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방간은 간세포에 지방이 비정상적으로 많이 쌓인 상태이다. 체중이 정상이어도 생기는 마른 지방간도 있지만, 통상 복부비반이나 당뇨병, 고혈압 등 대사질환이 여러 개 겹칠수록 지방간 위험도 높아진다.
지방간이 오래 지속되고 간에 염증이 발생해 손상이 진행되면 간에 정상 조직 대신 흉터 조직(섬유조직)이 쌓이는 간 섬유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지방간 환자에서 이러한 간 섬유화가 심할수록 부정맥, 특히 심방세동 위험이 크게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26일 나왔다.
김승현 순천향대서울병원 심장내과 교수와 류담 소화기내과 교수팀은 네덜란드의 대규모 인구기반 코호트인 라이프라인즈 연구 데이터를 활용해 지방간 질환 환자 1만263명을 대상으로 간 섬유화와 향후 부정맥 발생의 연관성을 분석했다.
연구팀은 별도의 조직검사 없이 간 수치와 혈소판 수, 연령을 조합해 간 섬유화 정도를 추정하는 FIB-4 지수를 활용해 간 섬유화 정도와 심전도 검사에서 새롭게 발견된 부정맥 사이의 관계를 따졌다. FIB-4 지수를 기준으로 환자들을 간 섬유화 부담이 높은 그룹과 낮은 그룹으로 나누고, 각 그룹에서 새롭게 부정맥이 발생한 환자가 얼마나 되는지 비교했다.
분석 결과, FIB-4 지수가 1.45 이상인 지방간 질환 환자는 1.45 미만인 환자에 비해 추적 관찰 중 새롭게 발견된 부정맥 발생 위험이 5배 높았다. 특히 심방세동 발생 위험은 6.82배 높았다. 당뇨병·고혈압·이상지질혈증 등 대사 위험요인을 모두 보정한 이후에도 이러한 연관성은 유지됐다.
부정맥은 심장이 정상적인 리듬에서 벗어나 너무 빠르거나 느리게, 또는 불규칙하게 뛰는 상태이다. 심방세동은 이러한 부정맥의 한 종류로, 심장의 위쪽 공간인 심방이 빠르고 불규칙하게 뛰는 것이 특징이다. 심방세동은 혈전이 생길 위험을 높여 뇌졸중의 주된 위험요인으로 꼽힌다.

연구에 따르면 나이가 많은 지방간 환자일수록 심방세동 발생 위험이 더욱 높았다. FIB-4 지수가 높은 50세 이상 참가자는 그렇지 않은 참가자보다 심방세동 발생 위험이 약 2.7배 높았다. 이러한 차이는 주요 대사 위험요인을 보정한 이후에도 통계적으로 유의했다. 전체 부정맥 발생 위험도 약 2배 높은 경향을 보였다. 반면 50세 미만 참가자에서는 간 섬유화 지수가 높더라도 추적 기간 동안 새로운 부정맥이 발생한 사례가 없었다.
김승현 순천향대서울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간 섬유화는 간 질환 자체의 예후뿐만 아니라 부정맥 발생 위험을 반영하는 지표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지방간 질환 환자를 진료할 땐 간 질환의 진행뿐 아니라 심방세동을 비롯한 부정맥 발생 위험까지 고려하는 통합적 접근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류담 순천향대서울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도 “특히 50세 이상 지방간 질환 환자 중 간섬유화 수치가 높은 경우 부정맥 발생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정기적인 관찰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지난 5월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 발표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