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가 배가 아프다고 하는데 검사에선 별다른 이상이 나오지 않는다. 설사나 구토가 반복되고 몸무게까지 늘지 않는다면 가족의 걱정은 커진다. 이럴 때 소화기관뿐 아니라 아이가 식사나 학교생활에서 어떤 어려움을 겪는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13세 민수(가명)는 하루 100번 넘게 트림하고 배가 자주 아파 병원을 찾았다. 부모는 여러 원인을 짐작했지만 정작 민수는 아무 말이 없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먹기 싫은 음식을 먹어야 하는 식사 시간의 스트레스가 증상에 영향을 주고 있었다.
17세 성재(가명)도 복통과 설사로 체중이 늘지 않아 위·대장 내시경 검사까지 받았지만 이상이 없었다. 성재가 떠올린 단서는 초등학교 때의 경험이었다. 학교에서 대변을 봤다가 친구들에게 놀림받은 뒤부터 증상이 시작됐다.
삼성서울병원은 이처럼 소화기 증상이 반복되는데도 원인을 찾기 어려운 소아청소년을 위해 '소화기·영양 심층 진료'를 시작했다고 19일 밝혔다. 소아청소년과 최연호 교수가 매주 월요일 오전 10시부터 11시 30분까지 진료를 맡는다.
진료 대상은 복통·구토·설사가 반복되거나 성장과 발육이 더딘데도 뚜렷한 원인을 찾지 못한 소아청소년이다. 여러 검사를 받았지만 특별한 이상이 없어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아이와 가족을 돕기 위해 마련했다.

소화기관에 뚜렷한 이상이 없어도 복통이나 설사가 반복될 수 있다. 뇌와 장은 끊임없이 신호를 주고받는데, 이 과정이 원활하지 않으면 장의 움직임이나 통증을 느끼는 방식이 달라질 수 있다. 이러한 질환을 '뇌-장 상호작용 장애'라고 한다. 과민성장증후군과 기능성 복통 등이 여기에 속한다. 불안이나 스트레스가 증상을 악화시키기도 한다.
2025년 학술지《소아소화기·영양학 저널(Journal of Pediatric Gastroenterology and Nutrition)》에 발표된 유럽·북미 소아소화기영양학회 공동 진료지침도 이런 접근을 뒷받침한다. 연구진은 4~18세 과민성장증후군과 기능성 복통 환자를 대상으로 한 무작위 임상시험 86건을 검토했다. 이를 바탕으로 생각과 행동의 변화를 통해 증상에 대처하도록 돕는 인지행동치료 등을 권고했다.
다만 모든 복통을 스트레스 탓으로 돌려서는 안 된다. 특히 체중이 줄거나 성장이 더딘 아이는 실제 소화기질환이 있는지 충분히 확인해야 한다.
이번 심층 진료는 검사 결과만 살피는 데 그치지 않고 아이의 이야기를 충분히 듣는 데 의미가 있다. 언제 증상이 나타나는지, 식사나 학교생활에서 어떤 어려움을 겪는지 등을 함께 살펴 원인을 찾겠다는 취지다.
최 교수는 "환자를 중심으로 생각하면 답이 있지만 이를 현실화하는 것은 어려운 문제"라며 "심층 진료는 이러한 병원의 철학을 구현하는 작지만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