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 더 장수? 건강수명 비슷하지만 치매가 핵심
'건강수명'은 아프지 않고 오래 사는 것을 의미한다. 장수 노인이라 하더라도 수십 년을 앓아 누워 있다면 '장수'의 의미가 퇴색할 수 밖에 없다. 치매는 건강수명을 해치는 핵심 요인 중의 하나이다.
사랑하는 가족조차 알아보지 못하는 치매는 본인 뿐 아니라 가족에게도 가혹한 병이다. 치매를 일으키는 가장 흔한 퇴행성 뇌질환이 알츠하이머병(alzheimer's diseas)이다. 서서히 발병해 기억력을 포함한 인지기능이 점진적으로 악화되는 무서운 병이다.
미국 알츠하이머병 학회에 따르면 치매 환자의 3분의 2가 여성이다. 남성보다 여성에게 치매가 잘 나타나고 진행도 빠르다는 연구결과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미국 하버드대학 연구팀이 국제학술지 '신경학'(Neurology) 최신호(2월 4일 자)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여성은 치매와 관련된 뇌 신경세포의 핵심 단백질 병변이 남성보다 심하게 나타난다. 여성의 치매 발생률이 남성에 비해 높은 것은 이 때문이라는 것이다.
여성은 뇌 신경세포의 표면 단백질인 베타 아밀로이드가 서로 뭉치는 현상 뿐 아니라 신경세포 내부 단백질인 타우의 엉킴이 남성보다 강하다는 것이다. 두 단백질이 서로 뭉치거나 엉키면 독성을 띠면서 신경세포가 죽고 치매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연구팀은 여성은 태어날 때부터 남성과의 생물학적 차이로 인해 치매 관련 뇌 신경세포의 변화가 두드러진다고 주장했다. 이 논문의 결론을 일반화하기 위해서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치매와 관련된 남녀의 생물학적 차이도 추정에 불과하다.
우리나라 질병관리본부의 연구에 따르면 국내 여성은 남성보다 수명은 길지만, 건강하게 오래 사는 건강수명의 차이는 적은 것으로 드러났다.
통계청이 작년 12월 발표한 생명표(2017년)에 따르면 남자는 79.7년, 여자는 85.7년 살 것으로 예상됐다. 여성이 더 장수하는 것은 확실하지만, 이제는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이 핵심 포인트이다.
질병관리본부가 건강수명을 좌우하는 건강관련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환경적 요인을 분석한 결과, 여성이 남성보다 더 큰 영향을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소득수준이 상대적으로 가장 중요한 영향력을 보였고, 그 다음으로 결혼상태(별거, 이혼 등)와 가족구성원 수가 중요 요인이었다.
특히 2인 가족과 5인 이상의 가족과 함께 사는 65세이상 여성은 같은 나이의 혼자 사는 여성에 비해 건강관련 삶의 질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족 간의 갈등 요인이 여성 건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시사하는 연구결과이다.
이 연구에서 치매 등 질병관련 삶의 질은 다뤄지지 않았지만 건강수명의 핵심 요인일 것이다. 여성 독거노인은 남성에 비해 질병에 더 많이 걸린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여성 노인은 1인당 평균 2.7개의 질병을 가지고 있는데 관절염, 고혈압, 신경통, 골다공증, 당뇨병 등의 순이었다. 이는 남성 독거노인의 평균 질병 수보다 1.6배 높은 수치이다. 치매는 본인이 응답할 수 없어 빠진 것으로 보인다.
여성이 남성보다 장수한다는 것은 수많은 통계과 연구결과에서 확인되고 있다. 하지만 이제는 활발한 일상생활이 가능한 건강수명이 핵심이다.
여성의 건강수명을 늘리기 위해서는 남성보다 취약한 사회환경적 요인을 개선하고, 치매 등 건강 위험요소를 중년부터 미리 차단하는 게 관건이다.
본인은 물론 가족, 국가에서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중년부터 위암, 대장암 등 무료로 진행되는 국가 건강검진을 꼭 받고 지방자치단체, 보건소 등에서 수시로 개설하는 치매 예방 프로그램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수십 년 간 누워서 오래 사는 것보다 가족과 함께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이 장수의 핵심 포인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