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08일 (수)

[기자수첩] 서울대병원장 임명, 진짜 축하는 아직 이르다

서울대병원 전경. 사진=서울대병원

13일 백남종 서울대 의대 재활의학과 교수가 제20대 서울대병원장에 공식 임명됐다. 임기는 3년이다.

병원장 임명 소식에는 으레 축하의 말이 따라붙는다. 이번 서울대병원장 공백은 약 두 달 만에 마무리됐다. 직전 병원장 선임 과정에서 9개월 가까운 공백이 이어졌던 것을 떠올리면 비교적 빨리 정리됐다는 안도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러나 서울대병원장은 단순한 병원 경영자의 자리가 아니다. 의료계에서 흔히 “의사 사회의 대통령”이라고 불릴 만큼 상징성과 영향력이 크다. 그래서인지 임명 소식을 접하고도 축하보다 기대 섞인 질문이 먼저 떠오른다. 백 병원장이 지금 서울대병원이 안고 있는 난제들을 풀어낼 수 있겠느냐는 물음이다.

디지털 전환과 글로벌화, 선언이 아닌 실행이 관건

백남종 신임 서울대병원장. 사진=서울대병원

서울대병원은 여전히 한국 의료의 정점에 서 있는 기관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진과 연구 역량, 브랜드 신뢰도를 갖고 있다. 그러나 변화의 속도만큼은 민간 대형병원들에 비해 더디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서울대병원답다”는 말이 혁신과 품격의 상징이 아니라, 때로는 보수성과 관료주의를 에둘러 표현하는 말처럼 들리는 게 병원으로서는 '뼈아픈 상식'처럼 들린다.

가장 시급한 과제는 디지털 전환이다. 의료 인공지능(AI)과 데이터 기반 진료 체계는 더 이상 미래 산업이 아니다. 이미 병원의 경쟁력과 생존을 좌우하는 현실의 문제가 됐다. 미국과 중국의 대형 병원들은 생성형 AI와 임상 데이터 플랫폼을 병원 운영 전반에 연결하며 빠르게 변하고 있다. 국내 민간 병원들도 AI 판독, 음성인식 전자의무기록, 스마트병동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반면 서울대병원은 ‘국가대표 병원’이라는 이름에 비해 디지털 혁신이 더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종이없는 병원'을 지향한 분당서울대병원이 한때 병원 디지털화를 선도했지만, 현재 병원 전체의 디지털 역량에는 물음표가 붙고 있다. 그런 점에서 분당서울대병원의 의료IT가 정점을 찍을 때 병원장을 지냈고 한국원격의료학회와 스마트의료기기산업진흥재단 이사장 등을 역임한 백 병원장의 이력은 기대를 모은다. 그는 국내 의료계에서 손꼽히는 디지털 헬스케어 전문가다. 단순히 첨단 기기를 들여오는 수준을 넘어, 진료와 연구·교육 체계 전반을 데이터 중심으로 재설계할 수 있는 적임자로 평가 받는다.

글로벌 전략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국내 의료 시장은 '대한민국' 브랜드의 위상에 걸맞게 결국 해외로 나가야 한다. 특히 서울대병원이 2014년부터 진출했던 중동 지역은 한국 의료가 가장 현실적으로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는 시장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현재 중동은 인구 대비 전문의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해 수준 높은 의료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인 상황이다. 한국 병원들도 미국이나 유럽 병원들에 맞서 단순한 환자 유치를 넘어 병원 운영 시스템과 의료 인력을 함께 수출하는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서울대병원은 브랜드 신뢰와 국가 상징성을 동시에 갖춘 몇 안 되는 기관이다. 그러나 글로벌 병원 경쟁에서 존재감을 유지하려면 ‘국립대병원’이라는 안정감에 기댈 것이 아니라, 스타트업에 버금가는 민첩함과 실행력을 보여줘야 한다.

연구 중심 병원의 위상, 다시 세워야 한다

무너진 연구 중심 병원의 위상을 회복하는 일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서울대병원은 진료 경쟁력에서는 여전히 강하다. 그러나 연구 분야에서는 예전과 같은 압도적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한다는 평가가 안팎에서 나온다.

문제는 단순히 연구비 규모나 논문 숫자에만 있지 않다. 연구 문화를 둘러싼 내부 불만도 적지 않다. 교수들 사이에서는 연구 실적 평가 방식에 대한 아쉬움이 꾸준히 제기된다. 주저자와 교신저자 중심의 평가 구조 탓에 공동저자는 제대로 인정 받기 어렵다는 것이다. 아무리 중요하고 훌륭한 연구에 기여했더라도 주도 역할이 아니면 평가를 제대로 받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자신이 중심이 아닌 연구에는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으려 한다는 것이다. 협업보다 개인 실적 경쟁이 우선되는 구조에서는 대형 공동연구나 다학제 연구가 뿌리내리기 어렵다.

결국 연구 경쟁력을 되살리려면 평가 구조 자체를 바꿔야 한다. 임상 현장과 기초 연구를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의사과학자를 적극적으로 육성하며, 국제 공동연구를 확대할 수 있는 토대를 다시 세워야 한다. 혼자 뛰어난 병원이 아니라, 함께 성장하는 병원이 되어야 세계와 경쟁할 수 있다.

서울대병원장은 영광의 자리이기도 하지만, 한국 의료의 가장 어려운 숙제를 떠안는 자리이기도 하다. 디지털 혁신, 글로벌화, 연구 경쟁력 회복. 어느 하나 쉬운 과제가 아니다. 진정한 축하는 임명장 수여식이 아니라 서울대병원이 다시 변화와 혁신의 상징으로 거듭났을 때 가능할 것이다.

다행인 것은 백 원장의 전공이 겉으로 화려하게 빛나지는 않지만, 환자의 제2 삶을 가능케 하는 ‘뇌손상 신경재활 치료’라는 점이다. 그는 이 분야 세계적 대가로서 올해 한국인 최초 세계신경재활학회 회장에 올랐다. 백 병원장이 자신의 전공에서처럼 묵묵히 서울대병원의 제2 도약을 이끌어 3년 뒤 의료계 전체에서 뜨거운 박수를 받게 되기를 기대한다.

김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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