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피검사 없이도 높은 정확도로 노년층의 사망 위험을 예측할 수 있는 방법이 제시됐다. 바로 ‘걸음 속도’를 물어보는 것이다.
노년층에 접어들며 근감소증이 나타나거나 신체 기능이 떨어졌을 때 가장 두드러지는 증상은 보행 속도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분당 48m 미만의 속도로 걷는 노인은 요양병원 입원율이 2배, 사망 위험이 2.54배 높아졌을 정도다.
이와 관련해 영국 레스터대 연구팀은 영국 국민 40만7569명의 바이오데이터를 약 13년간 추적 관찰해 간단한 신체능력 지표들이 사망 위험을 얼마나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지 분석했다.
그 결과, 걸음 속도가 느린 집단은 유의미하게 사망 위험이 증가했다. 별도의 기저질환이 없는 건강한 사람을 기준으로 했을 때도, 걸음이 가장 느린 집단은 ‘보통 속도’와 ‘빠른 속도’ 집단에 비해 사망 위험이 남성은 평균 43%, 여성은 36% 높았다.
기저질환이 있는 사람의 증가폭은 더 컸다. 남성은 56%, 여성은 62%까지 사망 위험이 커지는 것으로 집계됐다.
연구팀은 “이번 조사 결과는 별도의 환경에서 걸음 속도를 측정한 것이 아니라, 일상 생활에서 참가자 스스로가 느낀 걸음 속도를 ‘느림’·’보통’·’빠름’으로 구분한 결과”라며 “오류 가능성이 클 수밖에 없는 자가 문진임에도, 혈압이나 콜레스테롤 수치를 측정한 것보다 훨씬 강력하고 뚜렷한 사망 예측 지표로 활용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효과는 수치로도 나타났다. 기존의 노년층 사망 위험 예측 지표였던 혈압이나 콜레스테롤 수치를 이번 연구에서 활용한 보행 속도 설문 결과로 대체했을 때 예측 정확도는 약 1.4%p 증가했다. 기존 방식으로는 ‘건강’하다고 분류됐던 참가자 중 최대 14%의 참가자가 추가 위험군으로 분류됐다.
이는 걸음 속도가 전신 건강의 요약본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노인들의 걸음 속도에는 심폐 기능, 근력, 신경계 기능, 대사 상태 등 다양한 요소가 동시에 반영된다. 또 인지 수준이나 유전적인 행동 양상도 드러나기 때문에, 연구팀은 걸음 속도를 분석하는 것이 단일 임상지표보다 많은 정보를 담고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노년층을 상대하는 국내외 주요 병원들 역시 환자의 ‘노쇠함’을 측정하는 지표로 걸음 속도를 활용한다.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는 ‘노인포괄평가’의 주요 항목 중 한가지로 ‘보행 속도’를 명시하고 있다.
의료계의 앞선 연구들에 따르면 사망 위험을 유의미하게 높이는 정도의 느린 걸음 속도는 2.8km/h 정도다. 분으로 환산하면 48m, 초로 환산하면 0.8m 가량이 된다. 걸음 속도가 이보다 느리면 노쇠가 진행됐다는 신호일 수 있기에, 노년내과 등을 방문해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
연구팀은 “간단한 질문 하나로 기존 검사 일부를 사실상 대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노년층과 만성질환자에게 큰 도움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 메이요 클리닉에서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메이요 클리닉 프로시딩스(Mayo Clinic Proceedings)》에 최근 게재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