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11일 (토)

한 해 100명 무료 수술⋯환자 사랑 되갚는 세계적 안과

[K-베스트병원] 안과 분야 – 한길안과병원

정규형 한길안과병원 이사장이 환자의 눈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한길안과병원

할머니가 사내 등에 업혀서 왔다. 102세. 치매에 머리가 요동치는 증세. 함께 온 80세 여승은 “어머니가 이생에서 이 세상을 다시 보도록 해달라”고 애원했다. 진단 결과 심각한 백내장. 전신마취가 불가능해 장정 4명이 팔다리 머리를 붙잡고 수술했다. 마취가 깨자 할머니가 외쳤다. “보인다! 세상에, 세상이 이렇게 밝고 깨끗하다니!”

한 청년이 호호백발 할머니 손을 이끌고 진료실에 들어왔다. 할머니는 “난 아무렇지도 않다”고 앙버텼지만 진료 결과 심각한 황반변성. 왼쪽 눈은 실명 단계에 들어갔지만 오른쪽은 덜 진행됐다. 보호자인 손자의 동의를 얻어 곧바로 수술에 들어가 왼쪽 눈은 진행을 멈추게 했고, 오른쪽 눈은 시력을 되찾게 했다.

“우리가 한 일이 특별한 것이 아닙니다. 어느 안과에 가도 그렇게 했을 것입니다.”

인천 부평구 한길안과병원의 정규형 이사장은 자신이 명의(名醫)라는 말에 손사래를 쳤고, 자신과 병원은 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 병원은 보건복지부로부터 중소병원 최초로 우수 의료기관 인증을 받았고, 4연속 전문병원으로 지정된 ‘특별한 병원’이다. 복지부가 외국인 환자 유치 의료기관을 선정할 때 ‘1호’였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국민안심병원으로도 지정됐다.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와 독일의 조사기관 스태티스틱에 의해 ‘아시아 최고 사립 병원’에 포함되기도 했다.

병원은 40여 년 동안 인천시 인구(약 305만 명)보다 많은 연인원 500여만 명의 눈을 치료했고 15만 명 이상을 수술했다. 인천만 따져보면 백내장 수술의 20%, 망막 수술의 50%를 이 병원에서 담당했다.

우즈베키스탄을 여덟 번 찾아 무료 수술을 하다가 아예 병원을 지어주고 의사를 교육시켰다. 한길우즈벡안과병원은 2003년 6월 개원 이래 4만2000명의 환자를 진료하고, 그 가운데 6000명 이상의 환자에게 백내장 수술을 해주었다. 사회복지법인 한길재단을 통해서는 2008년부터 부평지역 고등학생 504명에게 약 9억 원 이상의 장학금을 지급했다. 정 이사장은 이 공로로 아산대상, 대한민국 나눔국민대상 등을 받았지만 “우리보다 더 훌륭한 의사가 많다”며 병원에서 홍보자료 돌리는 것을 만류했다.

그래픽=윤상선 기자

연건평 4700평 10층 규모 병원은 새뜻하고 넓은 공간에 주차장이 고객 승용차 170대를 수용할 정도로 편리했고 직원 식당은 호텔급이었지만 정작 이사장 방은 웬만한 대학교수 연구실보다 좁았다. 자기를 내세우기보다는 환자와 직원을 자신보다 우선한다는 세간의 평을 엿볼 수 있었다.

한길안과병원의 출발은 1985년 4월 인천 부평역 인근 3층 상가의 2층 25평 공간에서 직원 3명으로 개원한 ‘정규형 안과의원’.

“돈을 벌어야 했습니다. 의사였던 아버지가 갑자기 심근경색으로 세상을 떠나 가세가 기울었어요. 선친이 저를 뒷바라지했는데, 제가 세 동생을 공부시켜 결혼은 시켜야 한다는 압박감이 밀려왔지요. 대학 바깥 안과 의사의 월급은 200만 원이었는데 전임강사 월급은 80만 원밖에 안될 때라서.” 

정 이사장은 지금의 서울 명동성당 가톨릭회관 자리에 있던 성모병원에서 안과 전공의, 전문의로 근무했다. 당시 성모병원 안과는 미국 존스 홉킨스 병원에서 최고 의술을 습득하고 귀국한 이상욱, 김재호 ‘쌍두 마차’가 국내 최초의 행진을 이어가던, 아시아 최강 팀이었다. 다른 의사들이 안과용 돋보기를 쓰고 수술할 때 현미경 수술을 시작했고 초음파를 이용한 백내장 수술, 인공 각막 이식, 엑시머레이저 근시 교정술, 안(眼)은행 등을 국내 처음으로 선보였다.

정 이사장은 개원 후보지로 울산, 포항 등 4, 5곳을 고민하다 인턴 때 파견 갔던 성모자애병원 인근 부평을 낙점했다. 인천엔 백내장 수술을 하는 곳이 한 곳도 없어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했던 것. 25평 의원엔 수술실이 없어 인근 안병원(지금의 세림병원) 수술실을 빌렸다. 아침에 수술하고 오전 10시 병원에 출근해 진료를 보다가 점심 시간에 수술하고 다시 병원에 오는 강행군이 쳇바퀴처럼 돌아갔다. 그 사이 인천에 젊고 싹싹한 의사가 현미경 수술로 마치 심봉사 눈을 뜨게 하듯 기적을 일으킨다는 입소문이 시나브로 퍼졌다.

1990년 상가의 3층 40평 당구장을 인수해 ‘수술실 셋방살이’에서 벗어났고, 5년 뒤 100평 대지에 8층 건물의 정안과병원을 개원했다. 2005년 의료재단을 설립하며, 병원 이름을 재단명에 맞춰 한길안과병원으로 바꿨다.

“재단과 새 병원 이름을 지을 때 개그맨 고영수가 ‘청아, 보인다’라는 심봉사의 말에서 따와 제안한 청아안과병원과 신정, 대정, 예일 등 여러 이름 가운데 임직원들의 의견이 선친의 함자였던 한길로 모였습니다.”

한길안과병원은 인천의 대표적 안과병원으로 성장했다. 정 이사장은 가천의대 길병원에서 최기용, 서울아산병원에서 조범진, 손준홍 교수 등 내로라하는 ‘초고수’를 삼고초려(三顧草廬) 끝에 영입, 전권을 맡기다시피 하며 열심히 일할 환경을 조성했다. 엑시머레이저, 라식, 스마일 프로 등 최첨단 장비를 인천 최초로 도입하는 데에도 주저하지 않았다.

이 병원의 진가는 환자 사랑에 있다. 정 이사장은 임직원에게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를 먹여 살리는 환자를 존경하고 사랑하는 것”이라고 누누이 당부했다. 그 사랑이 의료 봉사로 이어졌다. 계기는 정규형안과 개원 초기 수술 받은 환자가 수술비가 없다며 하소연한 것.

“어쩌겠어요? 오히려 환자 봉사의 계기가 됐습니다. 옛날에는 백내장 안과 수술에 건강보험이 안 돼 경제적 사정 때문에 시력을 잃어야 하는 환자가 적지 않았습니다. 안과 의사로서 두 눈 뜨고 그걸 보고만 있을 순 없지요.”

그때부터 매년 300여 명을 무료 진료했고 40여 명에게 무료로 백내장 수술을 해왔다. 병원 의료진은 인천 옹진군, 강화군 등의 섬마을을 방문해 무료 진료 서비스를 펼쳐왔다. 2007년부터 한국GM마음재단과 공동으로 어려운 환자 수술비 지원 사업을 펼쳤고 인천노인보호전문기관, 인천혜광학교, 광명원, 인천시각장애인복지관, 해피홈 등과 함께 의료봉사를 했다. 2015~2023년 인천 프로야구단 SK 와이번스(SSG랜더스)와 함께 ‘행복한 Eye 캠페인’을 펼쳐 저소득층 주민 68명에게 의료 혜택을 베풀었다. 

정규형 이사장이 2004년 우즈베키스탄의 한길우즈벡병원에서 의료봉사를 하며 현지인을 진료하고 있다. 사진=한길안과병원

봉사활동은 국내에 머물지 않았다. 우즈베키스탄의 고려인이 의료의 사각지대에서 신음하고 있다는 ‘SOS’를 받은 정 이사장과 의료진 15명은 2002년 2월 설 연휴 때 수술 장비 일체를 챙겨 타슈켄트로 향했다.

“우즈베키스탄 수도에 우여곡절 끝에 도착해보니 모두가 놀랐습니다. 어디선가 소문을 들었는지, 전역에서 손수레를 타거나 걸어서 온 환자들이 전날부터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어요. 고려인이 아닌 환자도 많았지요. 태양이 강해서인지 돌처럼 단단한 수정체를 들어내는 백내장 수술이 이어졌지요. 수많은 환자가 세상이 보인다며 목 놓아 울었고, 가슴이 뭉클해지는 걸 느꼈습니다. 다시 와야겠다 판단해 장비를 놔두고 귀국했지요.”

한길의료봉사단은 그해 추석 연휴와 이듬해 설 연휴에도 뜨거운 인술을 베풀고는 2003년 6월 ‘한길우즈벡병원’을 설립, 2557명을 진료하고 503명에게 수술해 새 세상을 선물했다.

“현지 여의사 사우닷의 헌신이 컸어요. 그를 비롯해서 매년 우즈베키스탄 의사 1명씩 초청해 한 달을 가르쳐왔습니다. 이슬람 국가인데 한 선교사가 수술을 조건으로 현지인 환자에게 개종을 요구하는 ‘옥에 티’ 같은 일을 지켜보기도 했어요. 2016년 카리모프 대통령의 병사 이후 정국이 불안해져 지원이 끊긴 것이 더 아쉽고요.”

정규형 이사장(왼쪽에서 두 번째)이 2002년 한길우즈벡병원에서 현지 의사들에게 술기를 가르치고 있다. 사진=한길안과병원

한길안과병원은 우즈베키스탄뿐 아니라 카자흐스탄, 마다가스카르, 브라질 등 숱한 나라의 안과 의사들에게 선진 술기를 가르치는 ‘교육봉사’를 이어오고 있다.

정 이사장은 이러한 공로로 2007년 아산복지재단으로부터 아산상 대상을 받았다. 정 이사장은 병원 직원들에게 홍보하지 말라는 함구령을 내리고, 대신 수상 상금에 자신의 사재 9억 원, 장인 이관희 박사(내과 전문의) 후원금 1억 원, 친구와 지인의 후원금 5억 원 등을 모아서 한길사회복지재단을 설립했다.

“제가 처음 의원 열었을 때 수술실이 있던 안병원의 간호사가 재단 살림을 맡았어요. 40년 전 처음 무료 수술을 할 때 옆에 있었고 가난한 환자를 데려왔던 이였어요. 재단은 초기엔 진료비 지원에 집중했지만 안과 치료의 보험 영역이 넓어지면서 지금은 장학사업을 활발히 펼치고 있습니다.”

병원의 한 임원은 정 이사장이 아산상 대상을 받을 때 시상식장에서 뜻밖의 장면을 목격했다. 시상자인 아산재단 정몽준 이사장이 정 이사장에게 “미국 갔다 와서 오늘 수상자 명단을 받았는데 너였구나”라고 말을 건넨 것이다. 두 정 씨는 중앙고 동기 동창이었다. 정 이사장은 상을 주는 재단의 이사장이 자신의 동창이라는 사실을 주변에 일언반구 이야기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 임원은 또 정 이사장이 우즈베키스탄에서 만난 서울대 의대 출신의 한 여의사 얘기를 자주 한다고 전했다. 그 여의사는 1, 2주 동안 아프가니스탄에서 산부인과 환자를 찾아다니며 봉사를 하고 타슈겐트에 와서 재충전한 뒤 또다시 아프가니스탄으로 떠나는 일을 되풀이하고 있었다.

“진정한 봉사는 이처럼 돈만이 아니라 온몸으로 하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우리가 할 일이 많습니다.”

한길안과병원은 그렇다고 따뜻하게 봉사만 하는 병원은 아니다. 2021~2023년 복지부 ‘의료데이터 중심 병원 지원사업’으로 선정됐고 2022년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관하는 ‘AI 바우처 지원사업’에 선정돼 AI 대비에도 열심이다.

“안과학의 발전에는 장비와 기술이 큰 역할을 했고 병원 성장에도 적극적 장비 도입이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AI가 이끌 맞춤 치료에도 적극 발맞춰서 보다 많은 환자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노력해야지요.”

정규형 한길안과병원 이사장. 사진=한길안과병원
댓글 3
댓글 쓰기
  • hwo*** 2026-03-11 10:29:40

    세상에는 너무 아름다운 분들이 많으십니다. 고맙습니다

    답글0
    공감/비공감 공감0 비공감0
  • hik*** 2026-03-11 09:40:52

    한길안과병원 대한민국 최고의 안과병원 입니다.이런병원이 많아질수록 국민들의 삶이 좋아집니다.고맙고 감사합니다.

    답글0
    공감/비공감 공감0 비공감0
  • par*** 2026-03-10 10:14:37

    이 병원 인천 부평역 앞에 있어요. 길가다 보고 규모가 커서 놀랬는데 대단하네요. 좋은 일 더 많이 하시길....

    답글0
    공감/비공감 공감0 비공감0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