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상에서 산만하고 주의 집중이 잘 안되는 ADHD의 특성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릴 때는 뜻밖의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넓게 퍼지는 주의력이 더 많은 정보를 받아들이고, 서로 관련 없어 보이는 생각을 연결해 창의성을 끌어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독일 컨스트럭터대 신경과학자 라드와 칼릴 박사와 프랑스 여러 연구기관의 공동 연구진은 ADHD의 주의력 특성과 창의적 사고가 신경학적으로 어떻게 맞닿아 있는지 분석해 이같이 나타났다고 국제학술지 《아이사이언스(iScience)》에 최근 발표했다.
연구진은 ‘해방된 주의력: 사려 깊은 변화를 위한 창의치료(Attention Unleashed: Creative Therapy for Thoughtful Transformation)’라는 제목의 연구에서 주의력과 창의성에 관한 여러 분야의 기존 연구를 종합했다. ADHD를 단순히 집중력과 충동 조절이 부족한 장애로만 바라보지 않고, 관련 인지 특성이 창의적 사고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살폈다.
그 결과, 주의력과 창의성은 일부 동일한 신경망을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ADHD와 관련된 ‘분산된 주의력’과 자유연상적 사고에 주목했다. 그 결과 생각이 한곳에 머물지 않고 예상 밖의 방향으로 뻗어 나가는 특성은 산만함이나 딴생각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새로운 아이디어와 독창적인 연결을 만드는 데도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칼릴 박사는 주의력을 스포트라이트에 비유했다. 일반적인 주의력이 빛을 한곳에 모은다면, ADHD의 주의력은 더 넓은 영역을 비춰 한 번에 많은 정보를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집중이 필요한 일상 업무에서는 어려움을 겪는 반면, 아이디어를 탐색하고 서로 다른 생각을 조합할 때는 창의성을 높이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연구진은 이런 특성을 미술, 음악, 춤, 글쓰기, 게임과 같은 창의활동으로 이끌 수 있다고 봤다. 창의활동은 ADHD가 있는 사람이 분산된 주의력을 일정한 틀 안에서 탐색하도록 돕고, 주의력 조절에 관여하는 신경망을 자극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창작에 깊이 몰입하는 경험은 개인의 자연스러운 인지 방식을 활용하면서 집중력을 훈련하는 과정이 될 수 있다고 기대했다.
이는 창의활동이 전 세계 아동의 약 8%에게 영향을 미치는 ADHD의 비약물적 중재법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기존 치료를 대체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연구진은 창의적 접근법이 언제, 누구에게 도움이 되는지 아직 충분히 밝혀지지 않았으며, 실제 치료 효과도 추가로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구진은 앞으로 신경과학자와 임상의, 예술치료사 등이 참여하는 학제 간 연구와 새로운 연구 방법, 시간에 따른 변화를 추적하는 종단연구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를 통해 창의활동이 ADHD 중재에 어떤 방식으로 활용될 수 있는지, 기존 치료를 어떻게 보완할 수 있는지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