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9월 17일 (목)

의사도 헷갈리던 크론병 vs 궤양성 대장염, 대변으로 가려낸다?

부산백병원 이홍섭·김동우 교수팀, 염증성 장질환 대변 지질 분석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의사도 헷갈리던 크론병 vs 궤양성 대장염, 대변으로 가려낸다?
부산백병원 소화기내과 이홍섭(왼쪽), 김동우(오른쪽) 교수. 사진=부산백병원

복통, 설사, 혈변까지 증상은 비슷하지만, 치료법은 전혀 다른 두 질환이 있다. 크론병과 궤양성 대장염이다. 지금까지는 내시경과 조직검사, 영상·혈액검사를 총동원해야 겨우 구분할 수 있었던 이 두 질환을, 대변 검사 하나로 가려낼 수 있는 길이 열릴지 주목된다.

인제대 부산백병원 소화기내과 이홍섭·김동우 교수 연구팀은 17일 "염증성 장질환(IBD) 환자의 대변 속 지질을 분석해, 크론병과 궤양성 대장염을 구분할 수 있는 분자적 특징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SCIE급 국제학술지(Journal of Pharmaceutical and Biomedical Analysis) 온라인판에 최근 실렸다.

대변 속에 숨어 있던 '지질 지문'

대변에는 음식물 찌꺼기만 있는 게 아니다. 장에서 만들어지거나 미처 흡수되지 못한 대사 산물, 장내 미생물이 남긴 물질까지 뒤섞여 있다. 그중에서도 '지질'은 세포 기능과 염증, 면역반응에 관여하는 물질이어서, 장에 염증이 생기면 그 구성 역시 달라질 수 있다는 게 연구팀의 가설이었다.

연구팀은 염증성 장질환 환자 65명의 대변 검체를 분석해 총 719개의 지질을 확인했다. 그 결과 크론병과 궤양성 대장염 환자 사이에서 세라마이드, 지방산, 중성지방, 에테르 결합 디아실글리세롤 등 여러 지질군에서 유의미한 차이를 발견했다. 특히 장내 미생물과 관련된 지질로 알려진 FAHFA 역시 두 질환에서 서로 다른 양상을 보였다.

연구팀은 "크론병과 궤양성 대장염 환자의 대변에서 발견되는 지방 성분의 구성이 서로 달랐고, 이를 하나의 '지질 지문'처럼 활용할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질병 활성도, 대변 칼프로텍틴 수치, 체질량지수 등과는 유의한 연관성을 보이지 않았다"며 "대변검사만으로 크론병이나 궤양성 대장염을 확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AI로 검증하니 ROC-AUC 0.80 이상

연구팀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AI 머신러닝을 활용해, 대변 속 지질 정보만으로 두 질환을 구분할 수 있는지 분석했다. 두 질환을 얼마나 잘 가려내는지 보여주는 지표인 ROC-AUC는 0.80 이상으로 나타났다.

ROC-AUC(Area Under the ROC Curve)는 AI나 검사 도구가 두 그룹(여기서는 '크론병'과 '궤양성 대장염')을 얼마나 정확하게 구별해내는지 나타내는 통계 지표. 0에서 1 사이의 값을 갖는데, 우수한 변별력을 보여줄수록 1에 가깝다. 그래서 "대변 속 지질 정보에 ROC-AUC 0.80이 나왔다"는 것은 AI가 둘 중 어느 쪽이 어떤 병인지 맞힐 확률이 약 80% 정도라는 뜻이 된다. 즉, 대변 검체가 염증성 장질환을 진단하는 비침습적 바이오마커로 발전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와 관련, 교신저자 이홍섭 교수는 "이번 연구는 대변 속 지질을 정밀하게 분석함으로써 크론병과 궤양성 대장염에서 서로 다른 분자적 특징을 확인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향후 추가 연구를 통해 비침습적 검체인 대변을 활용한 염증성 장질환의 진단 및 질환 분류 방법으로 발전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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