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신이 매수한 종목과 사랑에 빠지지 마라”. 월가의 전설적인 펀드매니저 피터린치가 남긴 말이다.
하지만 우리는 때때로 매수한 종목과 사랑에 빠지곤 한다. 자신이 산 종목의 좋은 소식에는 귀가 솔깃하고 나쁜 소식에는 애써 이유를 찾는다. 이미 큰 손실을 입었는데도 언젠가는 오를 것이라는 믿음으로 같은 종목을 계속 사들이기도 한다.
특정 종목을 쉽게 놓지 못하는 데는 단순한 욕심이나 고집만 있는 것은 아니다. 손실을 피하려는 과정에서 뇌의 정보 처리 방식도 영향을 미친다.
사기 전엔 거품, 사고 나면 가치투자?…‘보유효과’와 ‘확증편향’
심리학에서 보유효과(endowment effect)는 어떤 대상을 소유하게 되면 소유하기 전보다 그 가치를 높게 평가하는 경향을 말한다. 같은 물건이라도 남의 것일 때보다 내 것이 됐을 때 더 아깝고 가치 있게 느껴지는 식이다.
이런 심리는 투자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 주식을 사기 전에는 가격과 기업 가치를 비교적 냉정하게 따지다가도, 일단 내 계좌에 들어온 뒤에는 해당 종목의 장점을 더 크게 평가할 수 있다. 매수 전에는 비싸 보였던 주식이 사고 난 뒤에는 ‘그래도 장기적으로 오를 종목’처럼 보이는 식이다.
여기에 확신까지 생기면 보고 싶은 정보만 보게 된다. 실적이 좋으면 ‘역시 좋은 기업’이라고 생각하면서 나쁜 실적은 ‘일시적인 부진’이라며 넘기는 식이다. 이를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이라고 한다.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에 발표된 뇌영상 연구에서도 자신의 판단에 대한 확신이 강할수록 반대되는 새로운 증거에 대한 뇌의 민감도가 떨어지는 현상이 관찰됐다.
결국 기업의 상황이 달라져도 판단을 수정하기보다 ‘내가 맞다는 증거’를 찾는 함정에 빠질 수 있다.
손실 종목은 왜 못 놓을까?…‘손실회피’
사람은 돈을 벌었을 때의 기쁨보다 같은 금액을 잃었을 때의 고통을 더 크게 느끼는 경향이 있다. 이를 ‘손실회피(loss aversion)’라고 한다.
투자에서도 수익이 난 주식은 쉽게 팔면서 손실이 난 주식은 ‘조금만 기다리면 오르겠지’라며 붙잡기 쉽다. 이를 행동경제학에서는 ‘처분효과(disposition effect)’라고 부른다.
문제는 어느 순간 기업의 가치보다 ‘본전’이 중요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손실을 확정하기 싫어 계속 주식을 사 평균 매입단가를 낮추는 ‘물타기’도 기업에 대한 새로운 분석이 아니라 본전 심리에서 시작됐다면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여기에 보유효과와 확증편향까지 겹치면 ‘내가 고른 기업은 결국 오를 것’이라는 믿음은 더 강해질 수 있다. 결국 투자자가 붙잡고 있는 것은 주식만이 아니다. ‘내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믿음까지 함께 붙잡고 있는 셈이다.
“내 주식 아닌 것처럼 봐라”…투자 판단 되돌리는 법
편향을 줄이는 방법 중 하나는 자신의 생각과 반대되는 가능성을 일부러 검토하는 것이다. 국제 학술지 ≪성격 및 사회심리학 저널(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에 발표된 연구에서도 자신의 기존 생각과 반대되는 가능성을 고려했을 때 편향된 판단이 줄었다.
투자에 적용한다면 질문은 간단하다. △내가 이 주식을 갖고 있지 않았다면 지금 가격에 새로 살 것인지 △내가 판단이 맞다는 증거를 찾기보다 틀렸다는 증거는 무엇인지 등의 정보를 찾아보는 것이다.
이러한 물음에 대한 대답은 ‘아니오’인데 이미 많은 돈과 시간을 썼다는 이유로 놓지 못하고 있다면, 어느새 ‘종목과 사랑에 빠진’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