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달 전 황반변성 진단을 받고 주사를 세 번 맞은 54세 여성이 갑자기 왼쪽 시력이 실명 수준으로 떨어지고, 사물의 중심부가 흐릿해지는 증상과 심한 관절통으로 병원을 찾았다. 이 환자는 앞서 다른 병원에서 ‘신생혈관성 연령 관련 황반변성(nAMD)’ 진단을 받고 특정 주사(아플리버셉트 유리체강 내 주사)를 3회 맞았다.
그러나 증상이 전혀 나아지지 않아 대학병원으로 의뢰됐다. 이 환자 왼쪽 눈의 교정시력은 0.1(스넬렌 시력 20/200)이었다. 미국 등 많은 국가에서는 교정 시력 0.1 이하를 ‘법적 실명’으로 규정한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연방대 연구팀은 정밀 검사 결과, 이 환자가 황반변성이 아니라 자가면역병인 ‘전신성 홍반성 루푸스(SLE)’로 인해 특정 맥락막병증(드루젠 유사 침착물 맥락막병증)을 일으킨 것이라고 최종 진단했다. 연구팀은 특정 주사가 이 환자에게 효과가 없었던 것은 증상의 원인이 황반변성이 아니라 자가면역병인 루푸스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입원해 왼쪽 눈에 ‘덱사메타손 유리체 내 임플란트’를 삽입하고 약물(프레드니솔론, 미코페놀레이트 모페틸) 치료를 받았다. 이 환자는 퇴원 후 10개월간 추적관찰한 결과 왼쪽 눈의 시력이 개선(스넬렌 시력 20/200 → 20/70) 된 것으로 확인됐다. 망막 아래 고여 있던 물(삼출액)이 깨끗이 빠졌고, 들떠 있던 망막 층이 다시 가라앉으며 안정을 찾았다. 다만 눈의 영양 공급 층인 맥락막은 여전히 부어 있었다.
이 사례 연구 결과(Drusen-Like Deposit Choroidopathy in Systemic Lupus Without Glomerulonephritis Treated With a Dexamethasone Implant)는 최근 국제 학술지 《큐레우스(Cureus) 》에 실렸다.
황반변성은 노인성 눈병에 해당한다. 망막의 중심부인 황반에 변성이 생겨 시력이 떨어지는 퇴행성 질환이다. 특히 신생혈관성(습성) 황반변성은 망막 아래에 비정상적인 신생혈관이 자라나면서 출혈이나 부종을 일으켜 시력을 급격히 떨어뜨린다. 항혈관내피성장인자(anti-VEGF) 주사를 통해 신생혈관의 활동을 억제하는 방식이 일반적인 황반변성 치료법이다.
하지만 이 사례처럼 환자가 주사 치료에 전혀 반응하지 않고 오히려 관절통 등 전신 증상까지 보인다면 ‘자가면역 질환에 의한 안과적 합병증’을 의심해봐야 한다. 이 환자는 정밀 검사 결과 황반변성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원인으로 밝혀진 루푸스 맥락막병증은 전신성 홍반성 루푸스 환자에게서 나타나는 심각한 눈병이다. 자가면역 체계의 이상으로 생성된 면역 복합체가 눈의 맥락막 혈관에 쌓이면서 염증을 일으키고 혈관 투과성을 높인다. 이 과정에서 망막 아래에 노란색 노폐물인 ‘드루젠 유사 침착물(DLD)’이 생긴다. 이는 연령 관련 황반변성에서 보이는 드루젠과 겉모습은 비슷하다. 하지만 발생 원인과 치료법은 완전히 다르다. 노화로 인한 드루젠은 세포 파편을 처리하지 못해 생기지만, 루푸스 관련 드루젠은 온몸의 심각한 염증 활동 때문에 생긴다.
의료계 통계를 보면 루푸스 환자의 최대 30%가 안구건조증부터 시력을 위협하는 망막병증까지 다양한 안과적 증상을 겪는다. 그 중에서도 맥락막병증은 대개 콩팥병인 루푸스 신염과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많지만, 이번 사례처럼 콩팥에 이상 없이 안과 질환으로 먼저 발견되기도 한다. 황반변성 치료 중 예외적인 경과를 보인다면 정밀 혈액 검사로 자가면역병이 아닌지 확인해야 한다. 이는 시력 회복에 매우 중요한 열쇠가 될 수 있다.
[자주 묻는 질문]
Q1. 황반변성 주사 치료가 이 사례의 환자에게 효과가 없었던 이유는 무엇인가요?
A1. 일반적인 습성 황반변성 주사(항-VEGF)는 혈관의 비정상적인 성장을 막는 약물입니다. 하지만 이 환자의 시력 저하는 자가면역병인 루푸스로 인한 염증과 면역 복합체의 침착이 원인이었습니다. 병의 뿌리 자체가 노화가 아닌 면역 체계 이상이었기 때문에, 황반변성 치료제로는 효과를 볼 수 없었습니다.
Q2. 루푸스 맥락막병증을 황반변성으로 오해하기 쉬운 이유는 무엇인가요?
A2. 두 병은 모두 망막 아래에 노란색 노폐물(드루젠)이 쌓이고 물이 차오르는 등 안저 검사상 겉모습이 매우 비슷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50대 이상의 환자라면 나이 때문에 일차적으로 황반변성을 의심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루푸스의 경우 눈의 영양 공급 층인 맥락막이 비정상적으로 두꺼워지는 특징이 있습니다. 이를 확인해 정확한 진단이 가능함을 이번 사례는 잘 보여줍니다.
Q3. 루푸스 환자가 안과 검진을 정기적으로 받아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A3. 루푸스는 온몸의 장기에 영향을 미치는 병입니다. 환자의 최대 30%가 다양한 안과적 합병증을 겪습니다. 이번 사례처럼 맥락막병증은, 드물지만 시력을 실명 수준까지 위협할 수 있습니다. 특히 눈 증상이 전신 질환의 활성도를 나타내는 지표가 될 수 있고, 때로는 콩팥병보다 먼저 나타나기도 합니다. 조기 발견을 위한 정기 검진이 매우 중요한 까닭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