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4세 소녀, '자해' 응급환자 늘어난 이유는?
자해 '미화' 콘텐츠, 청소년 자해 악영향... 20대 초반男도 취약
미디어 콘텐츠의 '자해' 행위 노출이 청소년 정신건강에 심각한 악영향을 준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정서적 어려움으로 괴로움을 회피하고 싶은 아이들에게 '현실을 돌파할 수 있다'는 잘못된 환상을 심어주고 자해 행위를 따라하도록 부추길 수 있단 분석이다.
서울아산병원 소아정신건강의학과 김효원·이태엽, 융합의학과 김남국 교수팀은 자해 행위를 미화하는 내용의 프로그램이 방송된 후 자해로 인한 청소년의 응급실 방문이 최대 3.4배까지 늘었단 사실을 입증했다. 자해 행위의 미디어 노출이 청소년에게 주는 악영향이 유의미하단 사실을 세계 최초로 국가 데이터 단위에서 밝혀냈다.
김효원 교수는 "미디어 속 자해 콘텐츠는 청소년기 아이들에게 ‘자해는 해도 되는 것’ 혹은 ‘자해는 멋있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면서 자해를 심리적 어려움을 해결(현실 돌파)하는 방법으로 알리는 것과 같은 효과를 준다"면서 "미디어에서 표현의 자유는 존중돼야 하지만 미디어가 청소년의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사회적 고민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연구팀은 국가응급환자 진료정보망을 이용해 2015년 1월~2018년 12월 응급실 방문 환자 중 자해 환자인 11만 5647명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이들 환자는 자해를 통한 극단적 선택 시도는 물론 비극단적 선택의 목적의 자해 행위도 포함한 수치다.
연구팀이 분석 기준으로 삼은 방송은 2018년 3월 말 방영된 프로그램이다. 음악 전문 방송 채널의 청소년 음악 경합 프로그램으로, 자해의 위험성을 경고하지 않은 채 한 출연자의 활동명과 가사에 담긴 자해 경험을 '성장기'처럼 소개해 논란이 됐다. 청소년이 주시청층인 탓에 자해를 미화하고 정당화하는 해당 내용은 이후 청소년들 사이에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분석 결과, 인구 10만 명당 월별 자해 응급 환자 수치는 방영 전(2018년 2~3)월과 비교해 방영 후(2018년 4월~12월) 확연히 늘었다. △10대 초반(10~14세)에서 0.9명에서 3.1명으로 △10대 후반(15~19세)은 5.7명에서 10.8명 △20대 초반(20~24세)는 7.3명에서 11.0명으로 급증했다.
연간으로도 차이가 두드러졌다. 2015년과 2018년의 인구 10만 명당 연간 자해 응급 환자 규모는 △10대 초반에서 8.1명에서 31.1명, 10대 후반은 63.5명에서 119.0명 20대 초반은 75.7명에서 127.1명으로 뛰어올랐다. 었다.
특히 여성에선 15~19세의 10대 중후반, 남성에선 20~24세의 20대 초반의 증가세가 유독 컸다. 10대 초반 자해 응급 환자 중 여성 청소년의 비중은 2015년 46.6%에서 2018년에는 76.7%로 30.1%p(포인트)나 증가했다. 같은 기간 10대 후반과 20대 초반에서 여성 청소년의 비중은 각각 12%p(55.8%→67.8%), 6.2%p(55.7%→61.9%)에 그친 것과 대비된다.
같은 기간 환자들의 자해 방법은 신체 긋기에 의한 자해가 현저히 늘었으며, 약물에 의한 자해도 유의미하게 증가했다.
김남국 교수는 “이번 연구는 청소년처럼 미디어 자극에 영향을 많이 받는 집단에 대해서 전국 응급실 방문 데이터를 분석해 돌발성 자극의 영향을 확인한 데 의미가 있다"면서 "앞으로도 관련 연구를 지속해 우리 사회의 다양한 돌발성 자극과 이에 민감한 사회 계층을 사전에 찾아내고 돌발성 자극이 주는 영향을 줄여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미국소아정신과학회가 발간하는 국제 학술지인 '미국 소아청소년 정신의학회지(Journal of the American Academy of Child and Adolescent Psychiatry, 피인용지수 13.113)' 최근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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