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1월 08일 (일)

나이 들수록 자꾸 깜빡 깜빡하는 이유⋯잠자는 동안 ‘이것’ 변화 때문?

깊은 수면 중 뇌파가 따로 움직일수록 기억력 저하와 연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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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어제 외웠던 단어인데 아침이 되면 기억나지 않는다. 나이가 들수록 이런 일이 잦아지는 이유가 잠자는 동안 뇌에서 일어나는 변화와 관련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분명 어제 외웠던 단어인데 아침이 되면 기억나지 않는다. 나이가 들수록 이런 일이 잦아지는 이유가 잠자는 동안 뇌에서 일어나는 변화와 관련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깊은 수면 중 뇌파가 서로 협응하지 못하고 따로 움직이는 현상이 기억력 저하와 연관돼 있다는 것이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버클리캠퍼스 인간수면과학센터의 오메르 샤론 박사후연구원 연구진은 알츠하이머병 관련 단백질인 타우(tau)의 축적과 깊은 수면 중 뇌파 변화, 기억력 저하 사이의 연관성을 확인했다고 국제학술지 《네이처 신경과학(Nature Neuroscience)》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깊은 수면 중 발생하는 느린 뇌파인 ‘서파(slow wave)’에 주목했다. 서파는 많은 신경세포가 동시에 활동을 멈췄다가 다시 활성화되면서 만들어지는 전기적 신호다. 주로 뇌의 전두피질에서 시작해 넓은 영역으로 퍼져 나가며, 낮 동안 습득한 정보를 장기기억으로 저장하는 과정에 관여한다.

연구진은 나이에 따라 서파의 움직임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알아보기 위해 인지기능이 정상인 20대 초반 성인과 60대 중반~70대 중반 고령자의 수면 중 뇌파를 뇌파검사(EEG)로 측정했다.

또한 UC버클리의 윌리엄 재거스트 명예교수와 협력해 고령 참가자들의 뇌를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으로 검사했다. 이를 통해 전두피질에 축적된 타우 단백질의 양과 수면 중 뇌파 변화 사이의 관계를 분석했다.

기억력 평가도 진행했다. 참가자들에게 저녁 시간에 서로 연관된 단어 쌍을 외우도록 한 뒤, 다음 날 얼마나 기억하는지 확인했다. 밤사이 새롭게 학습한 정보가 얼마나 잘 유지됐는지 알아보기 위해서다.

분석 결과, 젊은 성인들은 깊은 수면 중 여러 서파가 서로 협응하며 넓은 영역으로 이동했다. 뇌파가 이동한 거리는 두피 표면에서 대략 손바닥 너비에 해당했다.

반면 고령자들은 서파가 이동하는 거리가 짧았고, 여러 뇌파가 함께 움직이기보다 서로 떨어져 독립적으로 나타나는 경향을 보였다.

전두피질에 타우 단백질이 많이 축적된 사람일수록 이러한 변화가 두드러졌다. 연구팀은 서로 연결되지 않고 짧은 거리만 이동하는 뇌파를 ‘외로운 뇌파(lonely waves)’라고 불렀다.

기억력 평가에서도 차이가 나타났다. 수면 중 서파가 짧은 거리만 이동하고 독립적으로 나타난 참가자들은 다음 날 기억해 낸 단어 쌍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뇌파의 협응성이 떨어질수록 밤사이 학습한 정보를 유지하는 능력도 낮아지는 경향을 보인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알츠하이머병을 진단받지 않은 고령자에게서도 관찰됐다. 이들의 기억력은 연령에 따른 정상 범위에 있었지만, 뇌에 축적된 타우 단백질의 양에 따라 수면 중 뇌파 움직임과 기억력에 차이가 나타났다.

연구팀은 일부 참가자를 수년에 걸쳐 추적 관찰했다. 그 결과, 시간이 흐르면서 전두피질의 타우 단백질 축적이 증가한 사람들은 서파의 협응성이 떨어졌고, 새롭게 학습한 정보를 밤사이 유지하는 능력도 감소했다.

연구팀은 별도의 고령자 집단을 대상으로 뇌척수액 분석도 실시했다. 미국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의 신경과 전문의 요엘 주(Yo-El Ju)와 협력해 알츠하이머병 관련 단백질 수치와 수면 중 뇌파 활동을 비교했다.

그 결과, 외로운 뇌파가 많이 나타나는 사람들은 뇌척수액에서 타우 단백질과 아밀로이드 단백질의 비율이 더 높았다. 뇌 영상검사와 뇌척수액 분석이라는 서로 다른 방법에서 유사한 연관성이 확인된 것이다.

연구진은 이번 결과가 노화에 따른 기억력 저하를 이해하는 데 새로운 단서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단순히 나이가 많다는 사실보다 뇌의 특정 영역에 알츠하이머병 관련 병리적 변화가 얼마나 축적돼 있는지가 기억력 변화와 관련될 수 있다는 의미다.

샤론 연구원은 “기억력 저하는 단순히 나이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광범위하게 퍼지는 뇌파가 시작되는 전두엽 영역에 병리적 변화가 얼마나 존재하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연구는 타우 단백질이 전두피질에서 시작해 이동하는 느린 뇌파를 약화시키는 현상과 기억 공고화 장애 사이의 연관성을 처음으로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깊은 수면 중 뇌파의 움직임을 분석하는 것이 향후 초기 기억력 저하를 이해하고, 노화에 따른 기억력 감소를 막기 위한 치료법을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연구진은 타우 단백질 축적이 뇌파의 협응성을 떨어뜨리는지, 반대로 뇌파 변화가 타우 단백질 축적에 영향을 미치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세 현상 사이의 연관성을 확인했지만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입증한 것은 아니다.

샤론 연구원은 “시간이 흐르면서 타우 단백질과 외로운 뇌파가 함께 증가한다는 사실은 확인했다”며 “하지만 어느 쪽이 먼저 발생하는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이를 밝히는 것이 향후 치료적 개입 방법을 설계하는 데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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