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 전 외국인 노동자, 지금은 몽골 최고의사”

한국에 연수 온 국립트라우마센터 다과돌 라바수렌 신경외과 과장

지난 2000년, 몽골의대에 입학했다. 그리곤 결혼도 했다. 하지만 어려운 가정 형편 탓에 매 학기 등록금을 마련하기도 힘겨웠다.

다과돌 라바수렌은 결국 학교에 휴학계를 낸 후, 아내와 함께 한국행 비행기를 탔다. 그때가 2005년. 나이도 20대 초반에 불과했다.

제주도의 한 조그만 어촌에서 매일 배를 타고 다시마를 따는 일부터 시작했다. 경남 양산과 함안으로 넘어와선 말 농장, 축산 농가에서 일했다. 건축현장을 돌며 일명 ‘노가다’도 뛰었다.

창원에 있을 땐 아이도 태어났다. 눈물겨운 하루하루였다. 그래도 돈은 모았다. 2007년 몽골로 돌아가 복학했고, 2009년 의대를 졸업할 수 있었다. 입학한 지 10년 만이었다.

이후 그는 아크 의대의 박사과정을 거쳐 몽골 국립트라우마센터에서 의사 생활을 시작했다. 현재는 신경외과 책임 과장. 뇌혈관질환 치료에 있어서 몽골에서 가장 권위 있는 병원으로 알려진 국립트라우마센터 책임 과장인 만큼 몽골에서 최고급(級) 의사가 된 셈이다.

세월이 흘러 이젠 40대 초반이 됐다. 그가 18년 만에 다시 한국에 왔다. 이번엔 의사 연수.

이달 초부터 고신대복음병원(병원장 오경승)에서 신경외과 연수를 받고 있다. 그에게 한국의 우수한 의료 인프라와 체계적인 시스템은 늘 동경의 대상이다.

여기서 신경외과 교수들의 다양한 수술과 시술을 두루 참관했다. 수시로 메모하고, 저녁마다 이를 자신의 노트에 정리했다. 하루하루가 감탄과 놀라움의 연속.

신경외과 교수들의 수술 장면을 참관하는 닥터 다과돌. [사진=고신대복음병원]
“한국의 의료시스템은 우리 몽골 의료계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제시해주는 것 같다”라고 했다.

“몽골에 있는 후배들에게도 이런 연수기회를 꼭 주고 싶다”는 그에겐 특별한 개인 일정이 하나 있다. “첫 아이가 태어났던 창원 마산의 산부인과 병원을 다시 한번 가보고 싶다” 했다.

이런 인연이 모여 몽골 국립트라우마센터와 고신대복음병원 사이의 기관 협력으로까지 나아간다. 갈바드락 병원장이 몽골에서 날아와 1일 부산 벡스코 ‘부산국제의료관광컨벤션’에서 고신대병원과 MOU를 체결하는 것. 몽골 의사들의 한국 연수가 더 활발해질 토대다.

닥터 다과돌은 갈바드락 병원장과 함께 오는 3일 몽골로 돌아간다.

    윤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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