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막구균 감염병 막는 '유전자 백신' 첫 등장, 예방 전략 바뀔까
GSK 개발 '벡세로' 국내 출시, 2개월 이상 영아부터 접종 대상
수막구균 감염병을 예방하는 유전자 백신이 국내에 처음으로 도입됐다. 이 감염병은 1세 미만 영아에 뇌수막염과 패혈증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으로 발생과 동시에 높은 치사율을 보고한다. 의료전문가들은 "최근 몇 년간 국내에서도 수막구균 감염증에 혈청군B 유형이 차지하는 비율이 증가하면서 적극적인 예방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16일 한국GSK가 국내 최초의 유전자재조합 수막구균 예방 백신 '벡세로(성분명 수막구균B군 흡착백신)' 출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강현미 서울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연자로 참석해 “수막구균 감염증은 전 세계적으로 다른 연령 대비 1세 미만 영아에서 가장 발생률이 높은 상황"이라며 "생존자 10명 중 1~2명은 뇌 손상과 청력 손실, 사지 상실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수막구균 감염증은 수막구균(Neisseria meningitides)에 의한 급성 감염병으로, 주로 수막염과 패혈증을 일으키는 중증 질환이다. 수막구균은 폐렴구균, B형 헤모필루스 인플루엔자(Hib)와 함께 세균성 수막염을 일으키는 3대 원인으로 손꼽힌다.
감염시 초기 증상은 독감과 유사해 진단이 어렵고 진행 속도가 빨라 조기에 사망할 수 있으며, 치료를 받더라도 심각한 장애가 남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수막구균 감염증의 발생률은 1세 이하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국내에서 실제 발생건수는 보고된 사례보다 더 많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질병관리청은 수막구균 감염증의 전파 가능성을 고려해 유행 시 격리가 필요하고, 24시간 이내에 신고가 필요한 제2급 법정감염병으로 지정해 감시하고 있다. 강 교수는 "침습성 수막구균 감염증은 빠르게 진행되며 초기 증상 발현 후 24~48시간 내에 사망하거나, 치료를 받더라도 치사율이 8~15%에 달한다"며 적극적인 예방을 당부했다.
이와 관련해, 사람에게 침습성 수막구균 감염증을 일으키는 수막구균 혈청군은 A, B, C, W, X, Y가 대부분으로, 최근 우리나라에서 가장 우세한 수막구균 혈청군은 B형이다. 2010~2016년에 확인된 수막구균B 혈청군의 비율은 28%였으나, 2017~2020년에는 78%로 크게 증가했다.
이번에 국내 도입된 벡세로는 수막구균B의 전체 유전자 정보를 분석해 개발된 유전자재조합 백신으로, 생후 2개월 이상에서 혈청군B에 의한 침습성 수막구균 질환의 예방에 사용된다. 강 교수는 “유행하는 수막구균 혈청군은 국가와 시기에 따라 다양하게 변화하며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며 "특히 국내에서 혈청군B가 차지하는 비율이 늘고있어 예방의 필요성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벡세로는 2개월 이상 영아부터 성인까지 1만565명을 대상으로 10건의 무작위대조군임상을 포함한 17건의 연구를 통해 백신의 면역원성과 안전성을 확인했다. 임상시험을 통해 생후 6개월 이전의 영아에서 기초 접종 횟수를 2회로 줄였을 때에도 기초 접종 3회와 비교해 백신에 들어있는 4개 항원성분 모두에서 비열등한 면역원성을 보고했다. 이러한 백신의 유효성은 2세~10세의 소아 대상 임상(2회 접종 일정)과 11세~17세의 한국 청소년 264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3상 임상에서도 다르지 않았다.
방준 한국GSK 의학부 이사는 “영국, 포르투갈, 캐나다 등에서는 수막구균 혈청군B의 비중이 높기에 예방접종을 통한 질환 예방이 강조된다"며 "우리나라에서도 수막구균B가 우세하게 나타남에 따라 이로 인한 감염증을 예방하는 백신 도입이 필요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벡세로는 2013년 유럽에서 최초 승인 이후 세계 52개국에서 허가를 받았으며 10년 이상 사용되고 있다. 현재 세계 35개국에서 벡세로의 접종을 권고하고 있으며, 질환의 심각성과 효과적인 집단 면역의 필요성이 인정돼 영국, 미국, 체코, 프랑스 등 14개국에선 국가필수예방접종 프로그램에 포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