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식과 호흡을 통해 몸 안으로 들어오는 미세플라스틱이 폐 안까지 들어갈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상 크기 5mm 이하의 작은 플라스틱 조각을 ‘미세플라스틱’이라고 한다. 플라스틱 제품을 만드는 원료나 연마제에 쓰이는 플라스틱 분말 등 처음부터 미세하게 만들어진 조각도 있지만, 큰 플라스틱 폐기물이 태양 자외선이나 파도 등에 의해 잘게 쪼개지면서 만들어지기도 한다.
미세플라스틱은 해산물, 소금, 생수 등을 통해 몸 안으로 유입되며, 공기 중에 떠다니는 합성섬유 먼지나 타이어 마모 입자를 흡입하는 방식으로 체내에 들어올 수도 있다. 이미 의학계의 다양한 연구를 통해 체내 미세플라스틱이 만성 염증과 세포 손상, 면역력 저하 등 건강에 다양한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증명됐다.
폐암 환자, 미세플라스틱 더 많이 쌓인다
아일랜드 더블린대 의대·그리스 테살리아대 공동 연구팀은 오는 5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유럽호흡기학회 연례학술대회(ERS2026)에서 미세플라스틱 관련 연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연구팀은 폐암 환자와 대조군 각각 50명의 폐 검사 결과를 비교했다.
두 가지 방식으로 검사했다. 생리식염수로 폐 일부를 씻어낸 뒤 회수한 폐 세척액에서 미세플라스틱을 찾는 방식과 조직 샘플 채취 검사 방식을 사용했다.
분석 결과 폐암 환자에게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될 가능성이 대조군보다 유의미하게 높았다. 전체 환자 100명 가운데 70%는 폐 세척액이나 조직 검체 중 적어도 한 곳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
특히 폐 세척제 검사로만 한정했을 때 두 집단의 차이가 두드러졌다. 폐암 환자의 66%, 대조군의 46%에게 미세플라스틱 입자가 검출된 것이다.
암으로 상한 폐는 플라스틱 더 많이 저장할 수도
이번 연구 결과가 ‘미세플라스틱이 직접적으로 폐암을 유발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물론 미세플라스틱이 유발한 만성 염증이 암 진행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있지만, 이번 연구에서 인과관계가 증명되지는 않았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일리아스 디미아스 테살리아대 교수는 “오히려 왜 폐암 환자들의 폐에서 더 많은 플라스틱이 나왔는지에 집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암세포나 염증 등으로 손상된 폐는 플라스틱 입자를 더 오래 붙잡아두는 식으로 조직 특성이 달라질 수 있다. 그의 가설대로면 미세플라스틱이 폐암을 유발하는 것이 아니라 폐암이 몸 안에 플라스틱이 더 많이 쌓이도록 만들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디미아스 교수는 “인과관계를 확정하기엔 여전히 조심스럽다”면서도 “우리의 예측보다 몸 안에 플라스틱이 더 많이 쌓여있다는 것은 이미 확인됐다. 결국 플라스틱 오염을 줄이는 것은 환경을 넘어 인간 건강과 직결된 문제인 셈”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