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8세의 미국 남성이 평소처럼 해산물을 먹은 직후 갑자기 몸에 이상을 느꼈다. 얼굴과 목 등 신체가 퉁퉁 부어오르고, 혈압이 뚝 떨어지고, 숨을 쉬기 힘든 호흡곤란 증상을 나타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구급대원들은 이 환자가 치명적인 알레르기 반응인 아나필락시스(급성 과민반응)를 보인 것으로 판단했다. 현장에서 응급처치제인 에피네프린 0.2mg을 세 차례 근육으로 주사한 뒤 환자를 응급실로 옮겼다.
미국 오클랜드대 의대 연구팀에 의하면 이 50대 환자는 평소 고혈압·고지혈증·제2형당뇨병·비만 등 대사증후군을 앓고 있었지만, 적절히 관리하며 잘 지내고 있었다.
환자의 저혈압 증상은 쉽게 잡히지 않았다. 연구팀은 에피네프린 정맥 주입을 지속했다. 정밀 검사를 위해 시행한 심전도(ECG) 검사 결과는 놀라웠다. 심장 근육으로 가는 혈류가 차단됐을 때 나타나는 심전도 변화(ST분절 상승)가 뚜렷이 관찰됐다. 이는 심장 근육 전체에 심각한 혈류 장애가 발생했다는 신호였다.
환자는 뜻밖에도 심근경색 환자가 호소하는 가슴을 쥐어짜는 듯한 흉통을 전혀 호소하지 않았다. 하지만 심전도에 이상이 나타났기에, 연구팀은 즉시 심장 혈관 검사인 관상동맥 조영술을 시행했다. 그 결과,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주요 혈관이 95%나 막혀 있었다. 알레르기 반응으로 혈관 내 벽에 쌓인 지방 덩어리가 터지면서 그 위에 혈전(피떡)이 엉겨 붙어 있었다.
연구팀은 이 환자에게 쿠니스증후군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막힌 혈관에 약물 방출 스텐트(혈관 확장 스프링)를 삽입해 혈류를 정상으로 회복시켰다. 재관류 시술 후 환자는 안정을 되찾았고, 심장 기능(좌심실 박출률 65%)도 안전하게 유지됐다. 환자는 항혈소판제·스타틴·항히스타민제·코르티코스테로이드 등을 처방받고 입원 3일 만에 건강하게 퇴원했다.
이 사례 연구 결과(ST-Segment Elevation Myocardial Infarction (STEMI) With a Fishy Twist: A Case of Kounis Syndrome Following Seafood Ingestion)는 최근 국제 학술지 《큐레우스(Cureus)》에 실렸다.
미국에서 해산물은 사람이 먹을 수 있는 모든 수산물을 뜻한다. 여기에는 바다 생선과 민물고기, 새우·게·바닷가재 등 갑각류와 굴·조개·오징어 등 패류·두족류, 식용 해조류 등이 포함된다. 이 논문에는 환자가 구체적으로 뭘 먹었는지 밝히지 않았다. 해산물 모듬을 먹었을 수도 있다.
쿠니스증후군은 알레르기나 과민 반응에 의해 발생하는 급성 관상동맥증후군이다. 실제로 알레르기 반응 때문에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이 사례 속 환자도 이에 해당한다.
음식·약물·벌침 등 특정 알레르기 유발 물질(알레르겐)에 노출되면 면역세포인 비만세포와 알레르기·염증 반응에 관여하는 호염기구가 활성화한다. 이때 히스타민 등 각종 염증 물질이 대량 방출되며, 이들 물질은 심장 혈관을 강하게 수축시키거나 혈전을 유발해 심근경색을 일으킨다.
쿠니스증후군은 발병 메커니즘에 따라 세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제1형은 평소 심혈관병이 없는 사람에게 알레르기 반응으로 혈관 경련만 일어나는 경우다. 제2형은 평소 동맥경화(죽상경화증)가 있던 환자에게 알레르기 염증이 원인으로 작용해 혈관 내 찌꺼기(플라크)가 터져 혈전을 유발하는 경우다. 사례 속 환자는 이에 해당한다. 제3형은 심장 혈관에 스텐트를 넣은 환자에게 알레르기 반응으로 스텐트 내부에 혈전이 생기는 경우다.
질병관리청의 국민건강영양조사(2022~2024 발표 기준) 데이터를 보면 국내 50대 후반 이상의 약 15~20%가 고혈압·고지혈증·당뇨병·비만 등 네 가지 대사질환을 모두 앓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 네 가지 질환 중 세 가지 이상을 보유한 경우를 대사증후군 환자라고 하며 60대 이상 고령층의 약 39~45%가 여기에 해당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심혈관병은 국내 사망 원인 중 2위를 차지한다.
현대 사회에서 식품 알레르기 및 약물 과민반응 인구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따라서 알레르기 증상이 발생할 때 심장에 이상 증상이 나타나는지 유심히 살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쿠니스증후군의 치료는 까다롭다. 아나필락시스 응급치료제인 에피네프린은 알레르기 치료에 필수적이다. 하지만 심장 근육의 산소 소비를 늘리고 혈관을 수축시켜 심근경색을 악화할 수 있다. 거꾸로 심장병 치료에 쓰는 일부 약물(베타차단제, 모르핀)은 알레르기 반응을 악화할 수 있다.
쿠니스증후군을 예방하고 안전하게 대처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사항을 기억하는 게 바람직하다. 첫째, 알레르기 반응 때 가슴 통증이 없더라도 어지럼증, 호흡곤란과 함께 혈압이 뚝 떨어지면 심장 이상 신호일 수 있으니 경계해야 한다. 둘째, 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 등 동맥경화를 일으킬 우려가 있는 병을 앓는 사람은 알레르기 항원(해산물, 특정 약물 등)에 대한 노출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셋째, 평소 특정 음식이나 약물에 알레르기가 있다면 응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 의료진에게 이를 즉시 알려야 한다. 정확한 초기 진단과 치료 방향 결정에 큰 도움이 된다.
[자주 묻는 질문]
Q1. 알레르기 약을 먹으면 쿠니스 증후군을 예방할 수 있나요?
A1. 평소 알레르기 약(항히스타민제)을 복용하더라도 중증 아나필락시스나 쿠니스 증후군을 완전히 막기는 어렵습니다.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물질을 사전에 파악하고 철저히 피하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Q2. 해산물에 알레르기가 없던 사람에게도 갑자기 쿠니스증후군이 발생할 수 있나요?
A2. 네, 그렇습니다. 성인이 된 이후에 특정 음식이나 약물에 대한 알레르기가 갑자기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로 인한 과민반응이 심장 혈관에 영향을 주면 쿠니스증후군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Q3. 쿠니스증후군은 완치가 가능한가요?
A3. 급성기에는 스텐트 시술이나 약물 치료로 심장 혈류를 회복하고 알레르기 염증을 완화해 정상 상태로 회복할 수 있습니다. 다만 원인 알레르겐을 지속적으로 피하고 동맥경화 등을 꾸준히 관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