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건강한 아침 식단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이 있다. 바로 채소다. 채소에는 비타민과 무기질, 식이섬유처럼 건강에 꼭 필요한 영양소가 풍부해서다. 특히 식사 때 채소를 먼저 먹으면 식후 혈당 상승을 완만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문제는 바쁜 아침에 여러 종류의 채소를 충분히 먹기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때 대안으로 제시되는 것이 주스다. 비교적 많은 양의 채소를 비교적 간편하게 먹을 수 있어서다. 실제로 아침에 먹는 채소주스를 건강 비결로 꼽는 이들도 많다. 하지만 부정적인 시선도 있다. 주스를 만드는 과정에서 식이섬유가 줄고 당분이 빠르게 흡수돼 혈당을 급격히 올릴 수 있다는 우려다.
과연 주스는 건강에 득일까, 실일까. 기자가 직접 채소와 과일을 착즙해 주스를 만들고, 물과 주스를 각각 식빵과 함께 먹으며 혈당 변화를 측정해 비교했다. 또 대표적인 단백질 식품인 닭가슴살과 주스를 함께 먹는 실험도 진행했다. 결과는 어땠을까.

식빵+물 vs 식빵+KCA 착즙주스… 혈당이 더 낮은 쪽은 오히려 ‘착즙주스’
채소주스가 혈당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기 위해 ‘식빵 + 물’과 ‘식빵 + KCA주스’를 각각 먹은 뒤 혈당을 측정했다. KCA주스는 케일(Kale)과 셀러리(Celery), 사과(Apple)의 조합이다. 케일은 항산화 작용이 뛰어나고, 셀러리는 수분과 식이섬유가 많고 열량이 낮아 체중 관리에 탁월하다.
혈당 비교를 위해 식빵 한 장을 아홉 조각으로 나눴다. 물 또는 착즙주스 270mL도 각각 30mL씩 아홉 개의 작은 잔에 담았다. 식빵 한 조각을 먹고 음료 한 잔을 마시는 과정을 아홉 번 반복했다. 혈당에 미치는 변수를 줄이기 위해 ▲8시간 이상 공복(물 포함) 후 섭취 ▲식사 시간은 15분으로 통일 ▲식사 후 2시간 동안 최소한의 움직임 등 조건을 지켰다. 혈당 측정은 공복일 때와 식사를 마친 후 10분, 20분, 30분, 1시간, 2시간이 지난 시점에 ‘채혈식 혈당측정기’로 했다.
먼저 식빵과 물을 함께 먹었을 때의 혈당(mg/dL)은 ‘92(공복)→156(10분)→167(20분)→180(30분)→188(1시간)→121(2시간)’로, 최고 혈당인 188mg/dL에 도달한 시점은 식후 1시간이었다. 예상보다 높은 수치가 나와서 다음 날 같은 조건으로 다시 실험했다. 두 번째 측정에서도 ‘97(공복)→146(10분)→152(20분)→196(30분)→169(1시간)→116(2시간)’으로, 식후 30분 만에 최고 혈당인 196mg/dL를 기록했다.

반면 식빵과 직접 만든 KCA주스를 함께 먹었을 때는 다른 양상이 나타났다. 사과 반 개를 넣은 KCA주스를 먹었을 때 혈당(mg/dL)은 ‘94(공복)→158(10분)→167(20분)→164(30분)→130(1시간)→94(2시간)’로, 식후 20분에 최고 혈당인 167mg/dL를 기록한 뒤 점차 낮아졌다. 사과를 한 개 넣은 KCA주스 역시 ‘93(공복)→153(10분)→156(20분)→155(30분)→123(1시간)→81(2시간)’로, 최고 혈당은 식후 20분의 156mg/dL였다.
이번 실험에서 식빵과 물을 먹었을 때의 최고 혈당은 188~196mg/dL였지만, 식빵과 KCA주스를 먹었을 때는 156~167mg/dL에 그쳤다. 특히 식후 1시간 혈당은 물을 마셨을 때 169~188mg/dL였던 반면, KCA주스를 마셨을 때는 123~130mg/dL로 더 낮았다.

시중에서 판매하는 오렌지주스도 함께 비교했다. 실험에 사용한 제품은 오렌지농축과즙을 정제수로 환원한 오렌지과즙 100% 주스다. 식빵 한 장과 오렌지주스 270mL를 앞선 실험과 동일한 방식으로 섭취했다. 그 결과 혈당(mg/dL)은 ‘94(공복)→171(10분)→188(20분)→181(30분)→166(1시간)→107(2시간)’로 나타났다. 식후 20분에 최고 혈당인 188mg/dL를 기록했고, 1시간 후에도 166mg/dL였다.
KCA주스와 비교하면 최고 혈당은 21~32mg/dL, 식후 1시간 혈당은 36~43mg/dL 더 높았다. 이는 과일에 채소를 함께 넣는 것이 주스의 당류 구성과 식이섬유 함량 등에 영향을 미쳐 식후 혈당 상승을 완만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물론 실험에서는 모든 시간대의 혈당을 연속적으로 측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실제 최고 혈당이나 전체 혈당 상승량을 정확히 알 수 없다. 또 가정용 혈당측정기에도 오차가 존재하며, 사람에 따라 혈당 변화는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실험은 주스에 남아 있는 일부 식이섬유와 식물성 성분이 혈당 반응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단백질을 곁들이면?… ‘닭가슴살 + CCA 주스’ 혈당 변화는
정제 탄수화물인 식빵 대신 단백질 식품을 곁들이면 혈당은 어떻게 달라질까. 이번에는 식빵 대신 닭가슴살을 선택했다. 주스는 양배추(Cabbage)와 당근(Carrot), 사과(Apple)의 조합의 CCA주스를 선택했다. 양배추에 풍부한 비타민U·K는 위장 점막을 강화하고 이미 손상된 점막을 재생하는 데도 도움을 준다. 당근의 베타카로틴은 시력 유지와 면역 기능 증진에 좋다.
실험을 위해 CCA주스 키트로 주스 270mL를 준비하고, 닭가슴살 100g을 아홉 조각으로 나눴다. 앞선 실험과 마찬가지로 닭가슴살 한 조각을 먹고 주스 30mL를 마시는 과정을 번갈아 반복했다.
혈당(mg/dL)은 ‘98(공복)→141(10분)→141(20분)→129(30분)→100(1시간)→94(2시간)’로 나타났다. 식후 10분 만에 최고 혈당인 141mg/dL에 도달했고, 20분까지 같은 수치를 유지했다. 이후 혈당은 점차 낮아져 1시간 후에는 공복 혈당과 비슷한 100mg/dL를 기록했고, 2시간 후에는 94mg/dL까지 내려갔다.
앞서 식빵과 물을 함께 먹었을 때 최고 혈당이 188~196mg/dL까지 상승했던 것과 비교하면 47~55mg/dL 낮은 수치다. 특히 식후 1시간 혈당은 식빵과 물을 먹었을 때 169~188mg/dL였지만, 닭가슴살과 CCA주스를 먹었을 때는 100mg/dL에 그쳤다.
단백질 식품을 포함한 균형 잡힌 식사가 혈당 관리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은 잘 알려져 있다. 일반적으로 탄수화물을 단백질이나 지방, 식이섬유가 포함된 음식과 함께 먹으면 소화와 흡수 속도가 달라져 식후 혈당 반응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착즙주스를 마실 때도 주스만으로 한 끼를 대신하기보다는 단백질 식품 등을 함께 섭취하는 것이 영양 균형 측면에서 바람직하다.
주스의 반전 혈당 결과… 전문가 “수용성 식이섬유, 폴리페놀 등 남아”
이번 체험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점은 ‘착즙주스는 혈당을 급격히 올린다’는 소셜미디어 속 주장이 그대로 나타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식빵과 물을 먹었을 때보다 직접 만든 KCA주스를 먹었을 때 관찰된 최고 혈당이 낮았고, 닭가슴살과 CCA주스를 함께 먹었을 때는 1시간 만에 공복 수준에 가까워졌다. 채소와 과일을 착즙한다고 해서 혈당 안정에 도움을 주는 식이섬유와 같은 영양성분이 모두 사라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채소와 과일을 통째로 먹는 것이 영양학적으로 더 유리한 것은 맞다. 특히 식이섬유를 충분히 섭취할 수 있고, 씹는 과정에서 포만감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평소 식단에서 채소 섭취가 부족하다면 채소 중심으로 만든 착즙주스도 채소 섭취량을 늘리고 영양성분을 보충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아침마다 채소를 손질해 먹는 일이 번거롭다면 주스를 3~4일치 한 번에 만들어 두고 마실 수도 있다. 이때 사과와 같은 과일을 지나치게 많이 넣으면 당 섭취량이 늘어날 수 있어서 채소 비중을 높여 채소 중심의 주스로 만들고 과일은 맛을 더하는 정도로 활용하는 편이 좋다.
임상통합의학암학회 정책이사인 김지호 한의사는 코메디닷컴과의 인터뷰에서 “채소를 착즙하면 불용성 식이섬유가 줄어드는 것은 맞다”면서도 “하지만 수용성 식이섬유는 일부 남고 비타민과 미네랄, 폴리페놀, 카로티노이드 같은 식물성 성분도 함께 섭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가장 큰 장점은 평소 먹기 어려운 양의 채소와 과일을 한 번에 섭취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김 한의사는 “케일, 셀러리, 양배추, 당근 등을 매일 충분히 씹어 먹기는 쉽지 않지만 착즙하면 꾸준히 먹게 된다”며 “식물의 식이섬유와 폴리페놀은 장내미생물의 먹이가 되고 대사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조언했다.
“생채소 먹을 때보다 속 편안”… 포만감 유지도 장점
채소주스가 몸에 미치는 변화를 체험하기 위해 10일간 아침마다 KCA주스와 CCA주스를 번갈아 마셨다. 주스를 마신 기간이 길지 않았던 만큼 건강이 눈에 띄게 좋아졌거나 특별한 신체 변화가 나타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채소주스를 곁들인 아침을 먹은 후에는 점심을 먹기 전까지 포만감이 더 오래 유지됐다.
개인적으로 경험한 가장 큰 장점은 속이 편안했다는 것이다. 평소 아침부터 생채소를 먹으면 속이 더부룩하거나 불편할 때가 있었다. 그런데 같은 채소류를 착즙해 주스로 마셨을 때는 상대적으로 속이 편안했다.
생채소에는 불용성 식이섬유와 발효성 탄수화물 등이 들어 있다. 불용성 식이섬유는 장 건강에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한꺼번에 많이 섭취하면 사람에 따라 복부 팽만감이나 가스를 유발할 수 있다. 또 양배추와 같은 채소에 함유된 발효성 탄수화물은 장내 미생물에 의해 분해되는 과정에서 가스를 만들 수 있다.
반면 착즙 과정에서는 채소의 고형물과 불용성 식이섬유 일부가 찌꺼기로 제거된다. 따라서 같은 채소를 통째로 먹었을 때보다 속이 편하게 느껴질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평소 위장이 약한 사람은 생채소보다 착즙주스가 소화에 더 도움이 될 수 있다.
물론 영양면에서는 채소를 그대로 먹는 것이 좋다. 하지만 채소를 먹을 때마다 속이 불편해서 멀리하고, 바쁘다고 채소를 거르는 습관은 영양 불균형을 유발한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생활에 맞는 방법으로 채소 섭취를 지속하는 일이다. 아침부터 생채소 한 접시를 먹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채소를 착즙한 주스도 대안이 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