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07일 (화)

20년 줄담배 피운 65세男…딱 보면 99% 폐암인데, 아니라고?

6개월 흉통·식욕부진·체중감소·발열…알고보니 ‘폐포충증’ 환자/중동·중앙아시아·지중해 연안 등 유행…한국 교민도 줄잡아 34만 명

남성이 가슴 통증을 겪고 있다. 방사선 검사 결과 폐암처럼 보이고, 담배를 오래 많이 피운 사람이라도 폐암으로 섣불리 단정해선 안 된다는 경고가 나왔다. 특정 기생충이 폐에 침입해 물혹(낭종)이 생긴 '폐포충증'을 폐암으로 오인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하루에 두 갑씩 20년(40갑년) 동안 담배를 피워온 65세 남성이 최근 6개월간 가슴통증, 체중 감소, 발열 등 증상을 겪은 뒤 병원을 찾았다. 이 환자의 폐에서는 직경 5cm의 물혹(낭종)이 발견됐다. 특히 첨단 암 검사 장비인 양전자방출-컴퓨터단층촬영(PET-CT) 검사 결과에서도 폐암을 지목했다.

이 정도면 대다수 의료인은 이 환자가 의학적으로 폐암일 확률이 약 99%라고 생각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이 환자는 폐암이 아니라 기생충 감염 질환인 포충증(그중에서도 폐에 발생한 폐포충증)에 걸린 것으로 드러났다.

이란 아리아 사립병원 연구팀은 이 환자가 겪은 증상의 원인을 비디오 흉강경 수술(VATS)을 하면서 확인했다. 폐에서 발견된 물혹은 암세포 덩어리가 아니라, 기생충인 ‘에키노코쿠스 그라눌로수스(단방조충)’에 의해 형성된 낭종이었다.

이 기생충은 주로 개·늑대 등의 장 속에서 살며, 배설물을 통해 나온 알이 물이나 채소를 통해 사람에게 감염된다. 사람 몸속에 들어온 기생충 알은 간이나 폐에 자리를 잡고 수년에 걸쳐 천천히 혹을 만든다. 이 과정에서 주변 조직에 염증을 일으켜 PET-CT 검사 때 암세포처럼 대사가 활발한 것으로 오인될 수 있다.

연구팀은 이 같은 사례 연구 결과(Can a Solitary Pulmonary Nodule With Positive PET Scan in a Heavy Smoker be Something Other Than Lung Cancer? A Case Report of Pulmonary Hydatid Cyst and Literature Review)를 최근 국제 학술지 《임상사례보고(Clinical Case Reports)》에 발표했다.

40갑년 이상 담배를 피운 사람의 폐에서 직경 5cm의 물혹(낭종)이 발견되면, 의료진이 폐암 진단을 내릴 확률은 매우 높다. 이 사례의 환자처럼 암세포가 다른 부위로 퍼졌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PET-CT 검사에서 양성 반응까지 나오면 특히 그렇다.

임상 현장에서는 이런 경우 폐암으로 확신하고 폐 일부를 잘라내는 근치적 절제술을 시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이란 연구팀은 첨단 진단 장비조차 놓칠 수 있는 오진 가능성에 주목했다.

세계보건기구(WHO)와 의료계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100만 명 이상이 포충증을 앓고 있으며 이 가운데 약 1만 9300명이 사망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폐포충증은 전체 포충증 사례의 약 15%를 차지하며 유행 지역에서는 연간 인구 10만 명당 50명 이상의 신규 환자가 발생할 정도로 흔하게 나타난다. 일부 가축 밀집 지역의 경우 주민 유병률이 5~10%나 된다. 한국처럼 토착 사례가 드문 국가에서는 의료진이 이를 폐암으로 오인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폐포충증 환자 가운데 상당수가 폐암과 매우 비슷한 방사선학적 특징을 보인다. 특히 물혹 주위에 염증이 생기면 PET-CT 상에서 대사 활동을 나타내는 표준섭취계수(SUVmax)가 급격히 높아진다. 하지만 육안으로는 암세포의 활동성을 제대로 식별할 수 없다.

혈청학적 검사에도 진단의 사각지대가 있다. 폐에 생긴 물혹은 간 등 다른 장기와 달리 전신 순환계와 물리적으로 분리된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항체 형성률이 떨어지게 마련이다. 폐에 생긴 포충낭은 항체 생성이 적어 검사상 음성으로 나타날 확률이 최대 50%다. 이 환자도 혈청 검사에서 실제로는 포충낭임에도 불구하고 검사상으로는 나타나지 않는 ‘위음성’ 판정을 받아 한때 의료진을 혼란에 빠뜨렸다. 연구팀은 종합 분석 끝에, 이 60대 남성 환자에게 폐포충증이라는 최종 진단을 내렸다.

이번 사례는 한국 의료계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재외동포청의 2025년 통계를 보면, 포충증 유행 지역인 중앙아시아와 중동, 지중해 연안에 거주하는 한국 교민은 33만 8299명으로 집계된다. 국가별로는 우즈베키스탄 17만 5338명, 카자흐스탄 12만 2554명 등 중앙아시아 비중이 절대적이다. 아랍에미리트 1만 4142명, 사우디아라비아 2732명, 튀르키예 2803명 등이 그 뒤를 잇는다.

이들 지역에 있는 나라의 자국인은 물론 한국 교민도 폐포충증에 대해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폐포충증의 잠복기는 5~15년이다. 한국 교민 중 옛 중동 근로자와 중앙아시아 체류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이런 폐 결절을 폐암으로 오인해, 불필요한 수술이나 항암 치료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 줄담배를 오래 피웠거나 검사 결과 폐암으로 판단되더라도, 폐포충증의 유행 지역에 체류한 적이 있는 환자에 대해서는 기생충 감염 여부를 다각도로 검토해야 한다.

[자주 묻는 질문]

Q1. 포충증은 주로 어떤 경로로 감염되나요?

A1. 특정 기생충(에키노코쿠스 그라눌로수스, 단방조충)의 알에 오염된 물이나 음식을 먹으면 감염됩니다. 개와 접촉 후 손을 씻지 않거나, 유행 지역에서 씻지 않은 채소 등을 섭취하면 포충증에 걸릴 수 있습니다.

Q2. 폐의 포충증이 왜 폐암으로 오진하기 쉬운가요?

A2. 포충증으로 생긴 물혹(낭종)이 주변 조직에 염증을 일으키면 첨단 장비인 PET-CT에서도 암과 비슷한 대사 활동을 보입니다. 이번 사례처럼 흡연력이나 체중 감소 등 폐암의 전형적인 임상 증상과 겹치기 때문에 전문의들도 육안으로는 구별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Q3. 포충증은 어떻게 치료하나요?

A3. 비디오 흉강경 수술(VATS)로 물혹을 안전하게 제거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입니다. 수술 후에는 기생충의 재발이나 미세 감염을 막기 위해 알벤다졸과 같은 구충제를 일정 기간 복용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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