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9월 03일 (목)

상급종합병원 없는 경기북부·제주⋯요건 갖춘 병원 있으면 최소 1곳 지정

제6기 63곳 신청⋯현행 47곳 모두 재신청, 은평성모·분당차·일산병원·제주대병원 등 16곳 신규 도전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인포그래픽=AI 생성

현재 상급종합병원이 한 곳도 없는 경기북부와 제주에 상급종합병원이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정부가 전국 14개 진료권역에서 상급종합병원 지정을 신청한 병원이 요건을 충족하면 최소 1곳은 지정하도록 규정을 바꾼다. 이번 제6기 평가에는 현행 상급종합병원 47곳이 모두 재신청했고, 현재 상급종합병원이 아닌 종합병원 16곳도 새 지정을 노린다.

보건복지부는 이런 내용의 ‘상급종합병원의 지정 및 평가 규정’ 개정안을 3일부터 22일까지 행정예고한다고 밝혔다.

제6기 상급종합병원 지정 기간은 2027~2029년이다. 복지부는 지난 6월 제6기 지정계획을 공고한 바 있다.

은평성모·분당차·일산병원·제주대병원 등 16곳 새로 도전

제6기 상급종합병원 지정 평가에는 모두 63개 의료기관이 신청했다. 현재 제5기 상급종합병원 47곳 외에 종합병원 16곳이 신규 지정을 신청했다.

서울권에서는 가톨릭대 은평성모병원,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 이대서울병원, 중앙대광명병원 등 4곳이 새 지정을 신청했다.

경기남부에서는 용인세브란스병원, 분당차병원, 한림대동탄성심병원 등 3곳이 이름을 올렸다. 경기북부에서는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 인제대 일산백병원 등 3곳이 신청했다.

강원권에서는 강원대병원, 충남북부권에서는 순천향대천안병원, 충남남부권에서는 세종충남대병원, 경남동부권에서는 인제대 해운대백병원이 나섰다. 제주권에서는 제주대병원과 제주한라병원 등 2곳이 신청했다.

‘신규 지정 신청’은 현재 제5기 상급종합병원이 아니라는 의미다. 16곳 모두가 상급종합병원에 처음 도전한다는 뜻은 아니다.

상급종합병원 ‘0곳’ 경기북부·제주가 최대 변수

눈에 띄는 곳은 경기북부와 제주다.

현행 제5기 상급종합병원은 전국 47곳이다. 이를 지난 4월 정비된 14개 진료권역에 맞춰 나누면 경기북부와 제주에는 상급종합병원이 한 곳도 없다. 제5기 지정 기간은 2024년부터 올해 말까지다.

경기북부에서는 의정부성모병원·일산병원·일산백병원 등 3곳, 제주에서는 제주대병원·제주한라병원 등 2곳이 이번 평가에 손을 들었다.

개정안이 확정되면 이들 가운데 지정 요건을 충족한 병원이 있을 경우 해당 권역에서 최소 1곳을 상급종합병원으로 지정하게 된다. 이번 제도 변화가 경기북부와 제주에서 가장 직접적으로 드러날 수 있다.

그렇다고 권역마다 병원 한 곳을 무조건 상급종합병원으로 올려주는 것은 아니다. 신청 병원이 지정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11→14개 권역은 4월 이미 정비

정부는 이미 진료권역을 11개에서 14개로 늘렸다. 지난 4월 실제 환자들의 의료이용 양상을 반영해 바꿨다.

당시 서울권에서 제주권을 분리했고, 경기서북부권은 인천권과 경기북부권으로 나눴다. 충남권 역시 충남북부권과 충남남부권으로 갈랐다. 이에 따라 상급종합병원 지정 단위는 11개에서 14개로 늘었다.

이번 행정예고는 그 후속조치다. 진료권을 나눠도 정작 그 지역에 중증환자의 최종치료를 맡을 상급종합병원이 없다면 권역을 세분화한 효과가 떨어진다.

제주가 왜 서울권에?⋯실제 환자 이동 반영

제주가 지난 4월까지 서울과 같은 진료권역이었다는 점은 얼핏 이해하기 어렵다.

진료권역을 지리적 거리만으로 나누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구와 권역 안에서 진료를 해결하는 비율, 이동시간, 실제 환자들의 의료이용 흐름 등을 함께 고려했다.

제주 환자가 다른 지역에서 중증진료를 받을 때 전남보다 항공편이 훨씬 촘촘한 서울을 이용하는 현실도 영향을 미쳤다. 반면 상급종합병원 지정에서는 제주 병원이 서울 대형병원들과 같은 권역에서 경쟁해야 했다.

표=복지부

상급종합병원 위상은?

상급종합병원은 규모가 크거나 대학병원이라고 자동으로 얻는 지위가 아니다.

중증질환에 대해 난도가 높은 치료를 전문적으로 맡는 종합병원 가운데 정부가 진료기능과 인력·시설·장비, 교육, 의료서비스 수준 등을 평가해 3년마다 지정한다. 현행 제5기도 같은 방식으로 47곳을 지정했다.

제6기에서는 중증환자 진료 기준이 더 높아졌다. 입원환자 가운데 전문적인 중증진료가 필요한 ‘전문진료질병군’ 환자가 38% 이상이어야 한다. 반대로 비교적 단순한 질환의 입원환자는 12% 이하, 의원에서 주로 진료하는 질환의 외래환자는 5% 이하로 관리해야 한다. 제5기의 34%·12%·7%보다 중증환자 중심으로 문턱이 높아졌다.

필수진료과목 9개를 포함해 20개 이상의 전문과목을 갖추고 각 과에 전속 전문의를 둬야 한다. 레지던트를 교육하는 수련병원이어야 하며 성인·소아·신생아 중환자실과 필요한 의료인력도 갖춰야 한다.

환자를 많이 보는 ‘큰 병원’이 아니라, 다른 병원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중증환자의 치료를 책임질 수 있는 병원이어야 한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환자 이용 방식도 다르다. 응급환자 등 예외를 제외하면 상급종합병원은 다른 의료기관의 진료의뢰를 거쳐 이용하는 것이 원칙이다. 중증환자는 상급종합병원으로 보내고 비교적 가벼운 환자는 지역 병·의원에서 진료받도록 하는 의료전달체계 때문이다.

수가와 위상 놓고 치열한 경쟁

상급종합병원 지정은 간판만 바뀌는 일이 아니다. 수익에도 영향을 준다.

2026년 건강보험 종별가산율은 상급종합병원 15%, 종합병원 10%, 병원 5%다. 종합병원이 상급종합병원으로 지정되면 종별가산이 적용되는 건강보험 의료행위에서 더 높은 수가를 받을 수 있다.

다만 병원의 전체 진료비나 매출이 곧바로 5% 늘어난다는 의미는 아니다. 종별가산이 적용되는 건강보험 의료행위에서 생기는 차이다.

병원의 위상도 달라진다. 중증환자의 최종치료를 담당할 인력과 시설, 진료 역량을 정부 평가를 거쳐 인정받는 만큼 지역 대표 중증치료기관이라는 상징성이 크다.

반대로 그 지위를 얻고 유지하려면 전문의와 간호인력, 중환자실 등에 계속 투자하면서 중증환자 중심으로 진료구조를 바꿔야 한다. 현재 상급종합병원도 지정 기간 중 기준 준수 여부를 계속 점검받는다.

병원으로서는 건강보험 보상과 병원의 위상, 앞으로의 중증진료 경쟁력까지 걸린 도전이다. 현행 상급종합병원 47곳이 모두 다시 신청한 데 이어 16개 종합병원이 새 지정을 노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복지부는 22일까지 의견을 받은 뒤 고시 개정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이형훈 복지부 제2차관은 “진료권역별로 상급종합병원이 적절히 배치될 수 있도록 해 지역 간 중증 진료 서비스가 균형적으로 공급되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며 “국민이 어디에 살든 제때 필요한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지역완결적 의료체계 구축을 보다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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