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07일 (화)

질 높은 완화의료, 암환자 2년 생존율 2배 높인다

우울감 유병률은 절반 이하로 줄어

윤영호(좌측)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강은교 국립암센터 가정의학과 교수. [사진=서울대병원]

질 높은 조기 완화의료를 받은 진행성 암 환자는 그렇지 않은 환자보다 2년 생존율이 2배 이상 높고, 우울감을 겪을 확률은 절반 이하로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윤영호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연구팀(국립암센터 강은교, 울산대병원 고수진 교수)은 국내 12개 병원의 진행성 암 환자 144명을 대상으로 완화의료의 질적 수준이 환자 예후에 이같은 영향을 미친다고 22일 발표했다. 단순히 완화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그 ‘질’을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환자의 예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입증한 것이다.

진행성 암 환자는 암이 다른 장기로 전이돼 완치가 어려운 상태에 있는 환자를 의미한다. 치료법이 제한적일 뿐만 아니라 통증, 불안, 우울 등 복합적인 고통에 시달리는 등 어려움을 격지만 그간의 완화의료 연구는 서비스 제공 여부에만 초점을 맞추고 질적 차이에 따른 효과를 명확히 규명하지 못했다.

연구팀은 자체 개발해 검증을 마친 ‘완화의료 질 평가 설문(QCQ-PC)’을 활용해 환자들이 직접 체감한 완화의료의 수준을 측정했다. 이 설문은 의료진과의 소통, 의사결정 참여, 정서적 지지 등 환자 경험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연구팀은 이를 기준으로 환자들을 ‘질 높은 완화의료군(76명)’과 ‘질 낮은 완화의료군(68명)’으로 나눈 뒤, 우울증, 삶의 질, 생존율 등을 2년간 추적 관찰했다.

연구 시작 시점 두 그룹의 우울 유병률은 각각 35.5%와 40.3%로 큰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24주 뒤, 질 높은 완화의료를 받은 그룹의 우울 유병률은 14.7%로 절반 이상 급감했다. 반면 질 낮은 그룹은 39.1%로 제자리걸음이었다. 정신적 고통을 관리하는 데 완화의료의 질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생존율 격차는 더욱 극명했다. 2년 뒤 생존한 환자의 비율은 질 높은 그룹이 25.0%에 달했지만, 질 낮은 그룹은 11.8%에 그쳤다. 질 좋은 돌봄이 환자의 생존 가능성을 2배 이상 늘리는 효과를 가져온 셈이다. 이 밖에도 질 높은 그룹은 삶의 실존적 의미를 되찾고, 스스로 건강을 관리하는 능력도 유의미하게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의 공동 제1저자인 강은교 국립암센터 교수는 “이번 연구는 조기 완화의료의 ‘질’이 환자의 생존과 직결된다는 사실을 입증함으로써, 그동안 근거가 부족했던 영역에 학술적·정책적 의미를 더했다”며 “완화의료의 질 관리는 선택이 아닌 필수임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연구를 이끈 윤 교수는 “국내에서는 아직 완화의료가 필요한 환자들에게 충분한 서비스가 제공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앞으로는 완화의료 서비스를 양적으로 확대하는 동시에, 질적 수준을 체계적으로 평가하고 관리하는 시스템을 도입해 환자들이 어디서든 질 높은 완화의료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통증과 증상 치료(Journal of Pain and Symptom Management)》온라인판에 게재됐다.

댓글 0
댓글 쓰기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