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죄송하지만, 우리 병원에선 어렵습니다.”
백내장 수술로 넣은 인공 수정체 탈구 진단을 받고는 예전에 수술했던 병원에 문의했지만, 의외의 대답을 들었다. ‘고난도 수술’이어서 자기 병원에선 할 수 없다는 얘기.
다른 병원도 알아봤지만, 비슷했다. 돈을 들여서라도 수술하고 싶지만, 숙련된 전문의를 찾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은 것.
실제로 인공수정체 탈구 재수술은 일반 백내장 수술과는 차원이 다른 고난도 영역이다. 모든 안과 의사들이 다 잘 하는 영역이 아니라는 얘기다.
‘단순 재조정’과 ‘고난도 공막 고정’은 다르다
수정체 탈구는 증상의 경중에 따라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째는 렌즈가 약간 틀어진 경우다. 이때는 안과 의사라면 웬만큼 다 한다. 렌즈 위치를 재조정하는 비교적 간단한 수술이어서다.
하지만 백내장 수술을 한 후 6~7년 지나 뒤늦게 나타나는 ‘지연성’ 탈구는 수정체를 감싸는 주머니, 수정체낭까지 떨어진 경우가 많다. 렌즈가 눈 속 유리체강으로 빠져나가는 심각한 경우도 있다. 이는 망막 전문의 영역인 유리체 절제술(Vitrectomy)을 동반해야만 제대로 해결할 수 있다.
탈구된 렌즈를 다시 고정하는 ‘공막 고정술’도 유리체를 다뤄야 하는 고난도 술기. 일반 안과 의사가 할 수 있는 단순한 위치 재조정술과는 차원이 다르다.
망막 전문의 부족…지방은 더 심각
공막 고정술은 집도의의 숙련도에 따라 수술 성공률과 합병증 발생률이 극명하게 갈린다. 특히 공막에 실이나 인공 지지대로 렌즈를 고정하는 야마네(Yamane) 방식이나 카나브라바(Canabrava) 방식과 같은 최신 술기는 고도의 정교함을 요구한다.
그러나 망막 전문의는 절대적으로 수가 적고, 그중에서도 고난도 술기에 숙련된 의사는 더 희소하다. 숙련도 차이는 환자의 시력 회복 여부를 좌우하는 결정적 요인이다.
문제는 지역 편차다. 고난도 술기에 능숙한 망막 전문의는 수도권이나 대형 대학병원에 상대적으로 많다. 지방 환자들은 여기서도 ‘지역 격차’를 느껴야 한다.
노령화가 만든 재수술 위험의 그림자
탈구 재수술이 심각한 의료 문제로 떠오르는 배경에는 고령화가 있다. 노인 환자는 백내장 합병증 외에도 고혈압, 당뇨 등 기저 질환을 함께 앓고 있는 경우가 많아 수술 위험도가 높다.
게다가 고령화가 진행될수록 수술 후 렌즈를 지지하는 인대 자체가 약해져 재탈구 가능성까지 높아진다. 부산의 한 대학병원 교수는 “전국적으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데다, 부산권은 고령화 속도가 국내에서도 상대적으로 빠르다”면서 “2023년부터 2033년 사이, 노화에 따른 인공수정체 탈구 사례가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라 전망했다.
숙련된 전문의에게 안정적으로 수술을 받는 것은 단순히 시력 회복을 넘어 노인 환자의 삶의 질을 보장하는 안전망이다. 그러나 현재의 의료 시스템은 이 안전망이 부족하고, 지역 격차도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