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이 멎는 급성 심정지는 ‘죽음 직전’의 응급상황이다. 전국 평균을 보면 심정지 환자가 병원에서 다시 살아날 확률은 10명 중 1명도 되지 않는다. 그런데 부산의 한 병원은 지난해 심정지로 응급실에 실려 온 환자 10명 중 4명을 살려내며 전국 평균의 4배가 넘는 소생률을 기록했다. 대체 무엇이 다른 걸까?
전국 평균 9.2% vs 이 병원 40%
질병관리청이 집계한 최신 급성심정지 통계에 따르면, 119 구급대가 이송한 병원 밖 심정지 환자의 전국 평균 생존율은 9% 정도다. 10명이 심장이 멎은 채 응급실 문을 통과하면, 살아서 퇴원하는 사람은 한 명이 될까 말까라는 것이다.
이와 달리 부산 온병원 지역응급의료센터는 전혀 다른 숫자를 내놓았다. 병원 자체 집계에 따르면 “2025년 한 해 동안 심정지 상태로 응급실에 실려 온 환자는 모두 130명, 이 가운데 52명이 소생에 성공해 연간 평균 소생률이 40.0%에 이르렀다”고 했다.

특히 월별로 들여다보면 ‘경이로운’ 수치가 눈에 띈다. 6월 66.7%, 9월 53.8%이었는데 10월에는 7명 중 5명이 살아나 소생률 71.4%를 기록했다. 하반기로 갈수록 소생 시스템이 더 견고해지는 양상이다. 단순히 운이 좋아서 몇 건이 잘된 수준을 넘어, 1년 내내 지속적으로 높은 성과를 내고 있는 셈이다.
‘골든타임 4분’을 붙잡는 시스템
심정지는 발생 직후 몇 분 안에 승부가 난다. 일반적으로 ‘뇌 손상 없이 회복할 수 있는 시간’을 4분 안팎으로 보는 이른바 골든타임 개념이다. 그 안에 가슴압박, 제세동, 기도확보 등 적절한 처치가 이뤄지지 않으면, 심장을 다시 뛰게 하더라도 심각한 뇌손상을 피하기 어렵다.
온병원 측은 높은 소생률 비결로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는 시스템”을 꼽는다.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24시간 상주하며 심전도 모니터링과 약물·제세동을 신속히 결정하고, 응급실 간호사와 전문 의료기사들이 반복 훈련을 통해 고품질 심폐소생술(CPR)을 표준화했다. 심폐소생술이 시작되는 시간부터 제세동, 약물 투여, 심장중재술 등 후속 치료로 이어지는 전 과정을 ‘지연 없이 이어 붙이는 동선’이 만들어져 있다는 얘기다.
특히 심정지 환자가 들어오면 응급의학과뿐 아니라 순환기내과, 심장혈관외과, 중환자의학과 등 관련 진료과가 동시에 호출되는 다학제 협진 시스템이 작동한다. 한 명의 의사가 모든 걸 떠안는 구조가 아니라, 처음 몇 분 안에 각 전문의들이 역할을 나눠 맡는 ‘팀 CPR’이 자리 잡힌 셈이다.
숫자 뒤에 남는 질문들
전국적으로 응급의료 인력 부족과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가 사회적 이슈가 된 것은 오래다. 중증 환자를 받아줄 병원을 찾지 못해 구급차가 여러 병원을 전전하는 사이, 상태가 급격히 악화하기도 한다. 특히 심정지 환자에게 이런 시간 지연은 치명적인 결과를 낳는다.
그런 점에서 심정지 생존율 9.2%와 40%라는 두 숫자 사이엔 여러 질문이 도사리고 있다. 병원마다 소생률 차이는 어디에서 비롯되는가, 어떤 요소를 갖추면 한 지역의 응급의료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는가, 그리고 이런 모범 사례를 어떻게 다른 병원·지역으로 확산시킬 수 있는가 하는 문제다.
이번 온병원 사례는 최소한 한 가지 방향은 시사한다. 통계상 ‘10명 중 1명도 살기 힘든’ 심정지 환자라도, 골든타임을 지키는 시스템과 팀 기반 CPR, 다학제 협진 체계, 24시간 대응 인력을 갖추면 “10명 중 4명은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다”는 가능성이다. 지역 응급의료가 위기라는 말이 반복되는 지금, 한 병원의 ‘40%’는 단순한 숫자를 넘어 우리가 어디에 자원을 집중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이기도 하다.
신우성 온병원 지역응급의료센터장(응급의학과)은 9일 “심정지 환자 소생률 40%는 개별 의료진의 헌신뿐 아니라, 24시간 끊김 없는 응급의료 시스템의 결과”라며 “부산 시민의 생명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라는 책임감으로 대응 역량을 계속 키워가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