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07일 (화)

[기고] 지역의사제, ‘낙인’ 아닌 ‘명예’로 설계하라

정부가 최근 발표한 의대 증원안의 핵심은 매년 668명, 5년간 총 3342명의 ‘지역의사’ 양성이다. 지역의료 살리기가 목적인 (사)대한종합병원협회로서는 의대 증원과, 전문의 취득 후 10년간 특정 지역에서 의무 복무해야 한다는 지역의사제 도입을 환영한다.

다만 의료 현장과 의학교육계에서 벌써부터 ‘의사 계급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특히 ‘지역의사’라는 명칭은 수도권 일극 체제가 공고한 한국 사회에서 자칫 ‘2류 의사’나 ‘성적 미달자’라는 부정적 낙인으로 작동할 위험이 크다.

과거 ‘보호자 없는 병동’ 사례를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간병 부담 완화라는 선의(善意)로 시작됐으나, 명칭 탓에 ‘가족이나 연고 없는 환자들이 가는 곳’이라는 서글픈 인식이 박혔다. 결국 ‘간호간병통합서비스’로 이름을 바꾸고 표준화된 시스템을 도입하고서야 제 가치를 인정받았다.

지역의사제 역시 마찬가지다. 10년 뒤 의무 복무를 마치고 타 지역으로 진출했을 때, ‘지역전형 출신’이라는 꼬리표가 전문성에 대한 의구심이나 자존감 저하로 이어진다면 어느 인재가 선뜻 이 길을 택하겠는가? 이는 또한, 이 순간에도 열악한 환경에서 헌신하고 있는 지역 의료진의 자부심마저 훼손하는 일이 될 수 있다.

‘지역의사’라는 낙인 대신, ‘국가 의사’라는 명예를 허하라

이제는 ‘지역’이라는 협소한 프레임을 깨야 한다. 국가가 선발하고 교육을 전폭 지원하며, 국가 의료 안전망의 핵심 역할을 수행한다는 의미에서 이들을 ‘국가전략의사’ 혹은 ‘국가공익의사’로 명칭을 전환해야 한다. 명칭의 변화는 단순한 말장난이 아니다. 이들이 수행하는 의무 복무를 ‘강제 노역’이나 ‘어쩔 수 없는 선택’이 아닌, ‘국가를 위한 명예로운 공무’로 승격시키는 첫걸음이다.

물론 이름만 바꾼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10년이라는 젊음의 정점을 지역 의료에 바친 이들에게는 그 희생에 상응하는 파격적이고 실질적인 보상 체계가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

첫째, 경력의 공적 가치를 제도적으로 인정해야 한다. 의무 복무 기간을 국립대 병원 교수 채용이나 공공의료기관장 임용 시 호봉으로 가산하고, 보건복지부 등 행정직 진출 시 우선 채용권을 부여해야 한다. 10년 복무를 마친 의사에게는 국가가 보증하는 ‘마스터닥터’(master doctor) 칭호와 함께, 개원 시 파격적인 금융·행정적 혜택을 제공하여 그들이 어디서든 당당히 진료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줘야 한다.

둘째, 전폭적인 정주 여건과 학술적 성장 환경을 지원해야 한다. 단순한 주거 제공을 넘어 자녀 교육 지원과 배우자의 지역 내 취업 지원 등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의사로서의 성장’이다. 지역 내에서도 대학 병원 수준의 연구를 이어갈 수 있도록 원격 협진 시스템과 연구 인프라를 구축해, 지역 근무가 학문적 단절이 아닌 심화 과정이 되도록 설계해야 한다.

셋째, 지역 주민의 인식 개선을 위한 국가적 캠페인이다. ‘지역의사’가 실력이 부족해 지역에 남은 인력이 아니라, 국가가 선발하고 지역이 극진히 아끼는 ‘우리 동네 최고의 전문의’라는 사회적 신뢰를 쌓는 노력이 필수적이다. 정부는 이들이 지역 공동체의 리더로서 존경받을 수 있는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

“전문의 취득 후 최대 10년 복무”...강제가 아니라 훈장이 되려면

의사에게 지역은 ‘유배지’가 아닌 ‘사명의 현장’이어야 한다. 의료는 기계적인 숫자의 배치가 아니며, 진료의 질은 결국 의료인의 자부심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정부는 낙인효과를 불러올 명칭을 즉각 폐기하고, 이들을 국가 의료의 주역으로 예우하는 정교한 제도적 설계를 서둘러야 한다. 10년 뒤, 그들이 복무를 마치고 지역을 떠날 때 가슴에 명예로운 ‘훈장’을 달고 나올 수 있을 때, 비로소 대한민국 지역 의료는 자생적인 생명력을 얻을 것이다.

정근·대한종합병원협회 상임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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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js*** 2026-02-18 12:32:01

    지역 의료를 지키는 의사에게 단순한 의무만 요구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에 맞는 명예, 사회적 존중, 그리고 실질적인 보상이 함께할 때 제도는 제대로 안정이 될수 있을듯 합니다 (사)대한종합병원협회의 이번 목소리는 지역필수의료 인력 확충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단순한 인력배치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현장의 현실을 잘 반영한것으로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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