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07일 (화)

혈액 속 0.02% 미세 신호를 잡아라…조기 암 진단에 도전하는 바이오벤처 그래비스

정밀·예방 의료 시대, 조기 진단의 병목 겨냥

“아주 작은 신호 하나를 놓치면, 생명을 잃을 수도 있습니다(Missing one tiny signal Cost a Life).”

20일 오후 부산 해운대 벡스코 제2전시장에서 열린 ‘2026 부산 지산학(地産學) 쇼케이스’. 부산권 대학들과 지역기업, 연구기관이 한자리에 모여 기술을 공유하고 협력 가능성을 모색하는 자리다. 부산대기술지주㈜ 등에서 육성하고 있는 유니콘(Unicorn)들과 루키(Rookie)들의 IR(투자설명회)도 진행됐는데, 거기서 바이오벤처 ㈜그래비스(GraBis) 이진엽 대표는 질병 조기진단의 본질을 그렇게 압축했다.

(주)그래비스 이진엽 대표는 암과 같은 질환은 몸에 작은 신호를 먼저 보내는데, 그 위험 신호를 얼마나 빨리, 정확하게 포착하느냐가 정말 중요하다고 했다. 사진=윤성철 기자

게다가 정밀 의료와 예방 의료가 화두가 된 지금, 의료 기술의 경쟁력은 더 이상 ‘치료’ 그 자체에만 머물지 않는다. 얼마나 이른 시점에, 얼마나 정확하게 위험 신호를 포착하느냐가 진료 성패를 가른다.

“신호는 있는데, 잡히지 않는다”

하지만 암을 비롯한 중증 질환은 대개 조기 진단이 어렵다. 이유는 명확하다. 질병 초기에 환자 몸속을 떠도는 바이오마커(예: ctDNA, cfDNA, 엑소좀 등)의 양이 극히 적기 때문.

실제로 혈액 1mL에 포함된 순환 종양 DNA(ctDNA)는 전체 DNA의 0.02% 수준에 불과하다. 일반적인 기술로는 이 미세한 신호를 안정적으로 분리해내기 어렵다.

분리 과정의 어려움도 복병이다. 혈액 속에는 DNA·RNA뿐 아니라 단백질, 세포, 바이러스, 엑소좀 등 수많은 물질이 뒤섞여 있다. 원하는 바이오마커만 거기서 정밀하게 분리하고 농축하지 못하면, 이후 PCR이나 NGS 분석의 정확도 역시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진엽 대표는 이 지점을 ‘조기진단의 병목(bottleneck) 구간’이라 했다. 분석 기술이 아무리 정교해도, 그 앞단에서 샘플이 제대로 정리되지 않으면 ‘신호’를 놓치기 쉽다는 뜻이다.

“현재 의료 현장에서 사용하는 분석 기술은 상당히 정교해졌습니다. 문제는 그 앞단입니다. 분석에 들어가기 전 단계에서 원하는 바이오마커를 얼마나 정확하게 분리해낼 수 있느냐가 결국 진단의 정확도를 좌우하니까요.”

독특한 분리, 농축 기술…조기진단 정확도 겨냥

그래비스가 내놓은 해법은 초고감도 분리·농축 플랫폼(GraBeads®)이다. 자기(磁氣) 비드를 기반으로 한 이 기술은 혈액 속 극미량(極微量) 바이오마커를 효율적으로 포획하고 분리하고 농축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이 대표는 “기존 방식과 비교할 때 그래비스(GraBeads®)는 최대 10배 이상 향상된 분리 성능, 샘플 손실을 줄여 약 30% 이상 개선된 분석 결과를 제공한다”며 “단순히 민감도를 높인 것이 아니라, 분석에 적합한 상태로 바이오마커를 전달하는 기술”이라 했다.

조기진단에서는 ‘있느냐, 없느냐’보다 ‘얼마나 안정적으로 잡히느냐’가 더 중요한데, 그래비스(GraBeads®)가 그 앞단을 책임지는 기술이란 얘기다.

액체생검부터 PCR, NGS까지…파이프라인 붙였다

그래비스의 기술은 단일 키트에 머물지 않는다. 이날 IR 발표에서는 조기 진단을 위한 전체 파이프라인이 함께 제시됐다.

먼저, 혈액 기반 액체생검을 통해 엑소좀, cfDNA, ctDNA 등을 분리·농축한 뒤, 이를 PCR이나 NGS(차세대 염기서열 분석)로 연결하는 구조다.

더 주목할 점은 적용 범위다. 그래비스(GraBeads®)는 DNA나 RNA뿐 아니라 단백질, 엑소좀, 바이러스, 세포 등 다양한 표적에 맞게 설계된 비드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다. 하나의 플랫폼으로 여러 질환과 연구 목적에 대응할 수 있다는 얘기다.

사진=그래비스

예방 의료, 정밀 의료 커질수록 ‘이것’ 중요해진다

정밀의료와 예방의료의 목표는 분명하다.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질병 가능성을 미리, 그리고 정확히 수치로 포착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의료 현장에서는 액체생검, 다중 바이오마커 분석, 반복 추적검사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기술의 출발점은 검체 처리의 신뢰성이다.

그래비스의 기술은 조기 암 진단, 신경퇴행성 질환 바이오마커 연구, 감염병 진단, 맞춤형 정밀의료 연구 등 다양한 영역으로 그 활용 가능성을 넓히고 있다. 바이오마커 및 진단 소모품 글로벌 시장(약 6.9조 원)을 겨냥한 전략도 이 같은 흐름과 맞닿아 있다.

이 대표는 정밀 의료는 화려한 분석 장비에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그보다 앞선 단계, 보이지 않던 신호를 보이게 만드는 기술이 있어야 정밀 의료도, 예방 의료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래비스가 미세한 신호 하나에 오랫동안 초점을 맞춰온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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