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12일 (일)

생리 때마다, 배꼽 부어오르고 진물·통증...단순 염증으로 여겨 2년 고통?

약 먹고 연고 발라도, 낫지 않던 배꼽 혹과 부기·진물·통증…알고 보니 ‘자궁 조직’ 탓/‘배꼽 자궁내막증’으로 최종 진단

청바지 차림의 여성이 배꼽을 드러내 보이고 있다. 복부 수술이나 산부인과 수술 병력이 전혀 없는데도 배꼽에 자궁내막증이 발생한 31세 여성의 사례가 학계에 보고됐다. 사진은 기사 속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영국의 30대 여성이 생리 때마다 배꼽이 부어오르고 진물이 흐르고 심한 통증을 겪어 대학 병원을 찾았다. 이 환자의 증상은 단순한 배꼽 감염이나 육아종으로 여겨졌다. 동네 병원에서 2년 동안 항진균제·항생제 연고로 치료를 거듭했으나 증상은 전혀 좋아지지 않았다.

영국 사우샘프턴대 병원 연구팀은 복부 수술이나 산부인과 수술 병력이 전혀 없는데도 배꼽에 ‘원발성 피부 자궁내막증’이 발생한 31세 여성의 사례를 학계에 보고했다. 이 환자는 생리 때마다 배꼽의 혹(결절)이 커지고 배꼽의 부종과 불편감을 종종 겪고, 배꼽에서 진물이 질질 흐르는 등 증상을 겪었다.

특히 최근 1년 동안엔 생리 주기에 맞춰 배꼽에 짓누르는 듯한 통증이 극심해지는 증상을 보였다. 환자는 일차 진료기관에서 국소 항진균제와 항생제 연고를 발랐으나 차도가 없었다.

연구팀은 환자의 배꼽을 검사한 결과, 내부에서 시작된 직경 약 15mm 크기의 작은 잎 모양의 자줏빛 갈색 혹(결절)을 발견했다. 초음파 검사 결과, 혹은 배 앞쪽 벽의 피부 층에만 있었다. 연구팀은 세포 조직을 떼어내 정밀 염색 검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배꼽 혹에서 자궁내막 조직 고유의 특성(CD10, 에스트로겐 수용체, CK7 단백질)이 뚜렷하게 염색돼 나타났다.

연구팀은 배꼽 피부에 자궁내막 조직이 침범한 ‘배꼽 자궁내막증’으로 확진했다. 환자는 2018~2020년 초음파 검사에서 우측 난소 자궁내막종을 진단받고 장기간 월경통을 앓았으나 복부 수술을 받은 적도, 출산 경험도 없었다.

이 환자는 골반 내 자궁내막증 평가를 위해 산부인과로, 수술적 절제와 배꼽 재건술을 위해 성형외과로 의뢰된 상태이며 최종 수술을 앞두고 추적 관찰 중이라고 연구팀은 밝혔다.

이 연구 결과(Primary Cutaneous Endometriosis of the Umbilicus: A Diagnostic Challenge)는 최근 국제 학술지 《큐레우스(Cureus)》에 실렸다.

자궁내막증은 자궁 안 자궁내막에 있어야 할 선세포와 기질 조직이 자궁 밖에 존재하는 병이다. 흔히 골반 내에서 발견되며, 배꼽 자궁내막증은 전체 골반외 자궁내막증의 약 0.5~1%에 그칠 정도로 드물다. 주요 발생 메커니즘으로는 자궁내막 세포의 림프관이나 혈관을 타고 퍼짐, 복막 내 착상을 동반한 역행성 월경, 국소 조직의 전이성 변화 등이 꼽힌다.

자궁내막증은 배꼽 육아종, 표피 낭종, 배꼽 탈장은 물론 내부 장기 암세포가 배꼽으로 퍼지는 악성 종양(시스터 메리 조셉 결절) 등과 외관이 매우 비슷하다. 이 때문에 오진되거나 진단이 늦춰지기 쉽다.

배꼽 자궁내막증 환자의 약 15%에게는 골반 내 자궁내막증이 동반된다. 배꼽에 피부 병변이 확인되면 즉시 산부인과 진료를 받아야 한다. 약물 요법이나 호르몬 요법은 피부 병변에 대한 치료 효과가 낮다. 재발률을 낮추고 아주 작은 악성 변환 위험까지 차단하려면 복막을 포함한 부위를 폭넓게 절제한 뒤 배꼽 재건 수술을 하는 게 좋다.

가임기 여성에게 배꼽이 부어오르고 혹이 나거나 아프고 진물이 흐르는 증상이 월경 시작 때쯤 심해졌다가 월경이 끝나면 다시 가라앉는 현상이 반복된다면, 배꼽 자궁내막증을 의심하고 즉시 산부인과 진료를 받는 게 좋다.

[자주 묻는 질문]

Q1. 배꼽에 혹이 생기고 아프면 무조건 배꼽 자궁내막증인가요?

A1. 아닙니다. 배꼽에 혹이 생기거나 통증, 진물이 발생하는 증상은 단순 배꼽염(감염), 육아종, 표피낭종, 배꼽 탈장 등 다른 병에 의해 나타날 확률이 훨씬 더 높습니다. 다만 가임기 여성의 경우, 이런 증상이 월경(생리) 주기에 맞춰 주기적으로 심해졌다가 생리가 끝나면 다시 가라앉는 패턴이 되풀이된다면 배꼽 자궁내막증을 강력히 의심해 봐야 합니다.

Q2. 이전에 복부나 산부인과 수술을 받은 적이 없어도 이 병에 걸릴 수 있나요?

A2. 네, 걸릴 수 있습니다. 자궁내막증은 제왕절개나 복강경 수술 등의 흉터 부위에 생기는 이차성인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이 사례의 환자처럼 과거에 수술을 받은 적이 전혀 없더라도 발생하는 원발성(자발성) 배꼽 자궁내막증이 존재합니다. 자궁내막 세포가 혈관이나 림프관을 타고 배꼽으로 이동해 정착하는 등의 메커니즘 때문에 수술받은 적이 없는 여성에게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Q3. 배꼽 자궁내막증은 호르몬제나 연고로 치료가 불가능한가요?

A3. 약물 요법이나 호르몬 요법은 증상을 일부 완화할 수는 있으나, 배꼽과 같은 피부 병변 자체를 완전히 치료하는 효과는 낮습니다. 따라서 질환의 완치와 재발률 감소, 매우 드물게 나타나는 암으로의 진행 위험을 막기 위해서는 병변과 복막을 포함한 부위를 광범위하게 절제한 뒤 배꼽 재건 수술을 하는 게 바람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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