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희귀 자가면역 혈관염 치료제 ‘타브너스’가 미국과 유럽에서 허가 유지 여부를 다시 심사받고 있다. 미국에서는 허가에 근거가 된 핵심 임상 논문이 국제 의학 학술지에서 철회됐고, 식품의약국(FDA)은 임상자료 신뢰성과 효과 입증 문제를 이유로 타브너스 승인 철회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이와 별도로 시판 후 약물 유발성 간손상 사례도 확인되면서 안전성 우려가 함께 제기됐다. 유럽에서는 EMA 산하 약물사용자문위원회(CHMP)가 판매허가 취소를 권고했다.
이 사안은 국내에서도 관심을 끌고 있다. 타브너스는 2023년 9월 한국에서도 희귀의약품으로 허가됐기 때문이다. 허가 대상은 활동성 중증 육아종증 다발혈관염(GPA)과 현미경적 다발혈관염(MPA) 성인 환자다. 다만 국내에서는 정식 시판되지 않았고, 일부 의료기관에서 환자지원프로그램을 통해 제한적으로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규제기관의 판단이 곧바로 국내 허가 취소를 뜻하는 것은 아니지만, 허가 근거 자료와 안전성 정보를 다시 들여다볼 필요성은 커졌다.
타브너스(성분명 아바코판)는 항호중구세포질항체(ANCA) 관련 혈관염 치료제다. ANCA 관련 혈관염은 면역체계 이상으로 작은 혈관에 염증이 생기는 희귀 자가면역질환이다. 혈관 염증이 신장과 폐 등 주요 장기를 침범하면 장기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대표 질환이 육아종증 다발혈관염과 현미경적 다발혈관염이다.
아바코판은 보체 C5a 수용체를 차단하는 경구용 치료제다. 보체는 몸의 면역반응에 관여하는 단백질 체계다. 이 가운데 C5a가 수용체에 결합하면 호중구 같은 면역세포가 활성화돼 혈관 염증 반응에 관여할 수 있다. 아바코판은 이 경로를 억제하는 방식으로 개발됐다. 국내 허가사항상 타브너스는 단독요법이 아니라 리툭시맙 또는 시클로포스파미드 요법과 병용해 사용한다.
임상 결과 처리 과정 논란…허가 논문 철회로 이어져
미국 FDA는 2021년 10월 타브너스를 중증 활동성 ANCA 관련 혈관염 성인 환자에서 표준요법에 추가하는 치료제로 승인했다. 당시 허가 근거가 된 핵심 임상은 3상 ADVOCATE 연구였다. 이 연구 결과는 2021년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NEJM)≫에 게재됐지만, 최근 논문이 철회되면서 임상자료 신뢰성 논란이 불거졌다.
논문 철회의 핵심은 임상자료 처리 과정이다. FDA 조사 결과 ADVOCATE 연구에서 9명 환자의 1차 평가변수 판정이 데이터베이스 잠금(database lock)과 임상시험 눈가림 해제(trial unblinding) 이후 다시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 사실은 원 논문에 공개되지 않았다.
데이터베이스 잠금은 임상시험 자료를 분석하기 전 데이터를 확정하는 절차다. 눈가림 해제는 연구진이 어떤 환자가 시험약을 받았고 어떤 환자가 대조군에 배정됐는지 알게 되는 단계를 말한다. 이런 절차가 끝난 뒤 주요 평가 결과가 다시 판정됐다면 결과 해석의 객관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 NEJM은 이러한 재판정이 논문에 공개되지 않았고 적절한 연구 수행 원칙과도 맞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FDA의 문제 제기는 논문 철회에 앞서 이미 본격화됐다. FDA 의약품평가연구센터(CDER)는 올해 4월 타브너스 승인 철회를 제안했다. 새로 확인된 정보를 바탕으로 허가 당시 제출된 핵심 임상시험 결과를 더 이상 유효한 효과 입증 자료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허가 신청 자료에 사실과 다른 진술이 있었다는 점도 문제 삼았다.
암젠은 이에 맞서 독립적인 재평가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회사 측은 과학적 진실성을 중요하게 여기며 학술지의 동료심사(피어리뷰) 역할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또 듀크임상연구소가 ADVOCATE 연구의 1차 평가변수 결과를 독립적이고 눈가림된 방식으로 다시 평가하고 있으며, 해당 결과를 FDA 청문 절차에 제출하고 학술지에도 투고하겠다는 입장이다.
간손상 안전성도 쟁점…국내 사용은 제한적
임상자료 신뢰성 논란과 별도로 안전성 문제도 제기됐다. FDA는 올해 3월 타브너스 복용 환자에서 중대한 약물 유발성 간손상 사례가 확인됐다고 알렸다. FDA는 시판 후 이상사례 보고를 검토한 결과, 아바코판 사용과 합리적 인과관계가 있다고 볼 수 있는 약물 유발성 간손상 사례 76건을 확인했다. 이 가운데 54건은 입원으로 이어졌고, 8건은 사망 사례였다.
일부 환자에서는 소실성 담관 증후군도 보고됐다. 소실성 담관 증후군은 간 안의 작은 담관이 손상되거나 사라지면서 담즙 흐름이 막히는 드문 질환이다. 황달, 가려움, 피로가 나타날 수 있고, 심하면 영구적인 간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FDA는 의료진에게 치료 초기 간기능 검사를 정기적으로 시행하고, 간손상이 의심되면 타브너스 투여를 중단하라고 권고했다.
유럽에서도 허가 유지 여부가 쟁점이 됐다. EMA 산하 약물사용자문위원회(CHMP)는 최근 타브너스의 유럽 판매허가 취소를 권고했다. EMA는 허가 근거가 된 주요 임상시험 자료의 신뢰성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추가 분석과 시판 후 자료를 검토했지만 약의 유익성이 위해성을 상회한다고 입증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유럽 집행위원회가 이 권고를 확정하면 타브너스는 EU에서 더 이상 허가 의약품으로 사용할 수 없게 된다.
국내 상황은 해외와 구분해 볼 필요가 있다. 타브너스캡슐10밀리그램은 2023년 9월 희귀의약품으로 허가됐지만, 아직 국내에서 정식 시판되지는 않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2024년 4월부터 25개 의료기관에서 76명이 시판 전 희귀의약품 환자지원프로그램을 통해 무상 공급받아 사용한 것으로 파악된다. 식약처는 현재까지 국내에서 사망이나 담관소실증후군이 보고된 사례는 없다고 밝혔다.
현재 미국에서 타브너스는 최종 결정이 내려지기 전까지 시장에 남아 있다. 유럽에서는 허가 취소 권고가 나왔고, 국내에서는 해외 조치와 안전성 자료를 토대로 추가 검토가 이뤄질 수 있다. 해외 규제기관의 최종 판단, 암젠의 독립 재평가 결과, 국내 사용 환자의 이상사례 현황이 향후 국내 허가와 사용 논의의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