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9월 02일 (수)

'중증외상센터', 지친 시청자엔 통쾌함⋯하영 하차엔 씁쓸함

의정갈등 이후 첫 의학드라마⋯응급의료 현실 논의도 남겨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넷플릭스 시리즈 ‘중증외상센터’에서 천장미 간호사를 맡았던 배우 하영(사진)이 결국 후속작에 출연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사진=넷플릭스

배우 하영이 넷플릭스 시리즈 ‘중증외상센터’에서 하차했다.

1일 방송가에 따르면 하영은 넷플릭스 측에 ‘중증외상센터’ 시즌 2에서 하차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넷플릭스 측은 배우의 의견을 존중하겠다고 밝혔다.

자세한 사유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정황상 최근 불거진 증조부의 친일 행적 관련 논란에 따른 행보로 보인다.

앞서 한 방송에 출연한 하영은 자신이 4대째 의사를 배출한 집안에서 자랐다고 언급한 바 있다. 또 증조부에 대해서는 “한양 최초의 서양식 병원을 개원하셨으며, 고종 황제도 진료하신 분”이라고 소개했다.

다만 하영의 증조부가 친일 단체 ‘대정실업친목회’의 평의원 명단에 이름을 올렸던 안상호로 확인되면서 거센 역풍이 일었다.

‘찐 현실 간호사’ 천장미, 시즌 2에선 못 본다

하영은 ‘중증외상센터’에서 5년차 간호사 천장미 역으로 열연했다. 당시 풍부한 현장 경험과 뛰어난 위기 대처 능력을 보이는 유능한 간호사를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화도 잘 내지 않고 늘 시큰둥한 말투를 보이는 등 일에 찌든 ‘현실 간호사 천장미’가 생명을 살리는 순간만큼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시청자의 많은 공감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이런 호평에 힘입어 제작이 확정된 ‘시즌 2’에서도 기존 출연진인 주지훈·추영우와 호흡을 맞출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결국 후속작에서 천장미를 보는 것은 어려워졌다.

의정갈등 국면에서 꽃피운 의학드라마

중증외상센터는 지난해 1월 공개된 넷플릭스의 8부작 드라마다. 공개 10일차에 전 세계 비영어 TV시리즈 부문 1위를 차지했고, 3주차엔 넷플릭스 코리아의 역대 흥행 성적 7위에 오르는 등 폭발적인 흥행을 이끌어냈다.

의료계와 미디어 전문가들은 이 작품이 단순 흥행작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고 분석한다. 중증외상센터는 이른바 ‘의정갈등’ 이후 처음으로 공개된 의학드라마다.

2024년 초, 정부가 추진한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한 전공의들이 집단 파업을 결정하면서 대규모 의료 공백이 생겼다. 정부의 무리한 의료개혁에 대한 비판, 파업 전공의들을 향한 의료 이용자들의 불신, 파업을 철회하고 현장으로 복귀한 일부 인력을 향한 의사 커뮤니티의 조직적 사이버불링 등 여러 사건이 동시에 터지며 의료 현장은 큰 혼란에 휩싸였다.

천재 외과 의사 백강혁(주지훈)이 헬리콥터를 직접 몰다가 밧줄만 들고 뛰어내리고, 총알이 날아오는 전쟁터 한가운데에서 환자의 머리를 여는 수술을 하는 등 여러 판타지 요소가 가미된 '중증외상센터'는 일련의 의정갈등에 지친 시청자들에게 통쾌함을 선사했다.

한국 의료 현실을 반영한 현실적인 장면들도 화제가 됐다. 인력이 부족해 피곤에 찌든 당직의는 퇴근 10분을 남기고 응급 전화가 들어오자 “10분만 버티면 된다”며 애써 전화를 무시한다. 작중 국내 최고의 대학병원인 ‘한국대병원’의 경영진은 "백강혁이 환자를 살릴 때마다 병원 적자가 심해진다"며 인사개편을 통해 백강혁을 해임할 것을 추진하기도 한다.

의과대학 재학 시절 단 한 번도 장학금을 놓치지 않았을 정도로 뛰어난 실력을 가진 펠로우(전임의)가 응급 수술이 없고 상대적으로 편하다는 이유로 항문외과를 지망하는 모습에선 최근의 '필수의료 기피 현상'도 겹쳐 보인다는 평가를 받았다.

조석주 부산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당시 코메디닷컴과의 인터뷰에서 “중증외상센터의 흥행은 현실 응급의료체계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못하는 이유를 ‘영웅의 부재’로 단순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자칫 위험하다”면서도 “국민건강보험 재정 문제가 심각한 국내에서, 드라마가 제시한 이상적인 응급의료를 어떻게 실현할 것인지 철학적 고찰의 필요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분석했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스레드’의 한 이용자는 “의료 공백 상황에서 시청자들을 위로했던 드라마의 주역이 개인사로 하차한 것은 참 아이러니하면서도 씁쓸한 일”이라며 “시즌 2·3의 제작이 확정된 시점에 제작진이 슬기로운 대안을 찾아내길 바란다”고 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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