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랑스 정부가 11일(현지 시간) 국민들에게 육류 소비를 줄일 것을 권고하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건강 증진과 기후변화 대응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비프 브르기뇽 등 육류 중심의 미식 문화로 유명한 프랑스에서 이 같은 권고가 순순히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다.
‘식량·영양·기후에 관한 국가 전략’이라는 이름의 이번 보고서는 2030년까지 건강한 식단과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두 목표의 균형을 맞추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원래 2023년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사회적 반발을 우려해 2년 가까이 미뤄졌다. 실제로 보고서 공개 이후 프랑스 농민단체들은 정부 정책이 생계를 위협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프랑스의 전체 탄소 배출량 가운데 4분의 1이 식품 생산에서 나오고, 그중 3분의 2가 육류 생산에서 비롯된다. 폭염 등 기후 변화의 영향을 반복적으로 겪고 있는 프랑스로서는 육류 소비 감축이 오래전부터 검토돼 왔다.
프랑스의 1인당 연간 고기 소비량은 약 85kg으로, 이웃 독일(53.2kg)이나 한국(60.6kg)을 크게 웃돈다. 거의 매 끼니마다 고기가 꼭 있어야 되는 식문화를 가졌다.
프랑스 보건 당국이 육류 섭취 감축을 권고하는 또 다른 근거는 암 예방이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햄과 소시지 같은 가공육을 1군 발암물질로 분류했다. 소고기와 돼지고기 같은 적색육도 과다 섭취 시 특히 대장암 발생률을 높이는 것으로 보고됐다.
프랑스는 전통적으로 ‘샤퀴테리’(가공육) 소비가 많은 국가다. 이번 지침에서 프랑스는 가공육 소비를 주당 150g 미만으로 대폭 줄일 것을 권고했다.
다만 정부는 국민 정서를 고려해 절충적인 표현을 내놨다. 과일과 채소, 통곡물 위주의 식단을 장려하되, 육류 섭취는 ‘제한’하고 수입육 소비는 ‘감소’시키자는 다소 완화된 표현을 택했다.
미국은 정반대 행보…단백질 섭취량 2배 증량
미국은 얼마 전 정반대 방향으로 움직였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달 7일 5년 만에 전면 개편한 ‘2025~2030 미국인을 위한 식단 지침’을 발표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단백질 권장 섭취량을 기존 체중 1kg당 0.8g에서 1.2~1.6g으로 거의 2배 가까이 늘린 점이다.
새 지침은 매 끼니 단백질을 우선 섭취하라고 권고하면서, 달걀과 가금류, 해산물, 붉은 고기, 유제품 같은 동물성 식품을 적극 포함하도록 했다. 반면 가공식품과 당류에는 엄격한 기준을 적용했다. 당 섭취는 한 끼당 10g 이하로 제한하고, 칩이나 쿠키 같은 포장 가공식품 대신 집에서 직접 요리한 음식을 먹으라고 주문했다.
미국이 단백질 섭취를 강조하는 이유는 인구의 고령화와 관련이 깊다. 미국은 2030년 초고령 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간은 30대 이후 매년 일정 비율의 근육을 잃는다. 단백질 섭취가 부족하면 골절과 낙상, 거동 불능으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 특히 노년층은 젊은 층보다 단백질을 근육으로 합성하는 효율이 떨어져 더 많은 단백질 섭취가 필요하다는 게 미국 보건 당국의 판단이다.
이는 미국의 높은 비만율을 해결하기 위한 전략이기도 하다. 단백질은 제2형 당뇨병 예방과 혈당 조절에도 효과적이다. 탄수화물에 비해 혈당을 천천히 올리기 때문에 식단에서 정제 탄수화물 비중을 줄이고 적절한 단백질 비중을 높이면 식후 혈당 급상승을 방지할 수 있다.
단백질은 또 지방이나 탄수화물보다 포만감을 유도하는 호르몬을 더 많이 분비시키고, 소화 과정에서도 더 많은 에너지를 소모해 대사율 유지에 유리하다.
정치 논리에 흔들리는 식단 정책, 개인 맞춤형 접근 필요
프랑스와 미국의 상반된 행보는 같은 고기라도 정책적 맥락에 따라 정반대로 해석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프랑스는 기후변화 대응을, 미국은 건강 회복을 앞세웠지만, 두 나라의 정책 모두 나름의 과학적 근거가 있다. 하지만 산업계의 로비와 정치적 이해관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고기를 많이 먹느냐 적게 먹느냐 한 가지로는 건강한 식단이라고 판단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개인의 건강 상태와 연령, 생활 환경에 맞는 식단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며, 육류 자체보다 조리 방식 및 함께 먹는 음식의 조합이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