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화를 배우며 가장 익숙하게 떠올리는 이미지는 원시 유인원에서 시작해 현대 인류로 이어지는 일렬 행진 그림(사진 하단)일 것이다. 이 단순화된 도식은 인간 진화에 대한 대표적인 오해를 낳는다. “인간이 원숭이에서 진화했다면 왜 여전히 원숭이가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이 그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의문이 진화의 본질을 오해한 결과라고 설명한다.
영국 런던대의 루스 메이스 교수는 데일리메일과의 인터뷰에서 “진화는 선형 과정이 아니라 나무와 같다. 인간과 원숭이는 각기 다른 가지 끝에 존재하며, 어느 시점에서 갈라져 나왔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인류와 침팬지·보노보는 약 600만~1000만 년 전 공통 조상으로부터 갈라졌으며, 현재도 DNA의 약 98.7%를 공유한다. 다시 말해, 인간이 특정 원숭이 집단에서 직접 진화했다는 생각은 과학적으로 틀렸다는 것이다.
또한 ‘왜 원숭이는 인간처럼 똑똑해지지 않았는가’라는 질문 역시 잘못된 전제에서 출발한다. 메이스 교수는 “우림 속에서 식물성 먹이를 중심으로 집단 생활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지능과, 사바나에서 집단 사냥을 위해 필요한 지능은 다르다”고 설명한다.
진화는 특정 종을 목표로 전개되지 않는다. 다윈이 말한 '생명의 나무'는 위로 곧게 자라는 콩나물이 아니라 사방으로 뻗어나가는 덤불에 가깝기 때문이다. 이 나무에는 네안데르탈인처럼 진화하지 않고 사라진 종도 있다. 따라서 영장류의 모든 종이 인간을 향해 진화한다는 방향은 없다.
같은 맥락에서, 인간이 진화의 최상위에 존재한다는 생각은 과학적이지 않다. 이와 관련해 케임브리지대의 존 로완 박사는 "왜 인간은 보노보처럼 폭력과 전쟁 없이 살아가지 못했는가?"라고 반문한다.
그렇다면 현재의 원숭이가 미래에 인간처럼 진화할 가능성은 있을까. 메이스 교수는 “환경이 비슷하면 유사한 형태가 출현하는 ‘수렴 진화’는 가능하지만, 그것이 반드시 인간과 같은 모습일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케임브리지대 에드윈 드 예이거 박사 역시 “진화는 반복되지 않지만, 충분한 시간과 압력이 주어진다면 원숭이가 더 높은 지능을 가진 새로운 존재로 발전할 수 있다. 다만 그것은 인간이 아닌 전혀 새로운 종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간이 원숭이에서 진화했다면 왜 여전히 원숭이가 존재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과학자들의 대답을 요약하자면, 인간과 원숭이는 같은 조상에서 갈라져 각자 다른 길을 걸온 ‘진화 나무’의 가지일 뿐, 인간이 원숭이에서 직접 진화한 것이 아니란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