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07일 (화)

GSK, 폐암 신약에 16조 원 베팅…로슈·화이자에 도전장

FDA 허가 앞둔 표적항암제 2종 확보…HIV 특허만료 공백 메우기


사진=GSK

영국에 본사를 둔 글로벌 제약사 GSK가 미국 바이오기업 누발렌트(Nuvalent)를 106억 달러, 우리 돈 약 16조1000억 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 결정을 앞둔 폐암 표적항암제 2종을 확보해 로슈, 화이자 등 기존 강자들과 경쟁하려는 전략이다.

9일(현지시간) 발표된 이번 거래의 핵심은 누발렌트가 개발 중인 ROS1 억제제 ‘지데삼티닙’과 ALK 억제제 ‘넬라달킵’이다. FDA는 지데삼티닙 허가 여부를 오는 9월, 넬라달킵 허가 여부를 11월 결정할 예정이다. 두 약물이 허가되면 GSK는 폐암 표적치료제 시장에 빠르게 진입할 수 있다.

누발렌트는 두 후보물질 외에도 임상 1상 단계의 HER2 억제제 계열 항암제와 전임상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GSK 입장에서는 단기 매출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거래다. 회사는 2028∼2030년 핵심 에이즈(HIV 감염) 치료제 ‘돌루테그라비르’의 독점권 만료로 제네릭 경쟁 압박을 받을 수 있다. 이번 인수는 그 공백을 항암제 매출로 메우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허가 앞둔 폐암 신약 2종 확보

지데삼티닙은 ROS1 양성 비소세포폐암(NSCLC)을 겨냥한 표적항암제다. 비소세포폐암은 폐암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유형이다. 이 가운데 일부 환자는 암세포 성장에 관여하는 ROS1 유전자 변이를 갖고 있다. ROS1 억제제는 이 변이를 표적으로 삼아 암세포 증식을 막는 약물이다.

누발렌트는 앞서 티로신 키나아제 억제제(TKI) 치료를 받은 ROS1 양성 비소세포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지데삼티닙의 FDA 허가를 신청했다. TKI는 암세포 성장 신호를 차단하는 표적치료제 계열이다. 누발렌트는 GSK 인수 제안을 받아들이기 전, 올해 하반기에는 TKI 치료 경험이 없는 환자까지 포함하도록 적응증 확대를 신청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지데삼티닙이 허가되면 화이자의 ROS1 표적치료제 ‘잴코리’(성분명 크리조티닙)와 경쟁할 수 있다. 누발렌트는 잴코리를 ROS1 양성 비소세포폐암의 1차 표준치료제로 언급해 왔다. 치료 지침에서는 로슈의 ‘로즐리트렉’,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퀴브(BMS)의 ‘어그티로’ 등도 권고된다. 특히 뇌전이가 있는 환자에서 이들 약물의 역할이 주목받고 있다.

누발렌트는 지데삼티닙의 차별점으로 더 오래 지속되는 효과와 중추신경계 부작용 감소 가능성을 내세우고 있다. 폐암 표적치료제 시장에서는 암이 뇌로 전이됐을 때 약물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작용하는지, 인지 기능이나 신경계 부작용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가 중요한 경쟁 요소다.

넬라달킵은 ALK 양성 비소세포폐암을 겨냥한다. ALK 변이는 비소세포폐암 환자 일부에서 나타나는 대표적인 표적 유전자 변이다. FDA는 현재 TKI 치료 경험이 있는 ALK 양성 비소세포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넬라달킵을 심사하고 있다.

누발렌트는 TKI 치료 경험이 없는 환자를 대상으로도 넬라달킵의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이 연구에서는 넬라달킵을 로슈의 ALK 억제제 ‘알레센자’(성분명 알렉티닙)와 직접 비교한다.

환자 많지 않아도 중장기 매출 기대

GSK가 누발렌트의 기업가치를 높게 평가한 데에는 해당 폐암의 치료 기간도 영향을 미쳤다. ALK 변이는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약 3∼5%에서, ROS1 변이는 약 1∼3%에서 발견된다. 전체 환자 수는 많지 않지만, 표적치료제 대상 환자는 여러 암종에 비해 약물 복용 기간이 긴 편이다. 장기간 처방이 이어질 수 있어 매출 지속성이 높다는 뜻이다.

GSK는 지데삼티닙과 넬라달킵이 모두 블록버스터급 잠재력을 가진다고 보고 있다. 회사는 누발렌트 주식을 주당 124달러, 약 18만9000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이는 누발렌트의 전날 종가 88.49달러, 약 13만5000원에 상당한 프리미엄을 얹은 금액이다.

지데삼티닙이나 넬라달킵이 FDA 허가를 받으면 GSK의 폐암 시장 진입은 한층 빨라질 전망이다. 동시에 지난해 소세포폐암 임상 3상에 들어간 B7-H3 항체약물접합체(ADC) ‘리스부타투그 레제테칸’의 상업화 기반을 넓히는 발판이 될 수 있다.

이번 인수는 GSK가 항암제, 특히 폐암 표적치료제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HIV 치료제 특허만료 압박이 다가오는 가운데, GSK가 로슈와 화이자가 장악해 온 폐암 표적항암제 시장에서 새 성장축을 만들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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