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08일 (수)

“영어 말고 하나 더 배워야 하나”…4개 언어 쓰면 뇌 13년 젊다?

여러 언어 쓸수록 뇌 나이 젊었다…능숙도와 습득 시기도 영향

두 개 이상의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은 한 가지 언어만 쓰는 사람보다 뇌의 노화 속도가 더 느릴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두 개 이상의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은 한 가지 언어만 쓰는 사람보다 뇌의 노화 속도가 더 느릴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구에 따르면 사용하는 언어가 많을수록 실제 나이에 비해 뇌가 더 젊었으며, 제2언어를 일찍 배우고 능숙하게 구사할수록 뇌 노화가 더딘 것으로 나타났다.

스페인 바스크 인지·뇌·언어 센터의 루시아 아모루소 박사팀은 최근 열린 《2026 유럽신경과학회연맹(FENS) 포럼》에서 다언어 사용 경험과 뇌 노화의 관계를 분석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에는 칠레 아돌포 이바녜스대 라틴아메리카 뇌건강연구소, 아르헨티나 산안드레스대 인지신경과학센터, 아일랜드 트리니티칼리지 더블린 글로벌뇌건강연구소 연구진이 참여했다.

뇌는 수십억 개의 신경세포가 서로 신호를 주고받는 거대한 연결망이다. 나이가 들수록 이러한 뇌의 연결성은 점차 약해지고, 이에 따라 기억력이나 정보처리 속도 등 인지 기능도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연구진은 여러 언어를 사용하는 경험이 이 같은 노화 과정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살펴봤다.

뇌 연결성으로 ‘뇌 나이’ 측정, 노화 시계 개발

연구진은 먼저 성인 728명의 안정 상태 뇌 연결성 데이터를 이용해 ‘뇌 노화 시계’를 만들었다. 뇌세포가 활성화될 때 발생하는 미세한 자기장을 측정하는 뇌자기도(MEG)를 이용해 뇌 활동을 기록한 뒤, 인공지능 기반 머신러닝 모델에 연령별 뇌 연결성 자료를 학습시켰다. 이를 통해 특정 연령에서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뇌 연결성의 특징을 토대로 개인의 뇌 나이를 측정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런 다음 이 모델을 스페인 바스크 지역에 거주하는 144명에게 적용했다. 참가자들은 스페인어와 바스크어, 프랑스어, 영어 등 한 개에서 네 개의 언어를 사용하고 있었다.

실제 나이와 모델이 예측한 뇌 나이를 비교한 결과 차이는 뚜렷했다. 두 개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은 한 가지 언어만 사용하는 사람보다 뇌 나이가 약 6년 젊게 나타났다. 세 개 언어 사용자는 약 7년, 4개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은 뇌 나이가 약 13년 더 젊었다.

언어 개수뿐 아니라 숙련도와 습득 시기도 뇌 노화와 연관성 보여

사용하는 언어의 개수만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제2언어가 유창할수록, 또 제2언어를 더 어린 나이에 습득했을수록 실제 나이에 비해 뇌 나이가 적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었다.

이에 대해 아모루소 박사는 “다언어 경험의 효과는 단순히 이중언어를 사용하는지 여부가 아니라, 언어 경험의 깊이와 기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직접적인 인과관계 단정 못해…생활습관 등 영향 가능성

다만 이러한 결과만으로 여러 언어 사용이 직접적으로 뇌 노화를 늦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연구진은 참가자의 연령과 성별, 교육 수준 등을 고려했지만 생활습관이나 사회적 교류처럼 뇌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다른 요인의 영향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앞으로 알츠하이머병을 비롯한 신경퇴행성 질환 환자를 대상으로 다언어 경험과 뇌 노화, 뇌의 회복탄력성 사이의 관계를 연구할 계획이다. 서로 매우 비슷한 두 개 이상의 언어를 사용하는 경우 뇌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지는지도 살펴볼 예정이다. 서로 밀접하게 연관된 언어를 구분해 사용하려면 더 높은 수준의 언어 조절 능력이 필요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FENS 포럼의 커뮤니케이션위원회 의장인 그리스 아테네 국립카포디스트리아대 크리스티나 달라 교수는 “금연과 건강한 식습관, 사회적·예술적 활동, 신체활동 등 다양한 요인이 나이가 들면서 뇌 건강과 인지 능력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며 “평생 뇌를 어떻게 사용하는지도 중요하며, 특히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고 뇌를 적극적으로 활성화하는 학습이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연구는 두 번째, 세 번째, 네 번째 언어를 배우는 경험이 뇌를 더 오랫동안 젊게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가능성을 보여주며, 일찍 시작할수록 효과가 클 수 있음을 시사한다”며 “다른 언어를 배우는 데는 사회적·문화적 이유뿐 아니라 뇌 건강 측면에서도 충분한 이유가 있는 만큼 학교와 평생교육 과정에서 언어 학습을 장려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자주 묻는 질문]

Q1. 여러 언어를 사용하면 실제로 뇌 노화를 늦출 수 있나요?
연구에서는 여러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일수록 실제 나이에 비해 뇌 나이가 젊게 나타나는 연관성이 확인됐다. 다만 생활습관이나 사회적 교류 등 다른 요인의 영향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어, 다언어 사용이 직접 뇌 노화를 늦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Q2. 몇 개 언어를 사용할 때 뇌 나이 차이가 가장 컸나요?
한 가지 언어만 사용하는 사람과 비교했을 때 두 개 언어 사용자는 뇌 나이가 약 6년, 세 개 언어 사용자는 약 7년 젊게 나타났다. 네 개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은 약 13년 더 젊은 뇌 나이를 보였다.

Q3. 외국어는 어릴 때 배워야 뇌 건강에 더 좋은가요?
이번 연구에서는 제2언어를 더 어린 나이에 습득하고 능숙하게 구사할수록 뇌 노화 지연과의 연관성이 더 뚜렷하게 나타났다. 그러나 단순히 조기 외국어 교육을 시작하는 것보다 언어를 얼마나 능숙하게 익히고 오랫동안 사용했는지가 함께 중요한 것으로 분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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