성, 즉 ‘암 아형(亞型·subtype)’도 함께 본다. 같은 3기라도 아형에 따라 수술보다 항암치료를 먼저 하는 편이 적절할 수 있어서다.
암인데 왜 바로 수술하지 않았을까?
61세 여성 A씨는 오른쪽 유방에 만져지는 멍울 때문에 동네 병원을 거쳐 부산 온병원 유방암센터를 찾았다. 조직검사에서 침윤성 유방암이 확인됐다. 종양은 2.9㎝였고 여러 개의 겨드랑이 림프절에도 전이가 의심돼 임상적으로 3기 유방암이 추정됐다.
의료진은 바로 수술하지 않고 항암치료부터 시작했다. 모두 8차례 치료를 받은 뒤 영상검사에서 원발 종양은 2.9㎝에서 0.6㎝로 줄었다. 처음 관찰됐던 겨드랑이 림프절 병변도 영상에서는 뚜렷하게 보이지 않았다.
선행항암은 수술을 미루는 치료가 아니다. 수술 전에 전신치료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눈에 보이는 유방 종양뿐 아니라 영상검사에서 드러나지 않는 미세 암세포까지 일찍 치료하면서, 암이 약에 얼마나 반응하는지도 확인할 수 있다.
얼마나 줄었나보다 ‘어떻게 반응했나’가 중요
선행항암의 가장 눈에 띄는 효과는 종양이 작아지는 것이다. 종양이 줄면 처음에는 수술이 어려웠던 환자가 수술할 수 있게 되거나, 일부 환자에서는 유방을 보존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하지만 단순히 몇 ㎝ 줄었는지만 보는 것은 아니다. 치료에 암이 얼마나 반응했는지가 이후 치료를 정하는 중요한 기준이다.
유방암은 하나의 병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여러 아형으로 나뉜다. 여성호르몬 수용체가 있는지, HER2 단백질이 과도하게 발현되는지 등에 따라 치료법도 달라진다. 특히 HER2 양성 유방암이나 삼중음성 유방암에서는 수술 전 전신치료가 중요한 치료 과정이 될 수 있다.
따라서 같은 3기 유방암이라고 해도 모두 ‘수술 먼저’ 또는 ‘항암 먼저’로 단순히 나눠지지 않는다. 조직검사 결과와 암 아형, 종양 크기, 림프절 침범 정도, 환자의 전신상태 등을 함께 보고 치료 순서를 정한다.
“항암부터 하자”는 말, 암을 그냥 두자는 뜻 아니다
반면, 환자는 선행항암을 권유받으면 불안할 수 있다. 눈앞에 암이 있는데 몇 달 동안 수술하지 않는다는 생각 때문이다.
하지만 그 기간에도 치료는 계속된다. 항암제가 전신에 작용하고, 의료진은 검사로 종양이 줄어드는지 확인한다. 온병원 정영래 과장(유방외과)도 “당장 수술하기보다 선행항암으로 종양 크기와 부담을 줄인 뒤 수술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환자는 7월 28일. 오른쪽 유방 변형 근치 절제술과 겨드랑이 림프절 곽청술을 받았다.

수술 뒤에는 떼어낸 조직을 분석해 암이 얼마나 남았는지도 평가한다. 이 결과는 이후 추가 항암치료나 표적치료 등 후속 치료를 결정하는 자료가 된다.
온병원은 보건복지부 지정 ‘포괄2차종합병원’ 가운데 하나다. 포괄2차종합병원은 지역에서 중등증(中等症) 이상 환자를 진료하고, 암을 포함한 다양한 질병을 지역에서 치료할 수 있도록 진료 역량을 강화하는 역할을 맡는다.
유방암 치료는 외과 수술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 한 병원 안에서 조직검사부터 암 아형 판정→전신치료→반응평가→수술→수술 후 치료를 하나의 과정으로 쭉 연결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이런 기반 위에서야 유방암을 “얼마나 빨리 수술하느냐”보다 “어떤 순서로 치료하는 것이 맞느냐”가 제대로 작동한다.
‘암은 발견하면 빨리 떼어내야 한다’는 상식이 언제나 정답은 아닌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