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22일 (수)

AI와 3D가 바꾼 임플란트 제1기준…“어디, 어떻게 심어야 더 오래 버틸까?”

서울루디치과 유성근 원장, "디지털은 속도가 아닌 오차를 줄이는 도구"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60대 초반 A씨는 어금니 두 개를 연달아 잃은 뒤 석 달째 임플란트 상담을 미루고 있다. 친구에게 들은 말이 발목을 잡고 있어서다.

“임플란트 몇 개나 해야 하나”, “잇몸이 부실하면 뼈 이식도 해야 하나”, “한 번 실패하면 다시 하기가 더 힘들다더라”, “요즘엔 고급 장비를 많이 써서 비용도 많이 든다더라”.

치과 문턱을 넘기도 전에 걱정이 쌓인다. 이처럼 50~70대가 치과를 찾을 때 겪는 고민은 대개 비슷하다. 임플란트를 하는 게 맞는지, 치료비는 적절한지, 치료가 정말 필요한지 가늠하기 어렵다. 치아 속을 직접 들여다볼 수 없으니 의사 말을 믿어야 하는데, 그 믿음이 쉽지 않다. 과잉진료 우려와 치료 결과에 관한 불안이 뒤섞인다.

경기 광명시 서울루디치과 유성근 대표원장(치과보철과)은 이 세대의 고민을 “불확실성에 대한 두려움”이라 읽었다. 치료가 필요하다는 사실보다, 그 치료가 정말 자신에게 맞는 것인지 확신하지 못하는 데서 오는 불안이란 얘기다.

임플란트 수술실 모니터에 3D 내비게이션 영상이 실시간으로 표시된다. 디지털 가이드 기반 식립 시스템을 한눈에 보여준다. 사진=서울루디치과

공학도에서 보철과 전문의로…치과를 ‘수리과학’처럼 다루는 이유

유 원장의 이력은 일반적인 치과의사 경로와 사뭇 다르다. 부산과학고를 조기 졸업한 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생명과학과를 우등 졸업했다. 이후 서울대 치대를 나와 서울대 치과병원에서 인턴과 레지던트를 거쳤다. 치의학대학원에서 치과보철학 박사학위도 받았다.

그래서 치과 진료를 바라보는 틀 자체가 공학적이다. “1mm 이하의 오차가 수년 뒤 보철물 수명과 환자의 저작력(咀嚼力)을 좌우한다”고 했다. 음식물 씹는 행위를 단순한 생리 현상이 아니라 엄청난 하중과 힘의 분산이 맞물려 돌아가는 정밀한 ‘역학(力學) 메커니즘’으로 바라보기 때문이다.

치아를 심고 씌우는 임플란트와 보철을 건축이나 토목 공사라 한다면 매일 엄청난 압력을 받는 입안도 기계나 다리(교량)처럼 정밀하게 역학 계산해야 더 안전하게, 더 오래 쓸 수 있다고 보는 것. 유 원장이 치아와 턱을 하나의 구조물처럼 분석하고 설계하려는 것도 그런 맥락에서다.

유성근 원장이 치과에서 크라운, 브릿지, 틀니 같은 보철물을 만들 때 쓰는 교합기(咬合器)로 보철물 제작 원리를 설명하고 있다. 환자의 위턱과 아래턱 관계를 기계적으로 재현하는 장치다. 환자 입안을 본뜬 석고 모형을 여기에 장착하면, 위아래 치아가 실제로 맞물리는 움직임을 원내 기공실에서도 그대로 재현할 수 있다. 사진=서울루디치과

이어 국군수도병원 치과 과장과 임플란트 심의위원을 지냈다. 고난도 임상 케이스를 직접 심사하고 치료하면서 데이터 기반 진단이 치료 결과를 얼마나 다르게 하는지 몸으로 익혔다.

“임플란트 몇 개 심느냐”보다 먼저 물어야 할 것이 있다

임플란트 상담에서 환자들이 가장 먼저 묻는 것은 “몇 개를 심어야 하는가”이다. 합리적인 질문이다. 하지만 치과보철과 관점에서 더 먼저 따져봐야 할 것은 따로 있다.

임플란트는 뼈에 기둥을 박는 수술로 끝나지 않는다. 그 위에 치아 모양의 보철물이 올라가고, 그 보철물이 매일의 저작 하중을 견뎌야 한다. 위치가 조금만 어긋나도 보철물의 형태, 교합(맞물림), 잇몸 관리 모두에 영향을 미친다. 유 원장도 “임플란트는 심는 것 자체보다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보철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위치에 정확히 심는 것이 핵심”이라고 했다.

50~70대에서 이 원칙이 유독 중요한 이유가 있다. 이 연령대는 치아가 이미 한두 개 빠져 있거나, 브릿지 등 다른 보철물을 오래 써온 경우가 적지 않다. 잇몸뼈가 이미 줄었고, 당뇨나 골다공증을 함께 앓고 있기도 하다.

그래서 빈자리를 채우는 방식만으로는 부족하다. 남아 있는 치아, 씹는 힘의 분산, 잇몸뼈 상태, 향후 관리 가능성까지 따져야 한다. 3D CT와 구강스캔 데이터를 토대로 뼈 구조와 보철 위치를 수술 전에 함께 설계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AI, 3D가 내 환부를 볼 수 있게 해준다고?

디지털 치과라는 말을 들으면 고가 장비를 먼저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진짜 의미는 따로 있다. 장비가 진단을 ‘보이게’ 만든다는 것이다.

사실 50~70대 환자가 치과에서 가장 난처한 순간 중 하나는 치료가 필요하다는 말을 들었을 때 그 근거를 직접 확인할 수 없다는 점이다. 초기 충치, 치아 사이 충치, 잇몸뼈 내부 병소(病巢), 임플란트를 심을 자리의 뼈 상태는 육안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이때 디지털 영상과 3D 자료는 왜 치료가 필요한지를 환자에게 직접 보여주는 근거가 된다. 정량광형광(QLF) 방식의 충치 진단 장비 ‘Qray’가 대표적이다. 일반 방사선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초기 충치나 미세한 치아 균열을 특수 파장의 빛으로 수치화해 시각 자료로 보여준다. 최신 구강스캐너 ‘TRIOS 6’, AI 기반 영상진단 시스템, 페이스 스캔 시스템도 함께 활용한다.

유 원장은 “정밀 장비를 활용하면 실제 수치를 근거로 꼭 필요한 부위만 선별해 치료 계획을 세울 수 있다”며 “3D CT 분석 역시 불필요한 임플란트 식립 개수를 줄이고, 가장 합리적인 위치를 찾는 데 도움이 된다”고 했다. 진단 장비가 과잉진료를 부추기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과잉진료를 막는 브레이크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잇몸과 치아 배열에 초점을 맞춘 구강스캔(왼쪽)만으로도 진료엔 충분할 수 있다. 하지만 안모(顔貌)스캔(오른쪽)이 있으면 보철을 다 했을 때 얼굴에 잘 맞는지까지 미리 그려볼 수 있다. 유성근 원장은 “안모스캔과 구강스캔을 중첩시켜 얼굴에 가장 적합한 위치에 수술과 보철을 디자인할 수 있다”고 했다. 사진=서울루디치과

디지털이 의사를 대체한다는 오해

디지털 치과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한편에서는 우려도 나온다. 장비에 의존하다 보면 의사가 직접 손으로 하는 술기(術技)가 오히려 약해지는 것 아니냐는 것.

하지만 유 원장은 이를 아날로그와 디지털 중 하나를 선택하는 문제가 아니라고 했다. 현장의 임상 경험이 충분히 쌓여야 디지털 장비도 100% 능숙하게 다룰 수 있어서다.

“구강 스캐너가 아무리 정밀해도 교합과 마진(Margin, 치아 삭제면과 보철물 가장자리가 맞닿는 경계선), 그리고 치아 주변 연(軟)조직을 어떻게 읽고 해석해야 하는지 임상적 이해가 부족하면 좋은 결과를 내기 어렵습니다. 네비게이션 임플란트 역시 골밀도와 보철 위치를 의사가 먼저 정밀하게 설계해 두어야 컴퓨터 가이드도 제 역할을 할 수 있어요.”

마진이 맞지 않으면 음식물이 끼거나 잇몸 염증, 2차 충치, 보철물 탈락으로 이어진다. 보철물이 겉으로 아무리 예뻐 보여도 교합이 한쪽에 쏠리면 오래 버티기 어렵다. 이런 판단은 여전히 의사의 임상 감각에서 나온다.

그는 디지털 치의학의 방향을 오차 제로에 가까워지려는 과정이라 했다. 진단과 설계 과정에서 오차를 줄이고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일이라는 것.

최근 일부 치과에서 원내에 디지털 기공실을 갖추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주치의가 기공 과정도 직접 관리한다. 디지털 밀링 장비와 3D 프린터 등을 활용해 필요한 경우 당일 보철 제작도 가능한 구조다.

원내 기공실에서 3D 구강스캔 데이터를 바탕으로 보철물 형태를 설계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치과용 CAD/CAM 밀링 장비(왼쪽)와 3D 프린터, 소결로(燒結爐) 등이다. 진단부터 보철 제작까지 원스톱으로 이뤄지는 디지털 워크플로(workflow)의 거점이다. 사진=서울루디치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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