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증 자폐 아들을 홀로 두고 떠날 걱정에 전 국민을 울렸던 ‘피터팬 아빠’ 전경철 작가가 별세했다.
6일 정유진 발달장애지원전문가포럼 대표에 따르면 전씨는 전날 밤 7시 56분께 세상을 떠났다. 향년 63세.
전씨에겐 27세 아들이 있다. 전씨는 이혼 후 20년 넘게 중증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있는 아들을 홀로 키워왔다. 그는 아들을 ‘피터팬’이라 불렀다. 정신 연령이 두 살에서 멈춘 아들이 영원히 어른이 되지 않는 ‘네버랜드’ 속 피터팬과 닮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4월 간암 말기 시한부 판정을 받은 전씨. 그에겐 죽음보다 홀로 남게 될 아들이 걱정이었고, 그때부터 아들을 맡아줄 기관을 찾아 전국 보호 시설 1000 여 곳을 헤맸으나 아들을 받아주는 곳은 없었다.
올 봄 그의 사연이 MBC ‘실화탐사대’를 통해 알려지며 시청자들을 울렸고, 많은 이들의 관심 속에 전씨 아들은 최중증 발달장애인을 위한 공동체 마을에서 생활할 수 있게 됐다. 이후 전씨가 아들의 거처를 찾는 과정을 담은 책 ‘안녕, 피터팬’이 출간돼 자폐 스펙트럼 장애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환기시키기도 했다. 당초 병원이 예상한 시간보다 약 1년을 더 산 전씨는 지난달 tvN ‘유퀴즈’에서 아들과 보낸 생애 마지막 하루를 공개하며 또 한 번 시청자들을 울렸다.
누리꾼들은 전씨의 별세 소식에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방송 보고 너무 울었어요”, “하늘 나라에선 편히 쉬시길요. 아들은 남은 생 좋은 사람들과 잘 지내기 바랍니다” 등 고인을 추모하고 아들의 편안함을 빌었다.

“20년 넘는 행복”, “희미하게나마 기억해주길”
전씨 부자의 사연이 알려지며 응원과 후원금이 모이자 그는 책 출간에 이어 성인 중증 자폐인을 돕기 위한 ‘피터팬 자폐인 복지재단’ 설립을 추진해왔다. 지난달 25일에는 재단 설립 추진위 출범 소식이 전해졌으며, 추진 위원들이 향후 논의를 이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전씨는 ‘실화탐사대’에서 “다른 부모들은 아주 짧게, 길어도 2∼3년을 넘기지 못한다는 아빠로서의 행복을 너는 무려 20년 넘게 아빠한테 안겨줬어. 그래서 늘 고마웠고, 지금도 고마워. 고마웠어 아들”이라는 뭉클한 편지를 남겼다.
이후 ‘유퀴즈’에서는 공동체 마을에서 생활 중인 아들과 하룻밤을 보내며 마지막 당부를 남겼다. 그는 “아빠라는 존재는 깨끗하게 잊고 네 행복만을 위해 살라고 하고 싶은데 이건 솔직하지 않은 심정”이라며 “‘희미하게 기억나는 남자가 있다. 나보다 나이가 아주 많은. 왜인지 모르겠지만 갑자기 늙어버린 남자가 있는데 많이 따뜻했고 맛있는 걸 많이 차려준 사람이 있었다. 기억이 희미해 누군지는 모르겠다. 떠올리면 문득 그립기는 하다’ 정도로 기억하면 좋겠다”라고 말해 시청자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 성인이 되면?
자폐 스펙트럼 장애는 사회적 의사소통과 상호작용에 어려움을 겪고 제한적이거나 반복적인 행동·관심을 보이는 신경발달장애다. 성격이나 부모의 양육 방식 때문에 생기는 것이 아니며, 뇌 발달의 차이에서 비롯돼 일반적으로 평생 지속된다.
‘스펙트럼’이라는 이름처럼 특성과 필요한 도움의 정도는 사람마다 크게 다르다. 대화와 학습이 가능하고 비교적 독립적으로 생활하는 사람도 있지만, 지적장애가 동반되거나 언어 표현과 일상생활이 어려워 평생 지속적인 돌봄이 필요한 사람도 있다. 의사소통과 자립 능력이 매우 제한되고 자해·타해 등 심각한 도전행동을 보여 24시간 집중적인 지원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성인이 된다고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갑자기 사라지지는 않는다. 일부는 교육과 치료, 성장 과정에서 의사소통 능력이 발달하고 반복행동 등 핵심 특성이 완화되기도 한다. 하지만 학교 졸업과 함께 익숙한 일과나 교육·치료 지원이 줄어들고 생활환경이 바뀌면 불안과 도전행동이 심해질 수 있다. 우울·불안, 수면장애, 뇌전증 등 신체·정신건강 문제도 동반될 수 있어 지속적인 관찰과 지원이 필요하다. 따라서 성인기에는 장애 특성에 대한 치료와 교육뿐 아니라 주거와 낮 활동, 직업, 의료·행동 지원 등을 개인의 필요에 맞춰 연결하는 것이 중요하다.

관련 시설, 제도 있지만⋯정은경 복지부 장관 "범정부 대책 마련할 것"
국내에도 성인 자폐성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시설과 제도는 있다. 낮 동안 교육·여가 활동과 돌봄을 제공하는 장애인 주간보호시설과 성인 발달장애인 주간활동서비스가 운영되고 있다. 주거 형태로는 장애인 거주시설과 여러 명이 함께 생활하는 소규모 공동생활가정인 ‘그룹홈’ 등이 있다.
하지만 이들 시설이 모두 자폐성 장애인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 특히 자해·타해나 심한 돌발행동이 있거나 24시간 밀착 돌봄이 필요한 최중증 발달장애인은 전문인력과 공간 부족 등을 이유로 입소하거나 서비스를 이용하기 어려운 경우가 적지 않다. 정부는 이런 돌봄 공백을 줄이기 위해 18세 이상 65세 미만 최중증 발달장애인을 대상으로 통합돌봄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으나 이용 인원이 정해져 있어 별도의 심사를 거쳐야 하고, 주말을 포함해 계속 생활하는 영구적인 주거시설과도 차이가 있다. 최중증 성인이 안정적으로 장기간 생활할 수 있는 선택지는 제한적이다.
이와 관련,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6일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 전경철 작가를 추모하며 발달장애인 지원을 위한 범정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정 장관은 “피터팬 아빠로 불리던 전경철 님께서 지난 토요일 저녁 세상을 떠나셨다는 부고를 접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며 “지난 돌봄의 시간이 쉽게 익숙해지지 않는 현실이었다는 아버님의 말씀을 기억한다. 이 돌봄의 무게를 가족만이 짊어지지 않도록 정부는 발달장애인이 보통의 삶과 당연한 일상을 누릴 수 있도록 지원하고자 하는 범정부 대책을 이번 주 발표할 예정이다. 피터팬 아빠가 우리 사회에 주신 깊은 울림을, 발달장애인과 가족들을 위한 정책으로 이어 나가겠다”라고 적었다.
초기 증상 드문 간암⋯고위험군은 6개월마다 검진
한편, 전씨는 '유퀴즈'에서 "어머님이 뇌경색에 치매를 앓으셨다. 그래서 제가 아들을 키우면서 동시에 어머님 수발을 3년 했다. 해가 뜨는 새벽에 돼야 아들이 잔다. 고단함을 달래주는 건 소주밖에 없었다. 몸 상태를 자각했지만 병원에 갈 수 없었다. 가면 들을 말이 뻔했다"고 밝힌 바 있다. 몸도 마음도 고단했던 그에게 간암까지 찾아왔다.
전씨가 투병한 간암은 간을 구성하는 세포에 생긴 악성 종양으로, 일반적으로는 간세포에서 발생하는 ‘간세포암’을 뜻한다. 간암은 초기 증상이 거의 없어 ‘침묵의 암’으로도 불린다. 진행되면 오른쪽 윗배 통증이나 복부 팽만, 체중 감소, 심한 피로감, 소화불량 등이 나타날 수 있고 간경변증 환자는 황달이나 복수가 갑자기 심해지기도 한다. 주요 위험요인은 만성 B·C형 간염과 간경변증, 과도한 음주, 대사이상 지방간 등이다.
예방을 위해서는 B형 간염 항체가 없다면 예방접종을 받고, 만성 간염을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한다. 절주와 금연, 적정 체중 유지도 중요하다. 특히 40세 이상 간암 고위험군은 증상이 없어도 6개월마다 복부 초음파와 혈청 알파태아단백 검사를 받는 것이 권고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