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9월 16일 (수)

"그거 뭐야, 노랗고 동그란⋯" 마들렌 이름도 안 떠오른다면

21일 치매극복의 날 앞두고 SK케미칼·JTBC '영식스티' 첫 공개⋯"조기에 발견하면 10년도 지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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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김희진 대한치매학회 홍보이사, 권해효 배우, 용이 감독, 주성철 씨네플레이 편집장이 16일 서울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열린 영화 ‘영식스티’ 특별 상영회 행사를 마치고 관객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최지연 기자

"오트 라떼 얼음 덜어 주시고⋯그리고 그거 있잖아요. 그거 뭐야, 노랗고 동그란⋯." 단편영화 '영식스티' 속 한 장면이다.

어느 날부터 카페에서 늘 주문하던 디저트 ‘마들렌’이라는 단어가 바로 떠오르지 않는다. 이미 집에 있는 LP를 또 주문하고, 평소 늘 끓이던 찌개에 소금을 넣었는지 잊어 간도 제대로 맞추지 못한다. 차를 가져오지 않은 날에 건물 지하 주차장에서 자신의 차를 찾느라 두리번거린다.

3개월째 당뇨병으로 인슐린 주사를 맞고 있는 아내에게는 이렇게 묻는다.

“뭐해, 어디 아파?”

영화 주인공인 60대 남성 영식에게 찾아온 변화들이다. 하지만 어딘지 낯설지 않은 장면들이다. 특히 경도인지장애나 초기 치매를 경험하고 있는 당사자와 가족에게는 더욱 그렇다.

영식의 이야기는 영화의 부제처럼 ‘언젠가는 마주칠 모두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다.

SK케미칼과 JTBC가 공동 기획하고 대한치매학회가 참여해 제작한 ‘영식스티’는 2056년 근미래 서울을 배경으로, 레트로 감성을 추구하는 60대 영식에게 조금씩 인지기능의 변화가 나타나는 과정을 그린 15분 분량의 단편영화다. 용이 감독이 연출을 맡았으며 실제 부부인 배우 권해효·조윤희가 주연으로 출연했다.

‘치매 극복의 날(9월 21일)’을 앞두고 SK케미칼은 JTBC와 함께 16일 서울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영식스티’ 특별 상영회와 관객과의 대화(GV)를 열고 언론에 영화를 처음 공개했다. 이날 행사에는 감독과 배우 등 주요 제작진을 비롯해 이성희 치매가족협회장, 대한치매학회 관계자, 실제 치매 환자와 가족 등이 참석했다.

제작진은 “누구나 언젠가 마주할 수 있는 건강 문제 중 하나인 ‘치매’를 30년 후의 모습을 통해 조명하고, 치매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높이는 동시에 조기 관리의 필요성을 알리기 위해 작품을 기획했다”고 밝혔다.

“단순 노화로 넘기지 마세요”⋯조기 발견·관리로 치매 위험 낮춘다

영화 속 영식이 겪는 일상의 변화들은 경도인지장애와 초기 치매에서 나타날 수 있는 증상들이다. 특히 영식이 아들의 이름을 떠올리지 못하거나 아내가 당뇨병으로 치료받고 있다는 사실을 잊는 모습은 경도인지장애 단계를 넘어 초기 치매 단계에서 볼 수 있는 사례다. 음식의 간을 이전처럼 잘 맞추지 못하는 장면 역시 후각이나 미각 등 감각의 변화를 통해 인지기능 이상 가능성을 암시한다.

영화 제작에 의학 감수로 참여한 김희진 한양대 신경과 교수(대한치매학회 홍보이사)는 “영화 속 영식처럼 평소와 다른 기억이나 행동의 변화가 반복되거나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친다면 단순한 노화로 넘기지 말고 의료진과 상담해 현재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치매는 발병 후 진행된 상태에서는 이전의 인지기능을 완전히 회복하기 어려운 만큼 조기 발견과 위험 요인 관리가 중요하다. 2024년 국제학술지 ‘란셋(The Lancet)’ 치매위원회는 교육, 청력 저하, 고혈압, 흡연, 비만, 우울증, 신체활동 부족, 당뇨병 등 생애 전반의 14가지 수정 가능한 위험 요인을 제시했다. 이러한 위험 요인을 관리할 경우 인구 집단 전체에서 발생하는 치매 사례의 약 45%가 예방되거나 발병 시점을 늦출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실제로 제가 치료하고 있는 한 여성 조각가 환자는 2014년 알츠하이머병을 진단받았지만 미리 병을 발견하고 꾸준히 관리한 덕분에 10년이 넘게 지난 지금까지도 치매로 진행되지 않았다”며 “그만큼 자신의 상태를 알고 치료와 관리에 적극적으로 임하면 오랫동안 독립성과 자존감을 지키며 생활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까운 가족이 변화를 알아차리고 관심을 갖는 것도 중요하다. 영화 ‘영식스티’는 영식의 아내를 통해 인지기능 저하를 겪는 가족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도 보여준다. 아내는 AI 에이전트를 활용해 남편의 일상을 돕고, 남편의 변화를 마주했을 때도 그가 민망함을 느끼지 않도록 배려한다. 영화는 영식이 아내와 함께 병원을 찾기로 결심하는 장면으로 끝난다.

한편 대한치매학회에 따르면 스스로 ‘기억력이 예전 같지 않다’고 느끼지만 객관적인 인지검사에서는 정상 범위로 나타나는 ‘주관적 인지 저하’가 있는 노인은 그렇지 않은 노인보다 향후 치매로 진행할 위험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학회는 1~2년마다 주기적인 추적 관찰을 통해 인지기능의 변화 여부를 확인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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