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8월 25일 (화)

장애 아들이 내민 콩팥, 엄마는 3년을 울며 거절했다

뇌병변장애 2급 아들, 투석받던 어머니에 신장 기증⋯봉생기념병원서 이식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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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 아들이 내민 콩팥, 엄마는 3년을 울며 거절했다
엄마(앞줄 왼쪽 두 번째)와 아들(앞줄 왼쪽 세 번째)은 퇴원을 앞두고 신장이식팀과 기념사진을 찍었다. 두 사람의 입원 전부터 수술, 회복과 퇴원까지 지켜보며 줄곧 케어해온 간호사와 코디네이터까지 함께 화이팅을 외쳤다. 사진=봉생기념병원

엄마는 오랫동안 당뇨병을 앓았다. 그러다 당뇨망막병증이 양쪽 눈에 왔다. 시력이 나빠지고 심하면 실명에 이르는, 대표적인 당뇨 합병증의 하나다. 발에는 당뇨발(당뇨병성 족부병변)까지 생겼다.

그런 엄마가 2023년 2월, 이젠 병상에서 혈액투석 바늘까지 꽂아야 했다. 일주일에 사나흘, 한 번에 네 시간씩 투석을 받아야만 한다. 혈액투석에서 벗어나려면 신장이식을 더 미룰 수 없는 상황이었다.

"제 걸 드릴게요."

엄마 손을 잡은 아들이 조용히 말했다. 당뇨병을 앓는 도중에도 맹장염 수술에 위암 수술까지 받았던 엄마가 더 이상 고생하는 것을 두고 볼 수 없었다.

엄마는 손사래를 쳤다. 내 몸이 아무리 망가진다 해도, 자식에게서 신장을 떼어 받는다는 것만큼은 받아들일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 뒤로도 3년, 아들이 같은 말을 꺼낼 때마다 엄마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엄마가 아프다. 내가 도울 수 있다. 그거면 됐다."

아들의 생각은 달랐다.

아들에겐 장애가 있다. 초등학교 2학년 때 뇌병변장애 2급 진단을 받았다. 흔히 '뇌성마비'라 부르는 그 장애다.

그래서 엄마는 더 힘들었다. 고마움보다 미안함과 두려움이 먼저 밀려왔다. 혹시 수술이 아들에게 무리가 되면 어쩌나, 지금도 힘든 삶에 더 무거운 짐을 얹어주는 건 아닐까?

신장 하나로 평생을 살아갈 아들 앞날을 그려보면 가슴이 저렸다.

엄마 회복만 바라는 아들⋯그러나 병원은 더 신중했다

장애가 있었지만, 아들은 초·중·고교를 모두 일반 학교에서 다녔다. 부산의 4년제 대학까지 졸업한 뒤 맥도날드에서 1년, 면사무소 행정도우미로 6년을 일했다.

최근엔 집에서 운영하는 펜션 일을 도우며 사회복지사 공무원 시험을 준비해왔다. 30대 후반, 나름의 방식으로 제 앞가림 하며 살아온 어른이었다.

그럼에도 병원은 아들을 '마음'만으로 수술대에 세우지 않았다. 정신건강의학과와 신경과에 협진을 의뢰했다.

여러 차례 면담과 검사가 이어졌다. 불안하지 않은지, 우울하지 않은지, 지금 이 결정이 순간의 감정은 아닌지를 확인하고 또 확인했다. 뇌 MRI와 MRA, 뇌파 검사도 거쳤다.

결과는 한결같았다. 신장 기증을 막을 만한 문제는 어디에도 없었다. 아들은 자신이 무엇을 결정했는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엄마가 오래 망설였던 이유와, 아들이 조금도 망설이지 않았던 이유가 검사 결과지 위에서 함께 확인된 셈이다.

8월 11일, 나란히 놓인 두 개의 수술방

2026년 4월, 엄마 건강이 다시 나빠졌다. 입원과 퇴원이 반복됐다. 가족은 다시 마주 앉았다. 이번엔 엄마도 손사래 치지 않았다.

5월부터 엄마와 아들, 두 사람에 대한 정밀검사가 시작됐다. 혈액형은 다행히 둘 다 A+형, 일치했다.

8월 11일 오전 8시 30분. 아들이 먼저 수술실에 들어갔다. 마취가 시작되자 비뇨의학과 김동우 부장이 아들의 신장을 떼어냈다. 신장부터 요관, 방광, 요도 등 요로계의 외과적 질환과 수술을 담당하는 만큼 신장절제술(Nephrectomy)은 비뇨의학과의 대표적인 수술 영역 중 하나다.

그러는 사이 바로 옆 수술방에서는 외과 백승언 명예이사가 엄마를 맞았다. 오전 10시 30분 전후, 아들 몸에서 나온 신장이 옆방으로 옮겨졌다. 혈관과 요관을 엄마 몸에 맞춰 하나하나 다시 잇는, 정교한 손놀림이 이어졌다.

아들은 오전 11시 30분경 병실로 돌아왔고, 엄마도 오후 2시경 수술을 마치고 나왔다. 주치의 김중경 명예이사(신장내과)가 이 모든 과정을 지켜봤다. 신장내과 오준석 부장과 이아림·김양현 진료과장도 긴장한 채 결과를 기다렸다.

2주 뒤, 두 사람은 나란히 앉았다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이후 2주간 별다른 합병증도 없었다. 봉생기념병원의 1458번째 신장이식 수술이다. 1995년 첫 수술 이후 30년간 쌓아온 실적이기도 했다.

올해 들어서만 36번째 수술이었다. 서울 빅5를 제외하곤 전국에서도 첫손가락 꼽히는 기록이기도 하다.

주치의 김중경 명예이사는 25일 “낮과 밤, 주말도 없는 고단한 분야지만, 오랜 세월 켜켜이 쌓인 팀워크와 노하우가 이번에도 조용히 작동했다"며 "신장이식은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온 팀이 있어야 더 잘 할 수 있는 수술"이라 말했다. 신장내과를 비롯해 외과와 비뇨의학과 등 이식수술팀, 투석실, 검사실, 장기이식상담실 코디네이터, 병동 간호사들이 긴밀하게 손발을 맞추는 팀 진료라는 얘기다.

의학적으로 보면 이번 수술의 경우, 심각한 돌발변수는 없었다. 혈액형도 일치했고, 어쩌면 이 병원 신장이식팀엔 ‘평범한’ 수술이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평범한 일상을 되찾기 위해 아들은 3년을 기다렸고, 엄마는 3년을 망설였다. 엄마는 이제 혈액투석이란 악몽에서 벗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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