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17일 (금)

“양육은 엄해야” vs “온화한 부모 최고”… 아이들 ‘이 능력’ 달라졌다

거친 양육 환경에서 아이들, 스트레스 회복 더디고 외부 조절 의존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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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벌이나 고함 같은 강압적 양육이 아이의 스트레스 조절 능력 발달을 방해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체벌이나 고함 같은 강압적 양육이 아이의 스트레스 조절 능력 발달을 방해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성장하면서 부모에 대한 의존도가 점차 줄어드는 시기에도, 거친 양육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은 오히려 외부적 개입에 더 의존하게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 연구진은 부모의 공격적 양육 태도가 아이의 생리적 스트레스 조절 체계 형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를 이끈 에리카 룬켄하이머 심리학과 교수는 “어린 아이들은 자신의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서만 부모에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과 신체 상태를 어떻게 조절하는지도 배우는 과정에서도 부모의 반응에 의존한다”고 설명했다. 부모가 차분하고 안정된 상태를 유지할수록 아이 역시 스트레스 상황에서 신체 반응을 더 잘 조절하게 된다는 것이다.

부모와 아이, 함께 스트레스 조절

연구진은 부모와 아이가 서로의 정서·생리 반응에 영향을 주며 함께 스트레스를 조절한다는 ‘공동조절’ 이론에 주목했다. 부모가 차분하고 스스로의 감정을 잘 조절할수록 아이도 스트레스 상황에서 나타나는 신체 반응을 더 잘 조절하게 된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아이가 성장하면 부모의 영향력은 점차 줄고, 스스로 감정을 조절하는 능력은 커진다.

하지만 연구 결과는 양육 방식에 따라 이 과정이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줬다. 체벌이나 고함 등 강압적 양육이 반복되면 아이는 자라서도 스스로 스트레스를 조절하지 못하고, 외부적 도움에 계속 의존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연구 제1저자인 지아닝 선 연구원은 “온화한 양육을 환경에서 자란 아이는 성장할수록 생리적 조절 과정에서 부모의 영향력이 자연스럽게 줄어들었다”며 “반대로 거친 양육을 하는 어머니와 자녀 사이에서는 부모의 영향력이 오히려 더 커졌다”고 설명했다.

만 3~4세 아이 129쌍 추적 관찰

연구진은 양육 스트레스 위험 요인이 있는 어머니와 자녀 129쌍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아이가 만 3세일 때와 1년 뒤인 만 4세 때 두 차례에 걸쳐 부모-자녀 상호작용을 관찰했다.

어머니들은 평소 얼마나 자주 소리를 지르거나 체벌을 하는지 등 자신의 양육 방식에 대한 설문에 답했다. 연구진은 아이들에게 어려운 퍼즐 과제를 제시하고, 어머니에게는 말로만 도움을 주되 직접 문제를 해결해주지는 말라고 요청했다.

이 과정에서 연구진은 어머니와 아이 모두에게 심박수와 호흡을 측정하는 장치를 부착해 호흡 동성 부정맥(respiratory sinus arrhythmia, RSA) 변화를 분석했다. RSA는 호흡에 따라 심박수가 어떻게 변하는지를 보여주는 생리 지표로, 스트레스 상황에서 자율신경계가 얼마나 안정적으로 반응하고 회복하는지를 파악하는 데 활용된다.

예를 들어 긴장한 상황에서 심호흡을 하거나 잠시 멈춰 마음을 가라앉히면 RSA 패턴이 안정적으로 변한다. 반면 스트레스 상태가 지속되면 이러한 조절 기능에도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

연구진은 30초 간격으로 RSA를 측정했는데, 어머니의 RSA 반응으로부터 그 다음 구간에서 아이의 RSA 반응을 예측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연구진은 부모가 아이의 생리적 스트레스 반응 조절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설명했다.

룬켄하이머 교수는 “RSA는 부모와 아이의 상호작용에 따라 5~30초 안에도 빠르게 변화를 보일 수 있다”며 “어머니의 생리 상태가 이후 아이의 생리 반응을 예측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부모가 실제로 아이의 스트레스 반응 조절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거친 양육 환경의 아이들, 부모에게 더 의존하고 스트레스 회복도 느려

연구에서는 온화한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의 경우 성장하는 동안 어머니의 영향력이 점차 약해져, 아이가 생리적 조절 과정에서 부모에게 덜 의존하게 되는 양상이 나타났다. 반면 강압적 양육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은 어머니의 영향력이 오히려 더 커졌다.

또 이 아이들은 스트레스 상황 이후 평소 상태로 회복되는 속도도 더 느린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혹독한 양육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은 더 큰 RSA 관성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한 번 스트레스를 받으면 긴장 상태가 오래 지속되고 쉽게 안정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룬켄하이머 교수는 “이런 아이들은 스트레스 조절 체계를 제대로 발달시키는 데 필요한 경험을 충분히 얻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결국 신경계 반응이 더 경직되고 유연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부모의 차분함이 아이 조절 능력 키워

연구진은 이번 연구가 특정 양육법의 효과를 검증한 것은 아니지만, 부모 스스로 감정을 조절하는 태도가 아이의 발달에 중요한 영향을 준다는 점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룬켄하이머 교수는 “양육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부모가 이미 지쳐 있는 상황에서 아이가 떼를 쓰면 감정을 조절하기 어렵다”면서도 “하지만 아이에게 반응하기 전 잠시 멈추고 깊게 숨을 쉬는 것만으로도 아이는 스스로 감정을 조절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아동 발달(Child Development)》에 ‘The typical and atypical development of dynamic self-regulation and coregulation of respiratory sinus arrhythmia in mothers and children across early childhood’라는 제목으로 게재됐다.

[자주 묻는 질문]

Q1. 스트레스 공동조절이란 무엇인가요?
부모와 아이가 서로의 감정과 생리 반응에 영향을 주며 함께 스트레스를 조절하는 과정을 뜻한다. 부모가 차분하고 안정된 상태를 유지할수록 아이 역시 스트레스 상황에서 더 안정적으로 반응할 가능성이 높다.

Q2. 연구에서 아이들의 스트레스 반응은 어떻게 측정했나요?
연구진은 어머니와 아이에게 심박수·호흡 측정 장치를 부착해 ‘호흡성 동성부정맥(RSA)’ 변화를 분석했다. RSA는 스트레스 상황에서 신체가 얼마나 안정적으로 반응하고 회복하는지를 보여주는 생리 지표다.

Q3. 강압적 양육은 아이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나요?
체벌이나 고함 같은 강압적 양육이 반복되면 아이는 스트레스를 스스로 조절하는 능력이 떨어지고, 성장 이후에도 외부의 도움에 더 의존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스트레스 상태에서 회복되는 속도도 느려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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