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07일 (수)

“박쥐가 얼굴 스쳤을 뿐인데 9번 주사”⋯상처 없어도 응급실 간 이유는?

박쥐 이빨·발톱 자국 확인 어려워…직접 접촉은 광견병 최고위험 노출로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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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 박쥐(왼쪽)와 박쥐가 사람의 손을 무는 상황을 재현한 모습. 박쥐와 접촉했다면 상처가 잘 보이지 않아도 신속히 의료기관을 찾아야 한다. 사진=GPT 생성

박쥐와 얼굴이 부딪혔지만 상처 하나 보이지 않았던 여성이 늦은 밤 응급실을 찾은 사연이 전해졌다.

중국 매체 중국뉴스주간에 따르면, 저장성 주지시에 사는 자오 씨는 저녁 산책을 하던 중 갑자기 날아든 박쥐와 얼굴이 부딪혔다. 귀가해 여러 번 살펴봤지만 긁히거나 물린 흔적은 찾지 못했다.

안심하고 쉬던 그는 휴대전화에서 박쥐와 접촉한 뒤 광견병으로 숨진 해외 사례를 접했다. 불안해진 자오 씨는 오후 11시가 넘어 병원 응급실로 향했다.

의료진은 광견병 백신 4회분과 면역글로불린 5회분을 처방했다. 현지 보도는 이를 합쳐 ‘9번의 주사’라고 표현했다. 중국 방역지침은 출혈이나 상처가 보이지 않더라도 박쥐와 직접 접촉했다면 최고위험 단계인 3급 노출로 분류한다.

상처 하나 없는데 왜?⋯박쥐 이빨 자국은 눈에 안 보일 수도

박쥐의 이빨과 발톱은 작고 날카로워 피부에 닿아도 흔적이 거의 남지 않을 수 있다. 머리카락이나 피부 주름에 가려진 미세한 긁힘은 육안으로 확인하기 어렵고, 피가 나지 않는 작은 상처도 생길 수 있다. 얼굴에 상처가 보이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물리거나 할퀴지 않았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이유다.

광견병 바이러스는 감염된 동물의 침을 통해 전파된다. 물리거나 긁힌 부위뿐 아니라 침이 손상된 피부 또는 눈·코·입의 점막에 닿아도 몸속으로 들어올 수 있다. 반대로 박쥐가 주변을 날았을 뿐 신체 접촉이 전혀 없었다면 직접 노출과는 구분해야 한다.

중국의 ‘광견병 노출 예방처치 업무규범 2023년판’은 박쥐와의 직접적인 신체 접촉을 3급 노출에 포함한다. 뚜렷한 상처가 없어도 미세한 교상이나 찰과상을 놓칠 가능성을 고려한 조치다. 특히 얼굴과 머리는 중추신경계와 가까워 노출이 의심된다면 지체하지 말고 의료진의 평가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백신 4회분·면역글로불린 5회분⋯두 주사의 역할 달라

광견병 백신은 면역체계가 바이러스를 막는 항체를 스스로 만들도록 유도한다. 중국에서는 접종 방식에 따라 다섯 차례 맞는 ‘5회 접종법’과 첫날 양팔에 한 번씩 맞고 이후 두 차례 추가 접종하는 ‘2-1-1 방식’ 등이 사용된다.

면역글로불린은 백신으로 항체가 만들어질 때까지 즉시 방어에 사용할 수 있는 항체를 공급한다. 백신이 장기적인 면역 형성을 담당한다면 면역글로불린은 노출 직후의 공백을 메우는 역할을 하는 셈이다. 가능한 범위에서 상처 주변에 투여하고, 남은 양은 다른 부위의 근육에 주사한다.

자오 씨가 맞은 ‘9번 주사’는 광견병 백신을 아홉 차례 접종했다는 의미가 아니다. 현지 보도에서 백신 4회분과 면역글로불린 5회분을 합산해 표현한 것이다. 면역글로불린의 제품 농도와 환자의 체중, 투여 방식에 따라 필요한 약의 양과 주사 횟수는 달라질 수 있으므로 다른 사람이 똑같이 아홉 번 맞는 것은 아니다.

증상 시작되면 치료 어려워⋯노출 직후 처치가 생명 좌우

광견병 바이러스는 몸에 들어온 뒤 말초신경을 따라 뇌와 척수로 이동한다. 잠복기는 대개 수주에서 수개월이지만 노출 부위와 상처 깊이, 유입된 바이러스 양 등에 따라 차이가 크다. 초기에는 발열과 두통, 피로감처럼 감기와 비슷한 증상이 나타나고 노출 부위가 저리거나 화끈거릴 수 있다.

질환이 진행되면 물을 삼킬 때 목 근육에 경련이 생기는 공수증과 바람에 과민하게 반응하는 공기공포증, 불안, 환각, 마비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일단 임상 증상이 시작되면 효과적인 치료법이 거의 없고 사망률도 매우 높다. 반면 증상이 생기기 전 백신과 면역글로불린을 적절히 투여하면 발병을 막을 수 있다.

잠복기 동안 아무 증상이 없다고 안심해서는 안 된다. 광견병은 감염 여부를 곧바로 확인해 예방치료 필요성을 배제할 수 있는 간단한 검사도 없다. 따라서 박쥐와 직접 접촉했다면 증상이 생기는지 지켜보기보다 접촉 직후 위험도를 평가받는 것이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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