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같은 시간에 같은 사안을 보더라도 진보주의자와 보수주의자는 생각이 다르다. 둘 사이에는 넘을 수 없는 큰 절벽이 자리 잡고 있다. 정보를 수집하는 방식이 다른 점도 이러한 차이를 만드는 요인이다.
《플로스 원(PLOS ONE)》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진보 성향의 사람들은 포괄적인 통계 자료를 더 많이 찾는 반면, 보수 성향의 사람들은 개별 데이터나 전문가 의견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아이다호대 연구진은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해 모집한 성인 583명에게 현금 보석금 제도 개혁에 관한 정책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미국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300개 도시 중 100개 도시는 이 개혁을 시행했고, 200개 도시는 시행하지 않았다는 정보가 제공됐다. 그런 다음 참가자들에게 이 정책의 범죄 감소 효과에 대해 평가해달라고 요청했다.
참가자들은 최종 평가를 하기 전에 원하는 만큼의 정보를 선택적으로 볼 수 있었다. 연구진은 참가자들이 의견을 형성하는 데 어떤 종류의 증거가 필요하다고 느꼈는지 추적했다.
증거 자료는 크게 통계 자료와 전문가 증언 두 가지 범주로 나뉘었다. 통계 자료를 통해 참가자들은 개혁을 시행한 도시와 시행하지 않은 도시 중 범죄율이 증가 또는 감소한 도시의 수를 확인할 수 있었다. 전문가 증언에는 민주당, 공화당, 전미총기협회(NRA) 및 미국진보센터의 평가가 포함됐다.
연구진은 통계 정보 탐색 행동을 두 가지 유형으로 분류했다. 첫 번째 유형은 ‘범주형’으로 범죄율이 증가한 개혁 도시의 수와 같이 특정 결과 하나만을 살펴보는 것을 의미했다. 두 번째 유형은 ‘완전 연관 분석’으로 개혁된 도시와 개혁되지 않은 도시에서 범죄 증가 및 감소라는 네 가지 필수 데이터를 모두 수집하는 것을 의미했다.
연구진은 또 참가자들의 정치적 이념과 ‘인지적 성찰’ 수준을 측정했다. 인지적 성찰이란 즉각적이고 직관적인 반응을 억제하고 더 깊이 분석적인 사고를 하는 능력을 말한다. 인지적 성찰 수준은 명백하지만 오답인 문제와 약간 더 생각을 요구하는 정답으로 구성된 7문항 테스트를 통해 측정했다.
연구 결과 정치적 이념과 수집된 증거 유형 사이에 연관성이 나타났다. 스스로를 보수주의자라고 밝힌 사람들은 범주형 증거 기준에 더 의존하는 경향이 있었다. 단일 유형의 데이터에만 의존할 확률의 경우 보수주의자는 37%인 반면 진보주의자는 4%였다. 보수주의자들은 수학적으로 타당한 비교를 위해 필요한 모든 연관성 데이터를 찾아보려는 경향이 적었다. 반면 진보주의자들은 포괄적인 통계 정보를 수집하는 것을 선호했다.
또 인지적 성찰 테스트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참가자들은 범주형 증거에 의존할 가능성이 낮아 이용 가능한 모든 통계 자료를 수집하는 경향이 있었다. 이러한 분석적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은 전문가 증언을 요청할 가능성도 적었다. 정치 조직의 판단에 의존하기보다는 직접 수치를 살펴보는 것을 선호했다.
인지적 성찰 점수가 높은 참가자들은 전문가 의견을 구할 때도 다양한 의견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경향이 있었다. 즉, 자신과 같은 정치적 성향의 집단뿐 아니라 반대 집단의 평가도 함께 살펴보려는 것이었다. 반면, 인지적 성찰 점수가 낮은 참가자들은 전문가의 조언을 구할 때 자신의 정치적 성향과 일치하는 집단만 참고하는 경향이 있었다.
연구진은 “사람들이 자신에게 제시된 증거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평가하는 연구는 활발히 진행되고 있지만, 사람들이 애초에 증거를 어떻게 찾는지에 대한 연구는 훨씬 부족하다”며 “사람들의 정치적 신념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정보를 찾는 방식에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