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를 펜타닐 문제나 약값 등과 연계
이를 역이용 정상회담서 트럼프식 ‘거래’ 이뤄야
매년 수만 미국인 목숨 앗아가는 합성마약 펜타닐
유통 차단 한미일 협력체 제안하면 현안 협상 도움
마약 국내 유입 막고 글로벌 유통 억제에도 기여
중국산 합성마약 일본·한국 풍선효과 제거 나설 때

지난 1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이래 전 세계를 내내 흔들던 미국의 상호관세가 7일 오후 1시(미국 동부시간 0시) 발효됐다. 한국에겐 이미 합의한대로 15%가 적용됐지만, 트럼프는 이날 반도체에 대한 100%의 별도 관세를 예고하는 등 미국 무역 정책이 춤추고 있어 긴장을 늦출 수 없다.
한국, 자동차·반도체는 물론 제약바이오도 타격
뿐만 아니다. 트럼프는 지난 5일에는 현행 15~20%의 수입관세를 매기고 있는 의약품에 대해 “우선 소규모 관세를 부과하고 앞으로 1년에서 1년 반 내로 이를 150%, 250%로 단계적으로 높이겠다”고 밝혔다. 다국적 제약회사가 미국에 생산시설을 옮기도록 유도하겠다는 의미다. 이로써 자동차·반도체 등 주요 대미 수출품은 물론 한국의 유망산업으로 자리잡아가던 제약·바이오도 트럼프 관세정책의 직격탄을 맞게 됐다. 한국의 보건의료 산업 전체에 먹구름이 몰려드는 상황이다.
이제 남은 것은 이달 말로 예정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와의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국에 유리한 세부 ‘딜(거래)’을 이끌어내는 일뿐이다. 이를 위해 통상·산업에서 외교안보까지 모든 참모가 온갖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을 것이다. 특히 한국 제약바이오 산업은 트럼프의 관세 정책에 그야말로 사활이 걸려있는 만큼 이 부문에 대한 비상한 관심과 대책이 필요하다.
‘거래’ 선호 트럼프 특성 맞춰 ‘거절할 수 없는 제안’ 필요

그렇다면 트럼프에 맞설 ‘딜’ 전략으로 어떤 것이 필요할까. 이를 파악하려면 트럼프의 본질을 다시 한 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 트럼프식 사고방식의 원형을 가장 잘 담고 있는 것으로 1987년 나온 그의 회고록 겸 비즈니스 조언서인 『거래의 기술(Trump: The Art of the Deal)』만한 것이 없을 것이다. 트럼프 스스로 “성경 다음으로 좋아하는 책”이라고 말했을 정도다. 주목할 점은 이 책의 제 2장에 스스로 밝힌 트럼프의 사업 스타일 겸 원칙 11가지다. 1)크게 생각하라 2)항상 최악의 경우를 예상하라 3)선택의 폭을 최대한 넓혀라 4)발로 뛰면서 시장을 조사하라 5)지렛대를 사용하라 6)입지보다 전략에 주력하라 7)언론을 이용하라 8)신념을 위해 저항하라 9)최고의 물건을 만들어라 10)희망을 크게, 비용은 적당히 11)사업을 재미난 게임으로 만들어라 등이다.
11가지의 핵심은 ‘상대의 허점을 파고들어 상황을 장악하라’로 요약할 수 있다. 트럼프 스스로 “거래나 협상, 담판에서 상대방이 원하는 것이나 허점을 노려 자신에게 유리한 상황을 만든 다음, 절대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해서 원하는 바를 얻는 것”을 대표적인 ‘딜’의 기법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를 역으로 이용하면 한미정상회담에서 좋은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펜타닐 퇴치, 트럼프 주요 공약으로 관세에도 연계

이를 위해 반추해볼 부분이 트럼프의 대선 공약이다. 트럼프는 무역적자 감소, 제조업 부활과 함께 합성마약 펜타닐 퇴치를 핵심 공약으로 제시했다. 이 공약들은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들의 지지를 이끌어냈다. 미국에선 진통제인 펜타닐의 남용으로 매년 수만 명이 목숨을 잃고 있어 가장 뜨거운 사회문제 중 하나다.
특히 주목할 점은 트럼프 행정부가 약값 인하와 펜타닐 유입 방지 문제를 관세로 연계하는 전술을 구사하고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는 자국 내 펜타닐 위기가 제조국인 중국과 육상 국경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캐나다·멕시코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며 지난 2월 이후 각국에 20~25%의 펜타닐 관세를 부과했다. 펜타닐 문제는 앞으로 있을 미·중 무역협상에서 반드시 중심에 설 수밖에 없다.
니케이, 밀매조직이 일본을 경유지 활용 정황 포착
이런 상황에서 일본의 니혼게이자이신문(日本經濟新聞·나케이)이 1987년 유엔이 정한 ‘세계 마약 퇴치의 날’인 지난 6월 26일자 조간 1면 톱에 보도한 펜타닐 관련 기사는 눈에 띨 수밖에 없다. ‘펜타닐, 일본 경유 또는 중국 조직이 밀수 거점?/’미중 대립‘ 부수적 피해 우려’라는 제목의 이 탐사보도 기사는 중국의 펜타닐 관련 의심 조직이 일본 나고야에 법인을 설립하고 활동해왔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니케이는 나고야에 설립된 'FIRSKY'라는 법인이 중국 우한(武漢)의 'HAB'이라는 업체와 인적·자본적 제휴를 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문제는 HAB 관계자들이 멕시코 등의 조직과 펜타닐 밀매를 하다 미국에서 유죄판결을 받았다는 사실이다. 미국 법무부, 이민세관단속국(ICE), 마약단속국(DEA) 등 법집행기관은 홈페이지에 이런 사실을 공개하고 있다.
니케이는 이 탐사보도를 바탕으로 ‘무역전쟁 등 전 세계적으로 마찰을 빚고 있는 문제(펜타닐 위기)가 일본에도 파급될 가능성이 생겼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미중 무역 갈등 속에 중국에서 집중단속에 들어가고, 일본에서도 니케이 보도를 계기로 감시를 강화하면 펜타닐 밀매조직이 한국을 새로운 발판으로 삼으려고 할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는 사실이다. 마약 범죄 수사에서 이를 ‘풍선효과’ 또는 ‘바퀴벌레 효과’라고 부른다.
한미일 펜타닐 퇴치 동맹체제 'MAFGA'
그렇다면 한국은 미국·일본 등과 손잡고 선제적으로 펜타닐 유통 차단을 위한 한미일 국제협력체를 구성하는 방안을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미국과 국방에 이어 마약퇴치 분야에서도 강력한 동맹체제를 구성할 수 있는 방안이다. 여기에 ‘MAFGA(Make America Fentanyl-free Great Again: 미국을 다시 한 번 펜타닐 없는 위대한 나라로)’라는 이름을 붙일 수도 있다. 한국으로선 조선 분야 협력 프로젝트인 '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에 이은 또 하나의 동맹협력체다.
국내 마약퇴치 활동에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 트럼프 행정부가 골머리를 앓고 있는 펜타닐의 퇴치에 기여하는 효과도 기대되는 양수겸장의 조치이니만큼 한국으로선 마다할 이유가 없다. 이는 트럼프가 도저히 거절하지 못할 선제적인 ‘마약 퇴치 협력 제안’이 되기에 충분해 보인다. 한국으로선 한미정상회담에서 무역 협상과 방위비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 견인차로 활용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