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의 젊은 세대 사이에서 몸속의 ‘습기’를 제거한다는 이른바 ‘제습(祛濕)’ 열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무더위와 높은 습도로 쉽게 피로해지는 여름철을 맞아 기력 저하와 여드름, 번들거리는 피부 등의 원인을 몸속 습기로 해석하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다양한 건강 관리법이 주목받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이러한 현상은 전통 중의학(TCM)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의학에서는 체내 수분 대사와 혈액순환, 소화 기능의 균형이 무너지면서 습기가 쌓이면 피로와 무기력감, 소화 장애, 피부 트러블 등이 나타날 수 있다고 본다.
또한 높은 습도와 불규칙한 식습관, 수면 부족, 과도한 냉방 등을 몸속 습기를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꼽는다. 최근에는 기름진 두피와 여드름, 만성 피로, 무기력감까지 습기와 연결해 해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한의학에서도 체내 수분 대사가 원활하지 않은 상태를 ‘습담(濕痰)’이나 ‘담음(痰飮)’ 등의 개념으로 설명한다. 다만 진단 과정에서는 체질과 생활 습관, 전반적인 건강 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며, 특정 증상만으로 판단하지는 않는다.
건강 관리에서 놀이 문화로 바뀐 ‘제습’
현지 보도에 따르면, 제습은 최근 중국의 젊은 세대 사이에서 하나의 라이프스타일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하이킹과 캠핑이 사회적 활동으로 발전한 것처럼, 젊은이들이 자신의 경험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유하며 새로운 유행을 만들어 내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가 사막 모래 치료다. 중국 남부 광둥성에 거주하는 한 여성은 자신의 경험을 담은 영상을 공유하며, ‘소금구이 닭이 된 기분’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치료를 마친 뒤 다리에 달라붙은 축축한 모래가 몸속 습기를 빨아들인 증거라고 주장했다. 반면 복부 주변의 모래는 따뜻하고 부드러운 상태를 유지했다며, 부위마다 습기의 정도가 다르다고 설명했다.
눈물 흘리고 등 태우는 사람들
울음을 이용한 이른바 ‘울음 치료’도 등장했다. 일부 SNS 웰니스 계정에서는 눈물이 몸의 열기를 식혀 주는 ‘천연 소화기’ 역할을 하며, 마음속 화를 가라앉히는 데 도움이 된다고 주장한다.
한 온라인 사용자는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밤새 울고 난 뒤 몸에 났던 두드러기가 가라앉았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울음이 심리적 안정감을 줄 수는 있지만 몸속 습기를 제거하거나 피부 질환을 치료한다는 과학적 근거는 부족하다고 설명한다.
등에 햇빛을 쬐는 행동 역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사람들은 등을 햇빛에 노출해 몸속 냉기와 습기를 몰아내고 면역력을 높일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의료 전문가들은 한 번에 20분 이상 햇빛에 노출되는 것은 피하고, 강한 자외선이 내리쬐는 시간대는 피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열사병과 탈수, 피부 손상 위험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14조 원 규모로 성장한 제습 시장
이 같은 흐름은 거대한 시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중국 현지 매체에 따르면 제습 관련 콘텐츠의 누적 조회 수는 8억 회를 넘어섰으며, 18~34세 여성들이 유행을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 시장 규모는 약 680억 위안(약 14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팥과 율무를 활용한 차, 생강과 쑥 족욕제, 발 패치 등 다양한 제품이 전통 약재 상점을 넘어 전자상거래 플랫폼으로까지 판매 영역을 넓히고 있다.
중국에서는 검사 결과 특별한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음에도 만성 피로와 무기력감, 소화 장애 등을 호소하는 상태를 ‘아건강(亚健康)’이라고 부른다. 이는 질병으로 진단되지는 않았지만 건강한 상태라고 보기도 어려운 일종의 경계 단계에 해당하는 개념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개념이 현대인의 건강 관리 수요와 맞물리면서 인기를 얻고 있다고 분석한다. 질병이 발생한 뒤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생활 습관을 관리하자는 생각이 젊은 세대의 공감을 얻고 있다는 것이다.
몸이 무겁고 쉽게 지친다면...높은 습도가 원인일 수도
중의학에서 말하는 습기는 단순히 체내에 수분이 많다는 의미라기보다 몸속 수분 대사와 소화 기능, 혈액순환, 신진대사 등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 상태를 포괄적으로 설명하는 개념에 가깝다.
실제로 요즘처럼 고온다습한 환경에서는 땀이 제대로 증발하지 못해 체온 조절 기능이 떨어질 수 있으며, 이로 인해 피로감과 무기력감, 두통, 집중력 저하 등이 나타날 수 있다. 또 피부의 피지 분비가 늘어나 여드름과 모낭염, 지루성 피부염 등이 악화되기도 한다.
일부 연구에서는 습도와 기압 변화가 관절 통증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비가 오는 날 무릎 통증이 심해졌다고 호소하는 사람이 적지 않은 이유도 이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정확한 인과관계는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몸 상태가 좋지 않다고 느껴질 때는 검증되지 않은 민간요법에 의존하기보다 충분한 수면과 규칙적인 운동, 균형 잡힌 식사 등 기본적인 생활 습관을 먼저 점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